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_항주

1. 첫인상

너무도 무더웠던 날씨에, 중국 항주(杭州)의 절강대학에서 열린 ‘2007 Joint Workshop on Rheology for Doctor Candidates among Korea, Japan and China’ 에 다녀왔습니다. 숙소와 학교와의 거리가 걸어서 20분 남짓이었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도로변을 달리는 전기자전거를 대여해서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군요. 항주에서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무공해 전기자전거에 대한 반가움도 잠시, 교통기초질서가 자리 잡히지 않았던, 질서를 위반하는 것에 관대해 보이는 이곳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2. 학회
숙소에서, 제이슨과 같은 랩에 계셨다던 Institute of Chemistry 의 Xia Dong 교수님과 함께 생활을 하였습니다. 조금은 지루했던 발표를 듣던 와중에도 교수님 순서가 되자, 룸메이트의 발표라는 생각에 집중해서 들으려 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납니다.
PEOc elastomer 에 의한 ternary nanocomposites 의 compact 한 network 형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degradation temperature 와 storage modulus 의 증가를 가지고 그 타당성을 제시하였습니다. Workshop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교토대 Masubuchi 교수님의 molecular dynamics 비롯하여 한중일 다양한 대학의 교수님들의 발표에서는 visual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였다는 점과, 주로 여성이 주를 이루었던 박사과정 학생들의 발표에서는 거의 완벽 하다시피 발표연습을 많이 하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중국식 영어발음인지라 알아듣기가 힘들었지만 상당한 연습하에 참여하였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Thermo Fisher Scientific 사와 Malvern Instrument Limited 사에서 회사 및 장비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Extensional property 에 관한 내용과 Particle volume fraction 에 따른 유동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실험 방향에 대한 idea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흘에 걸쳐 발표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지루하다. 나랑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는 '이 내용은 희경이랑 관련이 있겠구나. 형택이랑 관련이 있겠구나. 정아언니랑 관련이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런 연구를 하는구나.’ 라는 의식의 전환을 갖게 되었습니다.
Poster presentation 에서는 꽤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내용은 머릿속에 둥둥 떠있었는데 영어로 표현이 잘 되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덕분에 종이에다가 그림을 그려 가며 질의응답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Masubuchi 교수님의 comments를 받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3. 항주&상해 tour , 마치면서
중국 내에서의 교통편을 맡았던 책임감에, 6명이 함께 움직여야 했기에, 많이 물어보며 몸소 부딪혀 본 시간이었습니다.
항주의 명소인 서호를 겨울에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항주와는 또 다른 느낌의 번화화한 건물들에 압도되는 상해에서는, 마침 비가 내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맑은 날씨의 와이탄 야경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 분명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에서 생각을 조율하고 서로의 장점을 배워나가야 할테지요.  

일주일, 더운 날씨에 힘든 여정을 함께한 진석오빠, 업이오빠, 택, 동이, 대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