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부터 8월 6일까지 항주 절강대에서 있던, 워크샾에 참석하기 위해 상해와 항주에 다녀왔습니다. 학회장이 아닌 곳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학회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과 그에 대한 생각을 쓰려고 합니다.
31일 오후 2시 30분 경 상해에 도착하여, 바로 항주에 가는 시외버스를 타기위해 공항에서 나왔는데, 처음 느낌은 숨이 턱 막힌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이 현재 더우며, 특히 상해와 항주 쪽이 더 덥다는 말을 많이 들어 각오는 하고 갔지만, 주위 풍경은 길과 차와 옷입은 사람들이 보이거늘 느낌은 딱 사우나와 같아 당황했습니다. 분명 만물이 익어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더웠는데, 기온은 38-39도 정도로 표기되어 뭔가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낮 기온 40도가 넘어가면 일시 휴무를 한다는 상해 시 규정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흔히 항주에 사는 중국인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항주가 어디있는가 물으면 상해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상해 공항에서 항주로 가는데 약 3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확실히 지역끼리의 원근을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버스터미널까지 안내해준 공항직원도 그렇고, 항주에 내렸을 때 호텔까지 태워다 준 택시기사에게서도 느꼈는데, 예전에 왔을 때와 달리 상당히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특히 100위안을 냈을 때 거스름돈이 없다며 돈을 호텔에서 바꾸어오라는 택시기사에게서 거스름돈을 주려는 의지를 보고, 약 10년이 지나며 중국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친절함과는 별개로 운전은 상당히 거칠었습니다. 택시 기사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그러하였습니다. 흔한 말로 내게는 자비가 있으나 검에는 자비가 없다고 하는데, 중국의 경우 운전자에게는 자비가 있었으나 차에는 없어보였습니다. 1차선을 달리는 차들은 앞이 막혀있을 때 결코 멈추지 않고, 다만 중앙선 침범을 할 뿐입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마주오는 차도 당황하지 않고 꿋꿋이 직진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회에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으며, 교통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단횡단을 할 때 좌우를 살핀다면, 중앙선에 가기 전까지는 왼쪽을 주로 보고, 중앙선 이후부터는 오른쪽을 주로 보며 갈 것이며, 일본이나 영국은 이와 반대일 것입니다. 중국을 며칠 다니면서 느낀 점 중 가장 큰 것이, 예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친절하며 사기를 덜 치고 바가지도 덜 씌우지만, 아직 이런 시스템이 한국만큼도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무단횡단을 할 때 중앙선 전이든 후든 좌우를 모두 살펴야 하며, 파란불일 때 건너도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파괴는 차에서 뿐 아니라 보행자에게서도 기인했는데, 파란불과 빨간불의 차이가 건너느냐 마느냐가 아닌, 2/3가 건너느냐 모두 건너느냐가 된다면 신호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도착한 호텔은 깔끔했고, 직원 또한 상상 이상으로 친절했습니다. 항주에서 지내는 동안 계속 같은 곳에 머물렀는데 불편한 점은 방에 물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었습니다.
학회는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되었는데, 오전 세션은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해 호텔에서 8시쯤에는 출발해야 했습니다. 최저기온이 30도가 넘기 때문에 아침 8시쯤 나와도 밖은 이미 상당히 더웠습니다. 절강대의 캠퍼스는 여기가 중국이란 것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꽤나 멋들어진 건물들이 많아 인상 깊었습니다. 학회장이 있는 공학관들은 우리 학교와 마찬가지로 제일 안쪽에 있어 정문에서 조금 걸어가야 합니다.
학회의 영문 제목은 '2007’ Joint workshop on Rheology for Doctor Candidates among Korea, Japan and China'인데 중문 제목은 -한글로 쓰자면- '2007년 중일한 유변학 박사생 학술회의'로, 나라 이름들이 역순이었는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학회는 전반적으로 고분자에 관련된 이야기들 이었습니다. 제가 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내용 자체를 잘 알아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발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례로, 첫날 포스터 세션을 할 때 저에게 질문을 하던 중국 여자분이 계셨는데,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셔서 다른 분에게 중국어로 말하면 그 분이 질문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 분이 둘째 날에 발표를 했는데, 영어로 발표함에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뜻이라고 믿습니다.
중국에서는 미엔쯔를 중시합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체면인데, 많은 이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면 특히 더욱 신경이 쓰일테고, 그렇기에 열심히 준비를 한 것일 것입니다. 저 역시 많은 이들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이 당당하기만 하다면 허풍에 불과할 따름일테니 무언가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허나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함을 알기에, 어디서고 당당하려면 그 부족함을 메울 만한 부단한 노력이 선행되야 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학회 스케줄은 조금 이해가 안 가는 점들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오후 세션이 5시에 끝나면, 저녁 식사로 2시간 30분을 주고 포스터 세션을 7시 30분에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7시 30분 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여 포스터 세션이 진행되면서, 많은 중국, 일본 사람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그만큼 많은 이들이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의 포스터를 보고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눈 것입니다. 그러나 영어로 말할 때마다 느끼지만, 부족합니다.
일본에서 온 사람들과 절강대 사람들이 저녁을 먹을 때 같이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모든 대화는 영어를 써서 했습니다. 항주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탕에 전복이 들어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로 물고기 이야기 할 때, 참치 tuna 연어 salmon인 것을 빼면 모두 fish인 것처럼, 일본사람들도 조개류 이야기 하면 굴이 oyster인 것을 빼놓고는 모두 seashell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전복이 한국에서도 비싸냐는 뜻으로 물어본 것인데, 진석이 형이 한국에서 seashell 별로 안 비싸다고 하자 일본사람들이 놀랐었습니다. 이것을 보고도 느꼈는데,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전복이 seashell이 아닌 abalone이 되는 그날까지.
중국에서도 역시 -우리나라 만큼은 아니겠으나- 영어를 배우려는 시도가 예전보다 많이 증가한 듯 보였습니다. 우선 절강대에서도 영어 캠프에 참여하여 하늘색 바탕에 Enjoy English!!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입은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무리들도 볼 수 있었고, 항주에서는 영어 하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상해에서는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꽤나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항주에서 워크샾과 절강대쪽에서 준비해준 투어일정을 마치고 상해에 만 하루 정도 있으면서 중국을 느꼈습니다. 처음 상해에 도착하여 항주로 떠날 때는 시외 버스를 이용했는데, 그 시설은 낡은 무궁화호 정도였습니다. 항주에서 상해로 갈 때는 기차를 이용했는데, 시설은 새마을호 정도로 상당히 깔금하며 좋았습니다. 또한 상해의 기차역도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해에서 박물관과 수족관을 갔는데, 둘 다 모두 잘 꾸며져 있었고 상당히 많은 외국인이 찾는 장소였습니다. 상해의 수족관이 아시아 최대라고 광고했는데, 제가 그런 대형 수족관을 가 본 것이 처음이라 상대적으로 얼마나 큰 지는 짐작하기 힘드나 상당히 크다는 것은 느꼈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디즈니 랜드를 갔었을 때, 자본주의의 정점에 선 나라의 향취가 녹아있음을 느꼈었습니다. 디즈니랜드는 사람이 가장 돈을 쓰게 만드는 구조로 만들어져있습니다. 계단도 없고, 힘들게 걸을 만한 곳도 없으며 쉴만한 벤치도 없습니다. 쉴만한 벤치는 기념품 상점 앞에만 존재하며, 기념품점은 가장 아드레날린이 분비될만한 놀이기구 출구에 있습니다. 상해의 수족관을 돌아보면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통제되는 분위기의 중국을 느꼈습니다. 특히 맨 마지막의, 수족관의 자원이 상당히 들어갔을 법한 초대형 탱크를 지날 때, 매우 느린 이동벨트를 제공합니다. 힘들게 초대형 탱크 만들어 가득 채워놨는데, 사람들이 슥슥 보고 나와서는 '거참 물고기 많네'하고 가버리지 못하도록, 어느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며 보라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중국은 확실히 효율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 부분에서 그러합니다. 어느 정도의 통제와 상당 부분의 불합리를 감수하면서도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고, 실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항주에 있을 동안, 세션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항주 시내에 나가 저녁을 먹고 돌아다녔습니다. 거지나 삐끼도 너무 많고, 불쾌할 정도로 달려들었으며 절대 들어가서는 안될 것처럼 보이는 무서운 골목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거리는 활기찼고,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습니다.
호주에서 생활할 때도 중국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이번에도 돌아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이랑 얘기 해봤는데, 이들은 정말 자신감과 자부심에 넘칩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중국인은 원래 그렇다는, 그네들의 성품에 돌려버릴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을 묻는다면 지금 중국이라는 나라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국 제품은 그냥 질은 별로인데 값이 싸서 구입하는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애들은 세계 어디에가도 Made in China 제품이 있다는 것을, 온 세계에 값 싸게 중국의 물건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많이 자랑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의 20대 이하 젊은이들에게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반문하게 됩니다.
중국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도 많지만, 저러한 점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무작정 나라를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된다는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워할만한 환경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이 지금 무섭게 발전하고, 그로 인해 우리가 몇몇 분야에서 위협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적 효율을 추구하는 중국은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상술한 교통 시스템의 부재까지도 어찌 보면 효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차가 멈추는 것, 차가 없는데 사람이 멈추는 것, 이 모두 어찌보면 낭비이기에 그렇습니다. 중국 사회 곳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효율을 위해 포기하는 시스템 자원 안전 공리 개인의 권리 등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예전에 그랬고, 지금 그러고 있듯이, 중국도 경제 발전을 위해 포기하고 있는 것들을 되찾으려고 할 때, 힘겨워할 것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에 의해 멈추지 않게, 그 때가 오면 탄력을 받아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야겠습니다.
타지에 가면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혼자 있으면 거기 있는 사람에게 말 걸기도 좋고, 누가 말 걸어주기도 좋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중국에 있을 때는 주로 일행과 함께 다녔으나 마지막 날 남경동로 같은 곳에서는 개인적으로 돌아다녔는데, 그 때 갔던 찻집에서 점원과 함께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씩 써가면서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느낀 바, 중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도,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도 예전과 변했습니다.
어딘가 다녀오면 그 장소에 대한 인상은 세 가지로 나뉩니다. 절대 다시 오지 않겠다. 기회가 되면 다시 오겠다.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오겠다. 이번에 다녀 온 중국이라는 나라는, 비록 아직 맥주 옆에 Free From Formalehyde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곳이었으나,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다시 가볼만한 그런 나라라고 좀 더 알아야할 그런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갖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