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코팅학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ISCST(International Society of Coating Science and Technology) 13th International Coating Science and Technology Symposium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콜로라도의 주도인 덴버 Grand Hyatt Hotel에서 9.11~13 3일간 진행되었습니다. 해외학회는 처음이라서 그런지 기대도 많이 되고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참고로 덴버에는 미국 UA항공사의 헤드쿼터가 있습니다. 텐트형의 지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국제선은 규모가 작은 듯 하더군요.
1. 출국~도착
일본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일본 나리타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했습니다. 물론 비용은 항공사가 부담하구요. ^^ 생각보다 길고 긴 비행시간으로 몸은 녹초가 되었습니다. 학회 전날에 도착하면 적응이 더딜까 봐 조금 일찍 출발하여 학회시작 이틀 전에 덴버공항에 발을 딛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날아온 선형이와 합류하여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택시기사가 이라크 사람인데 덴버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습니다. South korea, North korea 얘기를 하길래 “We are the one.”이라고 했지요. 외국사람들은 그냥 Korea하기보단 South와 North로 구분하길 좋아하는 듯 합니다. 후세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Crazy guy라고 하더군요. 택시기사와 수다를 떨다보니 호텔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하려고 메인스트리트인 16th street에서 저렴해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시차적응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다음날 welcoming reception 이전에 시간이 있어서 Trinity church에 다녀왔습니다. 감리교회였는데 우리나라 예배 방식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 였습니다.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랄까… 하지만 holly한 느낌은 같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나갈 때 목사님이 한 사람 한 사람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선형이랑 제 차례가 되자 질문을 하시더군요 ^^; 서울과 인천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하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는데 역시 영어가 딸리니 그냥 목사님의 두 눈만 바라봤습니다. 등록시간이 되어서 등록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호텔에서 대기하다가 welcoming reception에 참석했습니다. 고려대 현재천교수님, 정현욱교수님, 학생2명이 우리를 제외한 유일한 한국사람 이었습니다. 와인잔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비지니스?를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영어가 잘 들릴 것 같아. Dai Nippon Printing에 다니는 Takeaki라는 사람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회사에서 무슨 일 하느냐? 한국에 온 적 있냐? 등등… 평범한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에 ‘S’로 시작하는 회사에 다녀간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삼성은 아니고 컬러필터를 만드는 어떤 회사인 것 같았습니다. 대화 상대를 찾던 중 2년 전 코팅교육프로그램에서 만났던 Hiroshi라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처음엔 절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근데 잠시 생각하더니 생각났다고 하면서 반겨주더군요.
2. 학회
short course(2일)를 제외한 학회일정은 3일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총 8개의 섹션과 포스터 발표로 진행되었고 참석인원은 약180명 이었고 111개의 단체가 참가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회사로는 3M, Dupont, Flow Science, Fuji Photo Film, Imation, Misubishi Chemical, Nasa 등의 회사가 참가하였고 학교는 미네소타대, 동경대, 리즈대, 칭화대, 고려대, 케이오대 등이 보였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회사와 학교가 참가했습니다. 섹션별 발표주제는 continuum and molecular approaches to dynamic contact lines, dynamic contact line, microstructure development & drying, Experimental & numerical method, Discontinuous & particulate coating, coating & drying fundamentals로 구성되었습니다. 이중에서 제가 관심있게 경청한 주제는 dynamic contact line과 experimental & numerical method 였습니다. 창권이가 열심히 연구중인 level-set을 이용한 wetting과 filling 문제를 다룬 발표, Flow3d와 user algorithm을 이용한 porous substrate roughness와 drop size의 상관관계, 제가 예전에 1d drying에 대해서 공부할 때 많이 참고했던 P.L. Evans의 dewetting에 관한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 사람 university of delaware에서 학위를 마치고 지금은 영국 Nottingham 대학에서 포닥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서 말을 붙여볼까 하다가 소심한 성격에… Skip의 제자 남재욱 학생이 발표한 코팅 흐름에서 vortex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발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질문이 있었습니다. 윤인섭교수님방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네소타에 박사과정으로 있는 학생인데 여러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Skip의 허락이 없어서 현재 2년이 지나도록 휴가없이 한국에 오지도 못하고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Skip교수님의 카리스마가… 발표 중에서 Skip교수님 제자들의 발표가 많았고 미네소타대학에서 16명이 참석했습니다. 유변학회에서 우리 방을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방에선 유난히 시뮬레이션에 관한 발표가 많았고 발표내용에서 정말 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도 ‘저런 정신과 자세로 연구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low3D의 Scientist Brethour (명함에 이렇게 적더군요…^^;)가 발표한 ‘3-D transient simulation of viscoealstic coating flows’를 관심있게 들었습니다. 현재 상업용코드 중에서 점탄성 모델을 해석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Oldroyd-B 모델을 이용해서 Skip교수 방에서 나온 실험 논문과 비교한 데이터였습니다. 실험결과와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 같았고 발표 끝나고 Flow3D 부스에 가서 다른 점탄성 모델은 언제 코딩 할거냐고 물으니까 지금은 수렴도 때문에 simple model만 하고 있는데 곧 complex model도 할거다 라고 하더군요. Drying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열전달과 물질전달을 포함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제가 정확이 알아들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니 원래 Skip의 제자였는데 사이가 안좋아서 혼자 떨어져 나와서 코팅에 특화된 Flow3D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Skip방에 de Santos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의 발표 내용은 코팅 흐름에 대한 current state 였습니다. 발음도 약간 튀고 제 영어실력이 딸려서 그런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무튼 코팅시뮬레이션에 대한 로드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람이 Skip방의 코드를 집대성 했다는 소문이…^^; inkjet drop formation에 대한 중국여자 Jia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Lattice Boltzmann Simulation을 이용하여 증발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drop의 뭉침과 분리에 대한 연구도 재미있게 경청했습니다. 학회 마지막 날, Skip교수님의 발표(강의) ‘코팅할 때 가스는 어디로 가나?’ 가 있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경청했습니다. 역시 어려운 영어를 구사하셔서 잘 알아듣진 못했습니다. 노교수님은 마지막 슬라이드에서 high speed bubble injection, gas injection이 ‘big challenge problem’ 이라며 발표를 마치셨습니다.
3. 감상
2년 전 미네소타대학 코팅교육 때도 느꼈지만 역시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 자리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발표내용을 만나도 알아듣지 못하니까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게 되더군요. 다시 한번 영어정복에 대한 꿈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연구는 단순히 현상만 가지고 이런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이렇게 나오더라. 근데 왜 그런지는 말해주지 않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반면 이렇게 했는데 이렇게 나오더라. 그게 왜 그런가 하면… 하면서 고차원적으로 접근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이 두 가지 길 위에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 후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정말 집요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뭔가 달라야…
그리고 우리가 약간은 소홀히 하는 부분일 수 있지만, 발표자료를 만들 때 할 수 있다면 ‘보다 더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Skip교수 제자들의 발표와 발표자료를 보면 정말 꼼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교수님이 직접 line by line으로 첨삭지도를 한다고 합니다 ^^; ) 중요한 부분은 중요하게 표시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한 발표자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프리젠테이션 skill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 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느끼는 소중한 학회가 된 것 같습니다.
4. 귀국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다 보니 몸은 녹초가 되고 향수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긴~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자세, 연구에 대한 열정, 게으름에 대한 반성 등등… 나도 내년 요맘때 ‘해외학회에서 폼나게 발표하고 해야지!’ 라는 새로운 목표를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