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미국유변학회(SoR)에 준희언니, 난주언니, 선형오빠, 재희오빠, 중건오빠들 가시는 길에 함께 끼어서 다녀왔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일요일에 함께 출국을 했어야 했지만, 교수님들께서 더 많이 배우고 오라면서 microfluidics 숏코스까지 듣도록 허락해주셔서 혼자 하루 먼저 갔다가 함께 돌아왔습니다. 이곳 저곳 여행 다니고, 올 초엔 한중일 워크샵 때문에 일본에도 가보았지만, 미국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가보는 큰 국제학회였습니다. (한호유변학회가 있긴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얼마 듣지도 못하고 올라와버렸고, 한중일 워크샵은 학회라고 말하기 보다는 일종의 친목도모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제가 하고 있는 분야인 microrheology에 관한 발표를 듣는 것도 역시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는 길이 더 설레고 떨렸던 듯합니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모이고, 또 얼마나 많은 좋은 발표들을 들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많이 들떴었습니다. 학회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에 놀라고, 말로만 들었던 맥킨리교수님, 마코스코교수님, 그리고 에릭교수님까지 책과 논문에서만 보던 교수님들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 각종 유변학관련기기판매회사로부터 스폰서를 많이 받아서 비싸지 않은 등록비에 비해 매우 부유한 학회에 한 번 더 놀랐습니다. 그만큼 현재 유변학에서 미국이 지닌 위치를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Short Course
첫째 날, microfluidics for rhelogists short course를 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 때까지 10시간여동안 4분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습니다.
1) MIT의 Pat Doyle교수님께서 microfluidics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어떻게 해서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쪽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과 micro channel을 만드는 방법까지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마이크로 채널을 만들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는 내용이 반, 모르던 내용이 절반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가지 기발한 아이들이 놀라왔습니다. 특히 microvalve에 관해 soft PDMS, optical tweezer, hydrogels 등 여러 가지 접근 방법들을 생각해 낸 것을 보면서, lab on a chip이 정말 꿈만 같은 얘기는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그리고 University of California의 Todd Squires교수님은 유변학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무차원변수들(Re, Pe, Wi, De 등)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 마치 화두를 툭 하고 던지듯이 굴러가던 스케이트가 바위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라는 물음표를 풀어내 놓은 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하고, 거기에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히 설명해 나가는 방식과 발표자료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실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예를 들어서 더욱 이해가 쉽게 가도록 설명하는 것을 보고, 유변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쉽게 풀어서 써 낼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 세 번째 파트는 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Shelly Anna 교수님이셨는데, Part2에서 설명한 여러가지 변수들 중에서 실제 microchannel내에서 흐름을 주도하는 힘 중의 하나로 모세관 힘과 관련하여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의 응용영역을 소개하셨습니다. 첫째는 표면장력의 기울기차이를 이용해서 작은 스케일의 흐름을 유도하는 것이고, 둘째는 균일한 드롭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성식이오빠가 했던 일들이 많이 연관되있어서 어깨 넘어 봐두었던 것들이 설명을 알아듣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수식적 증명보다는 채널내에서 만들어지는 에멀젼 드롭들이 더 신기했습니다.
4) Pat Doyle교수님께서 오후에 한번 더 강의를 하셨는데, 그 내용은 거의 대부분 마이크로채널내에서 DNA의 stretching 되는 현상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Victor Breedveld이 microfluidics를 이용해서 만든 rheometry로의 응용위주로 강의하셨습니다. 난주 언니가 실험을 하고 있는 VSS의 원리와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에 microdialysis cell 을 더해서 샘플내의 용액의 pH와 외부변화에 대한 반응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작년 SoR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던 microfluidics는 올해는 그 영역이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수식적 설명을 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강연을 들었던 내용들도 fundamental하다기보다는 굉장히 실용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이걸 요렇게 저렇게 어떻게 응용해볼까. 라는 고민을 가진 사람들처럼요. 하지만 일단은 앞으로도 한동안의 시간은 여전히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강연이 저에게는 매우 유익했습니다. Microrheology를 하면서 microfluidics는 조금 다른 영역으로 여겼었는데, 결국엔 함께 가게 될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 기초적인 지식은 많이 쌓아둘수록 앞으로 저의 연구에도 좋은 방향을 제시할 줄 수 있을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쾌하고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2. Presentation
이번 학회에서 아. 정말 좋은 발표, 그리고 좋은 연구다 라고 생각됐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몇몇 유명하신 교수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발표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공통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론 발표하는 태도와 자신감, 보기 좋게 만든 자료, 영어, 이런 것들 역시 중요하지만, 역시 제일 먼저인 것은 논리적인 연구의 진행과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 이후의 것들은 2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구요.(그렇다고 뒤의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좋은 연구임에도 영어가 미숙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단순히 실험을 하고 거기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토론을 통해 why에 대해 설명하고, 또 추가적으로 생긴 why에 대한 실험을 다시 하는 식의 논리를 어느 정도로 정교하게 진행했는지에 따라 좋은 연구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연구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microfluidics, microrheology (MR) section에서 연달아 비슷한 내용의 두 편의 발표를 듣고 이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1) Frieder Mugele group의 Linking probe dynamics and transport to intracellular rheology 라는 제목의 발표는 cytoskeleton이라는 bio material cell의 근처에 probe particle을 띄워놓고, 이들이 굳어지면서, 또 셀들의 aggregation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MSD의 기울기가 1일때와 1보다 커질 때, 그리고 1보다 작아질 때를 구별하고, 각각의 과정을 말로서 설명하긴 했지만, 이를 수식과 다른 실험으로서 증명하는 과정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기울기가 1보다 커지는 super diffusion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작년에 치대샘플을 가지고 PTM 실험을 했을 때, UV에 의한 경화현상이 일어나면서 기울기가 1을 훌쩍 넘겼던 적이 있는데, 그 때 성식이오빠와 웃으면서 했었던 얘기가 있었습니다.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빈 공간에 갇혀있던 probe particle이 겔화가 더 진행되면서 순간적으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 때문에 기울기가 1보다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이 발표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당시 발표한 내용까지로만 생각한다면, 기존의 cytockeleton에 관한 연구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았습니다. 독창성도 보이지 않았고, 연구의 논리적 전개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2) 반면에 Eric Furst group에서 발표한 Time-cure superposition for self-assembled oligopeptide hydrogels using microrheology 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똑바른 발음으로 차근차근히 설명하는 태도도 좋았고, 발표자료 역시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명료했습니다. 지금 이 페이지에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집어내고, 그게 맞는 데이터를 제공하면서요. 위의 발표와 사용한 물질은 다르지만 컨셉 자체는 같았습니다. 젤화가 진행되면서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를 이용해서 MSD기울기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살펴보는 데까지는 동일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드는 기울기를 shift factor를 이용해서 하나의 master curve를 얻어내고, 정확한 gel point를 찾아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결과가 정확한 것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kinetics 이론을 이용해서 PTM 방법이 맞음을 증명하고, 젤의 형성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규명해내었습니다.
지금 제 연구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제를 받아들이고, 연구 목적을 설정하였지만, 구체적인 실험계획과 가설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실험을 하지 못하고, 무작정 일단 하고 보는 1)번 발표의 영역에 아직 머물러있습니다. 이 단계를 넘어서 실험이 아닌 연구를 하기 위해서, biofilm과 microrheology의 구체적 세부전략을 세우는 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Victor교수님의 연구와 Eric교수님의 연구를 모방하면, 그 길이 보일듯도 합니다. 아직 자세하게 논문을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두 분이 썼던 방법을 거의 동일하게 제 시스템에 적용해도 될 듯합니다. 처음은 모방으로 시작을 하지만, 더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만의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비싼 돈을 들여서 외국학회를 가는 게 얼마만큼 결과가 있고, 효용적인 것인지 모르겠다구요. 그땐 제가 가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대답하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국제학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보다 잘하고, 잘난 사람들을 만나서 직접적인 자극을 받고, 아. 이런 사람들처럼 되어야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야지. 라는 나만의 큰 꿈을 그리고,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기회 없이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눈으로 보고 들어서 직접 느끼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누군가 제게 너는 이번 학회에서 무얼 가장 크게 배웠니. 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지금 이 곳에서 좋은 발표를 하고, 그들의 연구를 들으러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 분들처럼,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냥 발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연구를 해서, 좋은 발표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요.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 백배쯤 불끈 솟아올라서 돌아왔습니다.
부끄럽게도 발표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학회에 보내주신 두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