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회는 설렘을 안고 떠났다가 열정을 되살려온 좋은 시간이었다. 작년에 ISCST(덴버)에 다녀온 것을 포함하면 이번이 두 번째 국제학회 참석 이었다. 그리고 이번 학회에 내가 부여하고 싶은 의미는 1st author로써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는 점이다.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에 참가했다. 예전엔 연구실 선배들이 국제학회에서 발표하던 것을 가볍게 생각했었다. 아마도 난 짬밥이 차면 모두 다 유창하게 영어로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만의 착각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20분 이라는 짧은 발표시간 동안 발표자는 자신의 wisdom을 설득시키려고 했고 그러면 청중은 논리적으로 반박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지난 시간 동안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를 찾아서 돌아온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1. 학회진행, 분위기, 동향
SOR 79th annual meeting이 미국 유타주 Hilton Salt Lake City Center에서 개최되었다. SLC는 몰몬교도가 핍박을 피해서 이주하면서 만들어진 도시라고 한다. 유타주의 주도(state capital)이며 인구는 약90만. 몰몬교도가 인구의 60%. 그래서 그런지 범죄율이 매우 낮다고 한다.
학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쓸데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규모가 너무 크다 보면 개인이 너무 소외되지 않을까? 미팅은 4개의 섹션으로 진행되었고 plenary lecture를 제외하면 9개의 큰 주제를 포함했다.
다른 유변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든 것엔 trend가 있고 요즘 같은 세상엔 그것이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 이렇게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론 "학문이 이렇게 자주 변해서야 어디 연구를 하겠나?" 하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발표장에서도 소위 올해의 trend가 빛을 보았고 나머지 발표는 그럭저럭 청중의 수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내 머릿속에선 현재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my way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가? 하는 물음표들이 떠올랐다.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뭐라고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2007 올해의 동향은 microrheology, molecular dynamic simulation, biological system 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작년의 microfluidics의 대세는 physics를 찾지 못해 사그라 들었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squeezing flow에 대한 연구는 관심 밖에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Canada, Montreal에 있는 Ecole Polytechnique이라는 곳에서 나의 연구와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앞으로 긴장하고 연구를 해야겠다. 한편으론 라이벌이 생긴 것 같아 떨리기도 한다.  


2. 참가목적, 나
학회출발 일주일 전에 "난 왜 SOR에 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었다. 그래도 박사과정이고 1년에 한번은 가야 하니까??? (이런 생각이라면 왕복비행시간 30시간인 그 먼 미국까지 갈 이유가 없다. 그리고 출장비는 국민의 세금이다.)
노트에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50%)내 연구와 비슷한 거 하는 사람이 있는가?(아이디어 공유, 토론)
-(30%)남들은 뭐 하나?(연구동향파악)
-(20%)Refresh


3. 학회에서 우리의 위치?
ICR을 제외하면 가장 큰 유변학회 모임인 SOR에서 우리의 비중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게 3 그룹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보았다. 물론 다르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학회가 끝나는 날부터 비행기타고 집에 오기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우리 학회(KSOR): 이번에 참가한 한국인 유변학자는 약 30명. 인원수로 따지면 미국 다음으로 많다. 오럴발표는 주로 교수님들이 하셨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 발표와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무게감이 그들에게 실리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도할 수 있는 섹션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쉬웠다. 예를 들면 IT 강국답게 코팅과 잉크젯을 축으로 하여 우리가 아니면 안 되는 섹션이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우리 연구실(유변공정연구실&미세유변학연구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 것 같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실제 산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SOR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하지만 SOR에 나갔을 때 우리의 파워는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갈 길이 멀다. 나의 연구에 대한 wisdom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배경지식이 충분하지가 않아서 학회를 통해서 내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지식의 양이 많지가 않았다. 아쉬웠고 답답했다.  
1년 후, 그리고 앞으로는 그 답답함이 많이 가시길 기대한다.


4.McKinley(MIT), Wang교수님(U. of Akron)
학회에서 눈에 띄는 두 발표자가 있었다. MIT의 McKinley 교수님과 Akron의 Wang 교수님.
McKinley 교수님은 biopolymer의 nonlinear에 대해 발표하셨는데 내용과 발표스킬 모두 100점을 주고 싶었다. 이 분은 깔끔한 슬라이드로 적절한 순간에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시며 발표하셨다. 영어가 서툰 나에게 조차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정도였다.
Wang 교수님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었고 학회장에서 만나기 전부터 궁금해하던 분이었다. 상당히 강한 성격의 소유자 인 것 같았다. 하지만 많은 양의 업적이 있었고 자신의 wisdom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좋은 연구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5.missed airline, lost baggage --> 위기상황 대처법
설마 했는데... (난 안개가 아무리 짙어도 비행기는 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첨단 장비를 사용해서...)
예상치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개! 우리가 탄 조그만 비행기는 공중을 몇 번씩이나 선회하다가 결국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0분 거리에 있는 세크라멘토(캘리포니아의 주도)에 착륙했다. 우린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우리의 짐가방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예상보다 몇 시간이나 늦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고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전날 잠도 잘 못 자고 일찍 일어났다. 게다가 아침식사가 맘에 안 들어 거의 남기고 말았다. 내 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런 공황상태가 닥치니 나의 정신과 육체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지쳐만 갔다. 지금 이러는 시간이면 벌써 인천공항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힘들었다. 그래도 우리 실험실 식구들이 있어서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Thank you~)
항공사 직원한테 알아보니 짐가방은 인천까지 알아서 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UA에서 우리의 여정을 다음날 시애를로 이동시킨 후에 거기서 집으로 갈수 있도록 오토매틱으로 바꿔 주었다. 생각보다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었다. 안개 덕분에 시애를도 구경하고(비행기 안에서...) 실험실 식구들과 단란한 하룻밤을 보냈고 나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위기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비행기 놓치면 걱정말자. 항공사에서 알아서 다시 예약.
-수화물은 늦게 받을 수도 있다. 항공사에서 추적해서 찾아준다.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의연하게 대처하자!


6. 감상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작년 ISCST2006을 다녀오며 다짐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내년 이맘때 멋지게 발표해야지!"
발표를 했다. 하지만 갈증이 난다. 난 아마추어의 세계가 싫어서 프로의 세계로 왔다. 그것도 직접 내 두 발로...
프로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