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BMES(biomedical engineering society) 2005 annual fall meeting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우리 실험실에서 이 학회에 참석한 사람이 작년의 성식오빠에 이어 제가 두번째인데,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의공학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굉장히 큰 학회입니다. 발표 논문만 포스터까지 1500편에 달하고, 매일매일 12개의 오럴 세션이 동시에 진행될 정도였죠. 게다가 2박 3일 내내 오럴 발표와 포스터 발표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12개 오럴 세션 중에 골라 들으랴, 사이사이에 포스터 발표 보러 가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프로그램 북이 다른 학회 초록집 두께더라고요. 이만큼 큰 학회이기 때문에, 의공학 전반을 조망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전체적으로 cell 에만 내용이 집중되어 있어서 제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저 역시 cell 중의 하나인 적혈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다분히 물리적, 공학적 접근 방식인데에 반해, BMES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cell physiology, cell biochemistry 에 관련된 내용이다보니 쉽게 와닿지 않더군요. 그렇게 큰 학회인데도 순수히 공학적 접근에서 이루어진 연구 발표가 많지 않은 점은 좀 의아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실험의 통제 변수로 shear stress 를 두고 독립 변수로 적혈구의 외형에 의해 결정되는 적혈구 변형도를 두었다면, 학회에서 주로 발표된 내용은 세포 내의 XXX 단백질, YYY 효소량의 변화를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식이었습니다. 솔직히 무슨 말 하나, 싶죠 ^^; 그래서 설명을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오럴 발표 보다는 포스터 쪽에 시간을 더 많이 들였습니다.

저는 flow/cell 에 관련된 발표를 주로 찾아서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CFD를 이용한 연구가 대부분이고, 실험을 통한 연구는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제가 포스터 발표를 했을 때에도, 그런 면에서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었고요. 적혈구의 변형성 자체는 임상적으로 크게 흥미있는 소재가 아니지만, cell의 외형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해서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제 포스터 발표에는 '왜'에 대한 분석이 빠져있는데, 바로 이런 부분에서 physiological, biochemical 시각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그런 부분을 다시 처음부터 배워서 알아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지만, 협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요.

또 한 가지 느낌은, 요즘 CFD는 '아무나', '당연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상용 패키지를 이용한 CFD 결과 정도는 실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험 결과와 비교하기 위해 쓰더군요. 저는 솔직히 아직도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것이라는 느낌을 막연히 가지고 있는데, 당연한 걸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 이 학회에서  다루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보니 깊이가 없다는 지적을 많은 사람들이 하더군요. 저처럼 의공학 분야를 조망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자신의 연구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그 중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연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토론을 하는 기능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학생 등록비가 225불이나 하는 비싼 학회인데, 그 돈이면 자기 연구에 직접 관련된 학회에 참석하는 것이 낫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microchannel에서 shear stress에 의한 cell membrane 단백질의 손상을 연구하는 Dr. LeDuc 그룹의 Ioanna라는 학생은, 올 2월에 열렸던 physiology 학회가 굉장히 인상적이고 도움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와있는 Dr. Antaki 그룹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ASAIO에 연관된 발표가 많고요. 그래서 저 역시 사람들이 어떤 걸 연구하는지 둘러보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약간 허전한 느낌은 있었어요. ^^;


그 외에... 집 떠나 다녀왔으니 뭔가 구경하고 경험을 해야할 텐데, 볼티모어는 항구 도시라서 게 요리가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Dr. LeDuc 실험실 사람들과 같이 갔는데, 굵은 소금에 묻어 찐 게를 테이블에 산처럼 쌓아놓고 망치로 부숴서 칼로 파먹는 게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 맛은 물론이고요. 또... 리셉션이 National Aquarium에서 열렸는데, 다른 사람들은 멋있다고 좋아하는데 제가 보기엔 코엑스 수족관이 훨씬 나은 것 같더군요. ^^;
또... 볼티모어에 있는 Johns Hopkins 대학에서 유학중인 과 동기 호정이를 만난 것도 반가웠습니다. MIT에서 유학중인 95학번 도준상 선배는 학회에서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이렇게도 만나나 싶었어요. 첨부한 사진이 학회장에서 셋이서 같이 찍은 사진입니다.


글을 쭉 써놓고 보니 어쩐지 '별로 건진 것이 없었다'는 식으로 쓴 것 같네요. 하지만 제 연구에 직접 연관된 내용이 아니라고 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지금 제 연구 방향을 요약하자면, 조금은 막연한 말이지만 공학적인 시각에서 cell 반응과 특성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인데... 그동안 유변학에 관련된 학회, 또는 공학적 시각에 주로 치우친 학회에만 참석해오면서 제 시야를 한계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거든요.

위에 적은 대로, 제가 지금 당장 biochemistry 를 공부할 수는 없지만,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남들은, 혹은 '반대편'에서는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대한 시각은 얼마든지 품고 있을 수 있거든요.  저도 이제 박사 2년차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무슨 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에, 시의적절한 때에 막연하지만 중요한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를 가지게 해주신 교수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