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과학의 조류]과학사상 제4호, 1992년 겨울호. pp. 256-266

비평형 열역학과 프리고진／申菊朝 (서울대 교수. 화학)

I. 서언 1970년대에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신과학(New Age Science)' 운동은 국내에도 많은 자연과학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도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신과학연구회'가 구성되었고, 그 첫모임으로 1985년 7월 도고호텔에서 신과학운동 심포지움이 개최된 바 있다. 그 후 범양사 출판부의 신과학 총서를 비롯하여 많은 수의 관계 서적들이 발간되었고, 1992년에는 계간지인 <과학사상>이 창간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신과학 분야에 커다란 획을 그었으며 때로는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작인 프리고진의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Order Out of Chaos>를 우연히 번역할 기회를 가졌던 인연으로 여기에 이 화제작과 저자의 사상에 관해 소개하게 되었다. 때마침 1992년 10월에 게최된 <과학사상> 제1회 학술 세미나인 "지구는 살아 있는가? - 가이아 이론에 대한 학술적 검토"에서 집중 토론의 대상이었던 제임스 러브록(James E. Lovelock)도 그의 문제작 <가이아 Gaia>와 <가이아의 시대 The Age of Gaia>에서 생명을 지닌 주체로서의 지구를 기술하며 프리고진의 비평형 열역학과의 깊은 관계를 주장하고 있는만큼 프리고진과 그의 사상, 그리고 문제작인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를 두루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II. 프리고진 - 열역학의 시인 일리아 프리고진(Ilya Prigogine, 1917 - )은 1917년 1월 25일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화공기사이며 공장주인 로만 프리고진과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의 줄리아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때는 러시아 혁명의 발발을 9개월 앞둔 어지러운 시기였다. 프리고진의 가족은 새로운 소비에트 정부의 사유재산에 대한 제한을 피하여 1921년에 모스크바를 떠나 리투아니아에서 1년을 지내고 베를린에 정착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라 극심한 인플레와 사회적인 불안이 가득한 상황이었다. 줄리아는 이러한 불안한 환경 속에서도 어린 일리아 형제들에게 그녀가 자랄때 받았던 수준 높은 교육을 전수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어린 형제에게 음악을 가르쳐서 일리아는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피아노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후에 바하, 모차르트, 슈만, 드뷔시 등의 작품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베를린에서의 사업도 여의치 않고 때마침 불어닥친 나치주의자들의 열풍을 피하여 프리고진의 가족은 다시 브뤼셀로 이주하게 된다. 열 살때부터 벨기에에서 자란 프리고진은 고전교과목의 엄격한 교육으로 이름난 아테네 중학교에 들어간다. 어릴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계속하며 장래에 피아노 연주자가 될 것을 꿈꾸던 일리아는 이 학교에서 점차로 고전과 고고학, 문학, 그리고 철학 서적 등을 탐독하게 된다.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것은 과학이론에서의 시간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시간과의 차이에 대한 앙리 베르그송(Bergson, Henri)의 사상이었다. 그가 열일곱 살 되던 해에 그의 가족은 일리아가 법률가가 될 것을 결정하였다. 법률 공부의 첫걸음은 범죄자들의 정신상태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 일리아는 범죄심리학에 관한 책을 찾기 시작하였으나 그는 그 대신에 뇌의 화학적 조성에 관한 책을 발견하였다. 이로부터 그는 화학에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었으며 마침내 브뤼셀의 자유대학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한다. 그는 4학년이 되던 해에 교내 음악 콩쿠르에서 슈만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하여 우승하는 한편 드 동데르(De Donder, Theodore)교수의 지도하에 열역학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1939년에 화학과 물리학 두 분야의 학위를 동시에 받으며 학부를 졸업하고, 2년 후인 1941년에 "비가역 현상에 관한 열역학적 연구"라는 제목의 학위논문으로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박사학위(화학)를 받는다. 저온에서 헬륨 동위원소들의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과 평형상태에 가까운 고분자 용액에 미치는 엔트로피의 효과가 그의 연구과제였다. 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최소 엔트로피 생성원리'를 발견하였고 이로써 평형에 가까운 상태의 구조적 안정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한걸음 더 나아가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계에 관한 것이었다. 이런 상태야말로 에딩턴(Eddington, Arthur)이 지적한 '시간의 화살'이 이론의 여지없이 적용되는 비가역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종래의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자발적인 과정에 대하여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이는 우주의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 법칙은 우주가 모든 유용한 에너지를 무질서한 운동과 더불어 소진해버리는 '열적인 죽음(heat death)'을 향하여 무거운 행진을 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우주의 종말이 닥치리라는 암울한 예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과감하게 이러한 예언에 도전하였다. 열역학적인 평형상태는 자연에서 매우 희귀한 현상이고 대부분은 비평형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무질서한 계의 질서의 요동들이 갑자기 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때 나타나는 안정한 구조를 그는 '무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라고 명명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자생적 조직화(self-organization)'라고 불렀다. 가장 극적인 무산구조의 예는 바로 생명체이기도 하며 이러한 무산구조는 무질서한 주위 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이며 대신 엔트로피를 '무산'시킨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러한 제안을 가상적인 화학반응계인 '브뤼셀레이터(Brusselator)'를 통하여 수식화하였으며 생체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반응들에 적용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의 제안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은 소련의 과학자 벨루소프(Belousov)와 자보틴스키(Zhabotinsky)가 발견한 새로운 화학반응을 통해서이다. 말론산, 브롬산 이온, 세륨 이온을 묽은 황산용액 속에 넣고 화학반응을 시킬 때 어떤 온도에 이르면 분기현상이 일어나고 복잡한 구조가 생성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벨루소프-자보틴스키 반응을 설명하기 위하여 오레건 대학의 과학자들은 프리고진의 이론을 따라 '오레고네이터(Oregonator)'라는 화학반응 모델을 세웠으며, 이 모델을 통하여 이 새로운 화학반응을 성공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프리고진의 학설은 공인되었으며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학자들이 모여들어 커다란 학파를 형성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 업적을 인정받아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현재 그는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물리학 및 화학의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며, 또한 솔베이 학술대회로 유명한 솔베이 재단에서 1912년에 설립한 '국제 물리 및 화학연구소'의 소장직을 1959년부터 맡고 있다. 그리고 1957년부터는 미국 오스틴의 텍사스 대학에서도 물리학 및 화학공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또한 그를 위하여 텍사스 대학에서 설립하여준 '통계역학과 복잡한 계에 관한 연구를 위한 일리아 프리고진 센터'의 소장직도 맡고 있다. 이와 아울러 1987년부터는 프랑스 사회과학 대학원의 연구소장직도 맡고 있다. 대서양을 가로지르며 활약하고 있는 그의 주변에는 그의 학문을 추종하는 수십명의 학자들이 '브뤼셀학파'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있다. 그의 수상경력 또한 다채롭다. 일찍이 벨기에 화학회의 반라르상(1948)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브뤼셀에 있는 프랑키 재단에서 수여한 프랑키상(1955), 브뤼셀의 국립과학재단에서 수여한 솔베이상(1965), 스웨덴 왕립학술원에서 수여한 아레니우스 메달(1969), 영국화학회의 버크상(1972), 런던 왕립학회의 럼퍼드 메달(1976)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마침내 비평형 열역학과 무산구조에 관한 그의 획기적인 업적을 인정받아 그가 만60세가 되던 해인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에도 그는 미국 결정학회의 카처메달(1978), 파리 데카르트 대학의 데카르트상(1979), 혼다재단의 혼다상(1983)을 수상하였고 1989년에는 과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벨기에 국왕으로부터 공작의 작위를 수여받았다. 이 밖에도 그에게는 수십개의 명예박사학위가 수여된 바 있고 댈러스, 몽펠리에, 우클레의 명예시민으로 추대되기도 하였다. 그는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특히 일반대중을 위한 강연도 많이 하였다. 그의 논문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태학, 그리고 심지어는 대도시의 교통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발표된 바 있으며 노벨상을 수상한 이후에는 과학철학 분야에서도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과감한 개념적인 혁신과 깔끔한 수학적인 해석으로 비가역 현상에 대한 열역학적 연구를 통하여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으며, 과학간의 대화 및 과학과 인문학의 대화, 나아가서는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대화를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그를 '열역학의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열역학 제2법칙에의 도전, 여러 분야의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에 종합적으로 적용되는 학설을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진 학문 분야간의 대화, 뉴턴의 결정론적인 기계론에 대한 도전, 이로 인하여 야기되는 필연과 우연의 대립을 통한 '두 문화'권의 인간들간의 새로운 대화, 과학이론에 포함된 가역적 시간의 개념과 일상생활을 통하여 느끼는 시간의 차이에 대한 대담한 통찰, 이로 인하여 자연을 관찰하는 인간을 재조명하게 되고 인간과 자연과의 새로운 대화가 싹트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것이 프리고진의 학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리고진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다. 그는 수많은 분야에서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킨 현대의 사상가이며 개혁주의자이며 또한 혁명가이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비가역적인 시간의 미시적인 근원이 밝혀지면 그야말로 양자역학의 탄생이래 물리학에 있어서의 최대의 과학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이는 더 원천적으로 1686년에 발표된 뉴턴의 학설 그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III.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대화 197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리아 프리고진과 철학자이며 사학자인 이사벨 스텐저스(Isabelle Stengers)가 공동으로 집필한 프랑스어로 된 <새로운 연합 La Nouvelle Alliance>은 1979년에 출간되자마자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수정 증보판으로 영문 번역된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도 1984년에 출간되어 삽시간에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한국어를 위시하여 16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하였다. 1981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이 책의 중요성을 재빨리 인식하고 저자인 프리고진과 스텐저스에게 흔히 예술인의 위대한 업적에 대하여 수여하는 '예술과 문화 분야의 최고훈장'과 메달을 수여한 바 있다. "과학과 변화"라는 제목으로 이 책의 서문을 쓴 <제3의 물결 The Third Wave>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일찍이 현존하는 인물 중에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두사람 중의 한명으로 프리고진을 꼽고 있으며, 이 책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 '.. 이 책의 중요성은 단지 독창적인 논의로 뉴턴의 패러다임에 도전하였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유효한 뉴턴주의적 주장이 어떻게 실재에 관한 보다 큰 과학상(像)에 모순되지 않게 맞추어 들어가는가 하는 것을 보여준데 있다...' 이 책은 고전과학의 탄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개념적 변천과정을 브뤼셀 학파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자연과학 세계에서 아직 널리 공인되지 않은 학설에 편중하여 독자들을 잘못 유도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예리한 통찰력과 대담한 도전 그리고 그 성공사례들을 담고 있다. 아직도 미완성인 채로 훗날을 기약해야 할 문제들도 형이상학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뚜렷한 반대증명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독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도 그 나름대로 흥미롭고 참신한 면이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인 상상력을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 보편개념의 환상 뉴턴의 과학은 결정론적이며 가역적이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에는 보편적인 상수가 들어 있지 않다. 어떠한 경우에도 성립된다는 것이다. 안정, 질서, 균등 및 평형으로 상징되는 시계와도 같은 기계론적인 뉴턴의 전통적인 과학은 자연을 순종케 하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환상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여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즉, 빛의 속도라는 한계가 주어지는 것이다. 또한 1900년에 막스 플랑크(Max Planck)에 의하여 제안된 양자론에 의하여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삼라만상을 기술하는 방법론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초기조건만 주어지면 입자들의 위치와 속도를 완벽하게 기술할 수 있다는 뉴턴의 과학은 어떤 위치에서 입자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어느 정도인가를 아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양자론으로 대체될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입자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속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빛의 이중성에 의하여 표출된 관측의 절대적인 객관성이 무너지게 되었다. 빛이 파동인가 또는 입자인가? 관측자의 의지를 나타내는 관측 방법이나 관측 기기의 종류에 따라 빛은 파동이 될 수도 있고 입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입자도 역시 파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드 브로이(de Broglie, Louis)에 의하여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역성에 관한 한 뉴턴의 과학은 양자론의 도전을 피할 수 있었다. 양자역학의 가장 기본적인 슈뢰딩거 방정식 그 자체도 가역적이기 때문이다. 2. 복잡성의 과학 열역학은 열과 일의 형태의 에너지가 관계되는 수많은 자연 현상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관찰하고 정리하여 세개의 법칙으로 간추려 놓은 거시적인 그리고 현상학적인 학문 분야이다. 프리고진이 열역학을 복잡성의 과학으로 손꼽는 이유는 우선 거시적인 계를 다루고 있고 그리고 뉴턴의 가역적인 과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실제의 비가역 현상에 대한 가능성이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여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하는 제1법칙은 마이어(Mayer, Robert), 줄(Joule, James), 헬름홀츠(Helmholtz, Hermann) 등에 의하여 확립되었다. 1824년에 발표된 이상적인 열기관의 효율에 관한 카르노(Carnot, Sadi)의 논문을 발굴하여 영감을 얻은 클라우지우스(Clausius, Rudolf)에 의하여 1865년에 명명된 엔트로피의 개념에 의하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이 성립된다. 이 때 우주는 거대한 고립된 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엔트로피의 개념과 양자역학적인 고찰을 통하여 1906년에 발표된 네른스트(Nernst, Walther)의 열 정리(heat theorem)는 열역학 제3법칙의 전신이었다. 이 정리의 내용은 순수한 결정성 고체가 관계된 화학반응에서 엔트로피의 변화는 절대 0도에서 0이 된다는 것이다. 이 정리의 내용을 일반화한 플랑크는 1913년에 현재에 통용되는 열역학 제3법칙을 제안하였다. 플랑크에 의하면 완벽한 결정성 물질의 엔트로피는 절대 0도에서 0이 된다는 것이다. 비평형 열역학의 선구적인 개척자로는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했던 볼츠만(Boltzmann, Ludwig)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엔트로피의 통계적인 근원을 밝혔으며 열역학 제2법칙에서 제시된 비가역성의 미시적인 근원을 찾기 위하여 확률적인 개념을 도입하였다. 1872년에 발표된 볼츠만 방정식은 어떤 입자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속도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확률을 나타내는 확률밀도함수가 만족시키는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원천적으로 뉴턴의 방정식으로부터 유도된 것으로 볼츠만 자신은 이로써 비가역성의 미시적인 근원을 찾아냈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무한정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 평형상태에 도달할 것이며, 이 때 볼츠만 방정식의 해가 바로 평형상태에 있는 입자들의 속도 분포를 나타내는 맥스웰·볼츠만 분포함수로 귀착된다. 그러나 볼츠만 방정식은 곧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다. 로슈미트(Loschmidt, Josef)와 체르멜로(Zermelo, Ernst) 등은 원천적으로 가역적인 뉴턴의 방정식으로부터 비가역적인 볼츠만 방정식이 엄밀하게 유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볼츠만 방정식의 비가역성은 푸앵카레(Poincare, Henri)의 '회귀정리'에도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볼츠만은 이러한 반론에 부딪쳐 자신의 이론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비가역적인 자신의 방정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분자들의 무질서도에 관한 '에르고드 가정'이 도입되었고 회귀시간이 엄청나게 길 뿐이지 푸앵카레의 회귀정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그의 생전에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우울증과 집안에서 유래된 지병이 악화되어 1906년에 볼츠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우한 생애를 마감하였다. 비평형상태의 계는 평형상태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하는 것에 따라 두가지로 분류된다. 평형에서 가까운 샹태의 계를 기술하는 선형 비평형 열역학은 1931년에 발표된 온사거(Onsager, Lars)의 상반정리(reciprocity theorem)에서 비롯되었다. 이 정리를 프리고진이 유도한 최소 엔트로피 생성원리에 적용시키면 선형 비평형상태의 계에 대한 보편적인 진화조건을 구할 수 있다. 프리고진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태의 계를 기술하는 비선형 비평형 열역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비선형 비평형 계의 정상상태가 불안정해지면 분기점에서 무산구조라고 명명된 새로운 다중의 정상상태로의 전이가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과정이 프리고진이 명명한 자생적 조직화로서 이 때 나타나는 무산구조는 열역학적으로 안정한 구조일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뉴턴의 결정론적인 과학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자연 현상의 진행 과정이 필연이 아닌 우연에 의하여도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은 뉴턴의 결정론적인 기술방법으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양자론의 확률적인 개념과도 확연히 다른 것이다. 프리고진은 비선형 비평형상태의 계의 진화조건도 처음에는 선형 비평형상태의 계와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것으로 주장하였으나 후에 그의 이러한 주장을 철회하였다. 비선형 비평형상태의 계는 너무나도 구속조건에 따라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므로 이러한 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진화조건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이고 개별적인 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이론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브뤼셀레이터'라고 불리우는 가상적인 화학반응계를 설정하였다. 자생적 조직화의 현상을 나타내려면 자체촉매반응이라고 불리는 되먹임 고리(feedback loop)가 반응의 기구 중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처리하면 반응의 중간 생성물질의 농도가 시간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규칙적으로 주기적인 진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적당한 지시약을 투입하면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주기적인 진동 현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프리고진의 가상적인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제의 화학반응이 소련의 과학자들인 벨루소프와 자보틴스키에 의하여 드디어 발견되었고 이로 인하여 프리고진의 학설이 공허한 상상이 아니라 바로 구체적인 실재임이 판명된 것이다. 3. 존재로부터 생성으로 프리고진이 1980년에 발간한 저서인 <존재로부터 생성으로-물리적 시간에서의 과학의 복잡성>과 같은 제목으로 이루어진 제3부는 푸랑스어판 초판에는 없고 영문 번역판에 추가된 것으로서 바기역성과 시간의 화살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가역적인 미시적 자연법칙 - 즉 뉴턴의 운동방정식 - 으로부터 거시적인 비가역성을 유도하려는 볼츠만의 시도는 유도과정에서 에르고드 가정이라는 분자들의 무질서도에 관한 가정을 도입함으로써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아직도 미완성의 장으로 남아 있다. 프리고진에 의하면 비가역성은 가역적인 미시적 세계의 자연법칙으로부터 유도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복잡성을 지닌 미시적인 계의 기본적인 성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직 전통적인 물리학계에서 공인되지 않은 가설로서 최근 프리고진 학파에서 엄밀한 수학적 과정을 통한 증명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 행해진 프리고진의 여러 대중강연에서는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프리고진은 자신의 주장에 대하여 점점 확신을 더해가는 듯하다. 만일 그의 주장이 엄밀한 수학적·과학적인 증명으로 뒷받침 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 된다. 양자역학의 대두로 인한 과학혁명을 뛰어넘고 뉴턴의 과학 그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프리고진의 주요 저서 1. <화학열역학 Chemical Thermodynamics>, I. Prigogine amd R. Defay, Longman, London, 1954 2. <용액의 분자이론 The Molecular Theory of Solutions>, I. Prigogine, A. Bellemans, and V. Mathot, North Holland Publishing Co., Amsterdam, 1957. 3. <비평형 통계역학 Nonequilibrium Statistical Mechanics>, I Prigogine, Wiley, New York, 1962. 4. <교통량에 대한 동역학 이론 Kinetic Theory of Vehecular Traffic>, I. Prigogine and R. Herman, Elsevier, New York, 1971. 5. <구조, 안정성, 요동의 열역학 이론 Thermodynamics Theory of Structure, Stability, and Fluctuation>, P. Glansdorff and I. Prigogine, Wiley-Interscience, New York, 1971. 6. <비평형 계의 자생적 조직화 Self-organization in Nonequilibrium Systems>, G. Nicolis and I. Prigogine, Wiley-Interscience, New York, 1977. 7. <자연과의 대화 Dialogues with Nature>, I. Prigogine and I. Stengers, Doubleday, New York, 1979. 8. <새로운 연합 La Nouvelle Alliance>, I. Prigogine and I. Stengers, Gallimard, Paris, 1979. 9. <존재로부터 생성으로 From Being to Becoming>, I. Prigogine, Freeman, San Fransisco, 1980. 10. <단지 하나의 환상일까?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에 이르기까지의 탐색 Tan solo una Illusion? Una Exploracion del Caos al Orden>, I. Prigogine, Tusquets Editiones, Madrid, 1983. 11.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Order Out of Chaos>, I. Prigogine and I. Stengers, Bantam Books, New York, 1984. 12. <시간과 영원의 사이 Entre le Temps et Eternite>, I. Prigogine and I. Stengers, Fayard, Paris, 1988. 13. <복잡성의 탐색 Exploring Complexity>, G. Nicolis and I. Prigogine, Freeman, New York,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