미증유의 ＩＭＦ사태를 맞이하여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실업률이 늘고 모든 분야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물론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지금 이공계 대학에서 수행하고 있는 기초연구의 경우 그 여건이 ８０년대 초반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ＩＭＦ로
과학기술계 큰타격 돌이켜보면 지난 ９５년이 하나의 분수령이었다．기초연구의 속성상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따라서 주로 정부의 연구지원에 의존 하고 있는 대부분 이공계 대학교수들의 경우 ９５년에 교육부의 학술조성 연구지원사업이 획기적으로 ２배 가까이 확충되면서 가히 폭발적인 연구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연평균 발표논문 수의 증가율이 ３０ ％가 넘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연구 역량의 향상을 가져와 무언가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타날 것 같다는 보랏빛 꿈에 젖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공계 교수들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국내에서 수행한 연구 논문을 게재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외국의 석학들도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주목하는 등 이제는 우리도 세계 최고의 연구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갖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것이 ＩＭＦ로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ＩＭＦ 초기에 환율이 폭등하면서 주로 외국의 첨단 기자재와 정밀시약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기초연구는 가만히 앉은 채로 모든 연구비가 절반 가까이 삭감되는 황당한 사태를 맞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긴급실업대책 재원 충당으로 그나마 이미 확정된 연구비의 １５％ 정도가 일률적으로 삭감되고 말았다．학술조성연구비의 경우 ４０％ 정도의 삭감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니 실로 ＩＭＦ 이전과 비교하면 실제로는 ４분의１ 가까이 감소된 것이다． 이대로 가면 대학의 기초연구는 막 탐스러운 열매가 열릴 것을 기대하다가 급전직하하여 이제는 뿌리마저 송두리째 뽑힐 지경이 되고 말았다． 학술조성 연구비
４０％ 삭감요즈음 노벨상 수상자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현재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진다．얼마 전 과기부 의뢰로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에서 ４백９２명의 기초 과학분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대부분 연구자들은 ＩＭＦ 이전 정부의 기초과학연구지원사업은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자원이 없는 우리의 유일한 재산인 우수한 두뇌들이 막 자신감을 갖고 창공으로 비상하려는 순간 불어 닥친 돌풍으로 추락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미래의 꿈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혹자는 당장 시급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독창적 기술력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보다 효과적이라고 할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보편적인 상식은 기초연구라는 뿌리가 깊고 튼튼한 나무에서 독창적 기술이라는 열매가 열린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의 땅에 나무를 심지 않고도 외국에서 열매를 손쉽게 수입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높아진 국제적 기술보호장벽으로 그마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全국민적 관심지원
급선무이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오늘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외국 선각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는 나무를 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이와 같은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이에 따라 어려운 시대에 허리띠를 조이는 가운데 온 국민의 피땀어린 지원으로 나무심기 운동이 벌어진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우수 두뇌들은 불철주야의 노력으로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