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트로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렸던 Multiphase Flow 2007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영국의 Southhampton 지역의 Wessex institute of technology 에서 주관하는 2년 마다 열리는 학회로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학회입니다. 3일간 serial 로 25분씩 38 개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해에 네덜란드에서 우연히 듣고 찾아갔던 소규모의 interface 알고리즘 관련 학회에서 엄청난 정보들을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그와 비슷한 학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를 많이 하고 참가했던 학회였습니다. 게다가 발표 신청서를 10 장짜리 논문 형식으로 제출하고 accept / reject 의 생소한 과정을 거친 터라 수준 높은 학회가 될 거라는 기대도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Multiphase flow 의 종류가 다양하듯이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되는 학회라 제가 풀고있는 interface 거동에 대해 direct simulation 으로 접근하는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았습니다. 경계 문제의 근본이 되는 드랍/버블 문제는 Lattice-Boltzmann 방법으로 3D 문제를 푼 연구 결과가 가장 관심을 끄는 발표였습니다. 그 외의 발표는 Fluent 에서 제공되는 VOF 를 적용한 연구가 전부였습니다.
2. 느낌
당연한 얘기지만, 말 그대로 Multiphase 에 대한 응용문제는 너무나 다양했습니다. 기체/액체/고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 수 있는 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견고한 알고리즘이 구축되는 순간 그 코드의 확장성은 가히 폭발적이라 생각됩니다. 현재 드랍 문제를 풀면서 Front tracking 방법이 구현됨으로써 전문가로부터의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학회장에서 물어볼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실 현재 드랍 문제에 대한 결과가 논문으로 정리된 상황에서 나름대로 비교 검증을 마친 상황이라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로부터 '그렇게 해도 문제없다'는 짧은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발표들을 정리해 보면, 사람들 모두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사람은 스케이팅시 얼음 표면의 멜팅 문제를, 이탈리아 사람은 산사태시
흙탕물의 흐름 문제, 브라질 사람은 긴 파이프에서의 slug flow, 이라크 사람은 수력발전소의 전력 효율 문제를 풀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런 분위기를 보면서 이제는 드랍 문제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문제를 풀어야 겠다는 강한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도 viscous folding 문제와 jetting 문제를 풀기 위해 코드 확장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번 학회 참가를 계기로 추가적인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 들었던 생각은 다른 사람들의 연구 수준이 생각 만큼 높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관심 대상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패키지를 이용하거나 가정을 통해 문제를 ODE 로 단순화 시켜 현상을 해석하는 연구도 많았습니다.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단순한 툴로도 실험치의 경향성을 맞출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울러 경계 추적에 대해 현재까지 구축된 알고리즘의 진입 장벽이 높아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착각(?)도 해 보았습니다.
3. 발표
25분의 주어진 시간동안 발표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차분히 대본을 외워나가면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는데, 서툰 영어 탓인지 사람들의 집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아니면 페이지당 많지 않은 문장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 제약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부연설명들을 참아가며 설명을 마쳤을 때는 20 분이 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받았던 질문 3개 중에 답변하기 다소 힘들었던 것은 '드랍이 합쳐질 때 lubrication approximation 이 적용되느냐?' 였는데, lubrication approximation 이 무엇을 뜻하는 지 몰라서 Front tracking 에서 적용하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discussion 을 통해 분자 수준의 attraction force 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전혀 엉뚱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었구나하며 안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4. 정리
늘 그렇듯이 학회를 가게되면, 그 당시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얻어 온다는 느낌입니다. 작년에 참석했던 interface 관련 학회를 통해 front tracking 코드 개발 중에 갖고 있었던 의구심들이 해결되었었다면, 이번에는 응용문제 확장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어왔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서, 자기의 연구 내용과 비교하게 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학회를 가더라도 무엇이든 얻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약에 작년에 참석했던 학회(알고리즘)와 이번 학회(응용문제) 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이번에도 나름대로 시기적절한 학회를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