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열린 2nd International Workshop for Far East Asia Young Rheologists는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1. 상대방의 발표에 대한 느낌.
대부분의 중국인은 영어가 되어서 그런지 많은 발표를 원활하게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발표 내용은 영어가 잘 되지 않는 일본인의 발표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제가 잘 못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본인은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많은 대비를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인지 발표자료를 매우 꼼꼼하게 만들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발표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2. 내 발표에 대한 느낌.
포스터 발표와 매우 짧은 preview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영어 발표를 하고 질의응답을 받아본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발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쉬웠지만 그보다 더욱 제가 부족함을 깨달았던 것은 질문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미리 발표에 대한 질문을 몇가지 예상하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처음 질문을 들었을때에는 신기하게도 제가 생각한 방향으로 들렸습니다. 예를 들어 glass transition temperature에 대한 질문을 할 것이란 생각에 그에 대해 준비를 했었는데, 실제 질문은 drying temperature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연히 glass transition temperature에 대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한 후 나중에 drying temperature였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이해를 시키고 흥미를 끌었다는 면에서 기분 좋은 일이지만 질문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단기간내에 쉽게 향상시킬 수 없는 영어와 연구에 대한 내공에 관한 문제이기에 많은 부담이 됩니다. 그렇지만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을 경험해 본 것은 항상 그렇듯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조금씩 발전하고 있어서 해본적 없는 시도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표는 발표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닌,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성의 내지 완성도, 다시 말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자리이며, 반대로 앞으로 저와 어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은 제 발표를 듣는 사람들에게 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앞으로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3. 각 나라의 유변학 연구 경향
특이하게도 각 국가의 유변학이 가지고 있는 관심 분야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국은 BT에, 한국은 IT에, 일본은 전통 학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 대해 적잖이 놀랐는데, 코팅이나 전자재료의 제조에 대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에서 코팅이나 전자산업 등에 대한 발표가 전혀 없었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연구 주제는 대부분 고분자 유변학에 대한 것들이었으며, 기업과 연계한 듯한 인상을 받은 것은 electro-spinning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깊이를 기른 후 회사에서 그 깊이를 이용하여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체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그 외.
술자리에서 중국인의 발음은 정말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2형식 내지 3형식의 'I am a student'수준의 내용인데도 좀처럼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일본의 가라오케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했습니다. 그 외 일본 거리가 매우 깨끗하다는 것,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 등등, 더이상 편의점의 비싼 일본 술에 대한 호기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이 마시고 많이 놀았습니다.
5. 마치며.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를 타는 등 긴 여행을 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저도 모르게 습관이 생겼습니다. 갈 때에는 가서 할 일을 준비하고 올 때에는 피곤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 기분을 흠뻑 낼 수 있는, 평소에 읽기에는 웬지 너무 한가해 보일만한 소설을 읽는 것입니다. 이번 여행에는 출발전 인천공항에서 일본에 어울릴만한, 요즘 한창 말많은 '요코 이야기'를 사려 했는데 그 책은 공항에서 품절되어서 뭘 살까 고민하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골랐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수녀가 된 주인공의 고모 말에 깊은 감명을 받으면서 관련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는 새롭게 시작하는 방장 일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즐거운 기억과 좋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준 교수님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