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15일, 미국 미네소타에서 열린 코팅학회 (International Society of Coating Science and Technology) 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학회를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역동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많았어요. 정신없이 이어지는 밥약속, 술약속, 개인미팅에다가, 학회장 내외에서 보고 듣고 겪는 새로운 경험들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촘촘한 5박 6일의 일정은, 남재욱 박사님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실험실에 종종 세미나를 하러 오셔서 많이들 아시겠지만 윤인섭 교수님 실험실에서 석사과정을, 미네소타 대학의 Scriven 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마치신 분이세요. 재욱오빠를 직접 만나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비록 짧은 기간 동안 함께하였지만 이 분 정말 대단한 사업가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학회 기간 내내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약속을 잡고 계셨는데, 그것이 워낙 Social한 성격 때문이신지 아님 몸에 배인 인맥관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재욱오빠의 영향력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비단 재욱오빠 뿐 아니라 곳곳의 학교,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 학회 쉬는시간 중간중간마다 활발한 대화를 하면서 긴밀한 비즈니스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저랑 미림이도 나름의 사교활동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아침,점심도 낯선 외국분들과 합석하여 같이 먹고, 딱히 의미 없는 small talk이지만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었어요. 저녁에는 재욱오빠를 통해 알게된 미네소타 유학생들 모임, 제일모직, 동우화인켐, 기계연구원에서 온 분들 등등 다양한 분들과 한잔씩 하면서 5박 6일 동안 매일 밤을 함께했습니다.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져 그냥 미림이 옆에 찰싹 붙어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참여하는 소중한 경험을 해서 이번 학회가 더욱 보람된 것 같아요.

또 하나 재미있었던 건요, 미네소타 화공과의 모습을 살짝살짝 엿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었어요. Francis 교수님이 허락하셔서 코팅 장비들을 모아놓은 랩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제일 눈여겨 본 것은 Francis 교수님 방에서 박사과정 중인 진오오빠가 만든 장비인데요, active microrheology 방법을 이용해서 건조 중 물성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였어요. 건조가 되는 동안 자기장으로 probe particle을 움직여서 그 물성을 보려고 하더라구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장비를 이동화 실장님 같으시던 분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장비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랩투어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웠지만, 솔직히 발표만 놓고 보면 Francis 그룹은 저로서는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뭐랄까…사진 찍어놓고 그냥 보여주는 느낌? 일례로, 라텍스 입자의 crack에 대해서 설명한 발표가 있었는데요. 실리카 입자만 라텍스로 바뀌었다 뿐이지, 건조 스트레스로 crack해석하는 것, microstructure 관찰하는 건 제 연구랑 매우 비슷해서 이 그룹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나 큰 기대를 갖고 들어갔죠. 음..근데 막상 들어보니 그냥 cryoSEM 찍어서 그 사진만 가지고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더라구요. 뭔가 깊은 고민 없이 좋은 장비 하나에 기대는 느낌이었어요. 이 발표 뿐만 아니라 다른 발표들도 약간 깊은 고민이 없는 느낌이랄까…^^; 제가 아직 깊이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없어서, 혹은 기대했던 발표가 허당이여서 실망해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요. 아, 한가지 저에게 플러스가 된 것도 있어요. 왠지 제가 먼저 이 문제를 얼른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 생기더라구요..헤헤


제 첫 포스터 발표 소감도 말씀드려야겠네요. 이번에 생각보다 포스터 발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가 포스터 세션이 이틀 동안 계속되어서 많은 분들이 포스터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보시더라구요. 덕분에 많은 질문과 코멘트를 받아서 좋았어요. 전 발표라고는 이번 포스터 발표가 처음이라 ‘포스터 발표가 구두 발표 보다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 직접 경험해 보니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 물어보시는 끈질긴 분들! 이분들이 포스터 발표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분들이더군요. 당시에는 진땀 좀 뺐지만 마음만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주고받는 토론 속에서 제 연구의 보완할 점들을 찾을 수 있고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저는 silica suspension의 분산안정성과 건조특성을 length scale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해본 결과로 발표를 하였는데요, 질문의 관점이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랑 학교에서 오신 분들이랑 조금 달랐어요. 회사분들은 “그래서 어떻게 하면 crack을 없애고 fine microstructure”를 얻을 수 있느냐?” “Binder를 소량 첨가해서 crack을 좀 줄여보는 것은 어떻겠냐?” “Crack은 건조 단계 중 어떨 때 일어나느냐” 등등 crack을 control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시드라구요. 반면 학교에서 오신 분들은 “crack 관련 model에 제 실험을 적용시켜 봤나” “aggregation이 진행되면 capillary pressure가 낮아져서 stress가 낮아져야 맞는데 왜 더 높아지나” 등등 날카로운 질문들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특히 ACW 때 뵈었던 큐슈대의 Yamamura 교수님과 동경대의 Inasawa 교수님께서 안경현 교수님 실험실에서 온 것을 알아봐주시고 도움되는 코멘트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Yamamura교수님은 SAXS 데이터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실험할 때 항상 몸조심하라는 따뜻한 코멘트까지 해 주셔서 정말 감동받았어요! 또, 선형오빠랑 제게 따로 시간을 내어주셔서 미팅도 함께 해 주시는 등 정말 여러모로 감동이셨어요.
Inasawa 교수님도 포스터 세션이 다 끝나고 다들 마감하는 분위기였는데도 마지막까지 이런저런 디스커션을 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Inasawa교수님은 요즘에 crack에 대해 연구하고 계셔서 그런지 특히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지요. 나중에 명함 주시면서 메일 보내라고 하셨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아마 지난번 ACW 때에도 픽업도 나가고 질문도 하면서 얼굴도장을 찍어놔서 더 친근하게 지도학생처럼 도와주셨던 것 같아요. ACW 같은 행사에 참여한 것이 직접적, 간접적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드릴 분이 많네요.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처럼 성함을 한분한분 쭉 읊긴 왠지 민망하고요, 최고로 감사드리는 안경현교수님, 이승종교수님께 인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