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후기를 보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봅니다. 무엇보다도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은 학생들을 해외에 파견하고 출장을 보내는지 다시 한 번 정리해봐야 하겠습니다. 정말 왜 그럴까요? 왜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들여서 학생들을 외국에 보내고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연구비가 적은 분들에게 죄송스러워서 바깥에 얘기도 잘 못 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많은 학생들을 외국에 보내는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그 결과와 효용은 어떨까요?
우리 실험실의 비젼이 있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이 있습니다. 그 전략 중의 하나가 해외협력이지요. 제가 확신하는 바, 우리 사회와 우리 학생들의 미래는 얼만큼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느냐에 달려 있고, 그 경쟁력은 global standard에 근거한 것이어야 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책임져야 할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가 바로 이 경쟁력에 달려 있는 겁니다. 우리의 소명은 바로 이러한 경쟁력을 갖춰서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는 것이 우리 실험실의 소명입니다.
Global competition이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Global standard로 훌륭하게 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운명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위해서 모든 자원을 쏟아붇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왜 이렇게까지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학생들을 외국에 보내는 지 모르겠다고, 그 결과와 효용에 대해서 회의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저로서는 너무나 아쉽고 충격적인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판단하건데, 아직 전체적인 효율성 면에서 그리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돈을 사용한 결과와 효용에 대해 비판을 받는다면 저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몇 가지를 얘기할 겁니다. 첫째로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아직은 극소수일지는 몰라도 몇 사람의 운명을 바꿀 것입니다. 우물 안에만 있던 개구리가 세상이 넓고 근사하고 도전할만한 곳이라는 것을 깨우치고 스스로 훌륭해지기 위해서 한없이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개구리가 한없이 훌륭해져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둘째로 그만큼 훌륭하진 않더라고 아직 많은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다만 좀 늦게 철이 들 많은 학생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교육은 투자입니다.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게 지금보다도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만 그렇게 하기에 좋은 자원과 환경을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미래를 위한 사람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입니다. 세째로, 그러고도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경고를 할 것입니다. 깨우치지 못하고 몽매해 있고 한없이 바보같이 살아도 좋습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경고합니다. 다른 사람과 실험실의 발전에 뒷다리를 잡지는 마세요. 한없이 도전하고 도약할 친구들과, 우리 사회와 학생들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고 한없는 실험과 도전을 통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 실험실에 뒷다리를 걸지는 마세요. 이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세상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분명 세상은 아주 냉혹하고 엄정하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하지요. 다만 그 모습이 너무나 가혹해서 많은 사람들이 동정심을 느끼게 되겠지만, 때가 늦으면 사회에 대한 책무는 커녕 자기 자신하나 추리기 힘들고 자식과 가족들 앞에서 한없는 후회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학생들과의 communication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보고 있는 우리 실험실과 우리 학생들의 근사한 미래를 우리 학생들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조금만 더가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 같은데. 학생들이 조금만 더 동참하고 노력하면 크게 도약할 것 같은데... 이 모든 것을 끌어안고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데, 그리고 그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아직은 도달하지 못하고 학생들과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한심한 얘기들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혈압이 오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네요.
저는 우리 학생들이 회의하지 않고 앞으로 뻗어나가길 원합니다. 우리의 부족한 현실을 탓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는 데 스스로 주역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미래를 위한 준비과정과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는 모든 과정에 스스로 주역이 되어, 스스로 한없이 훌륭하게 되고, 스스로 복되고 즐거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국가의 기둥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더욱 더 노력해주기를 기원합니다. 스스로 돌이켜봐서 routine하게 생활하고 있지는 않은지,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자신을 다시 돌이켜 보세요. 정말 한 없이 공부하고 한 없이 도전하고 있는지 되돌아 보세요. 만일 조금이라도 나태하거나 안주하고 있다면 정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저에게는 학회는 항상 전쟁터 같았어요. 늘 공부하려고 갔었고, 정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는 결국 즐거워졌죠. 사람들을 만나고 스스로 생각을 이어가고,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늘 좋았고 감사했습니다. Refresh! 저로서는 충격입니다. 학회 출장의 목적에 공부는 없고 (그렇다면 적어도 학문적으로 배워 온 것은 없을겁니다. 사람들 발표하는 모습을 보러 학회를 갔다는 얘긴가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chance도 애써 버리고 (그렇게 피곤하면 가지를 마세요. 온 세상사람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 없이 바둥거리는데, 세금으로 거기까지 가서 호텔방 구석에서 쉬고 있다고요?), 그러고선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써서 출장을 가느냐고, 그 결과와 효용이 뭐냐고 얘기한다면 저로서는 정말 난감합니다. 가슴이 억하고 한없이 답답하고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너무 화가 나요.
고민스럽습니다. 학생들이 후기로 글을 올린 것을 보고 일부 표현에 자극을 받아 이렇게 글을 쓰면 결국 학생들이 위축되겠지요. 다음부터는 자유롭게 글을 쓰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해서 어쩔지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찌글찌글한 상황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이러고 하루 자고 나면 원래로 돌아와서 다시 일상 속에 빠져들겠지요. 저는 그게 가능한데. 우리 학생들도 속이 상하고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배울 것은 배우고, 잊을 것은 잊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제 글로 혹시라도 상처받지 않기를 기대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