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 을 유변학 올림픽에 비유한다면, IWFEYR 은 아시안게임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선수들이 대표선수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확실히 대표선수들이죠. 축구도 그렇지만, 사람만 많다고 잘 하는 건 아니죠..얼마나 훈련된 선수들인가가 실력을 판가름합니다. 단지 가능성은 훨씬 많겠지만 말이죠.
저로서는 공교롭게도 이번이 처음참가라 1,2회때와 비교해서 얼마나 수준이 좋아진건지 비교할 수 없습니다만, 일본 교토팀(와타나베,마쓰부치 그룹)은 지속적으로 고분자 모델링에 치중하고, 중국 그룹은 에멀젼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태국도 빠뜨릴 수 없겠는데, 컴퓨팅 장비는 자기들 말로도 열악하다고 합니다만, 모델링 연구를 시작점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유변학이 다룰 수 있는 물질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발표내용도 굉장히 광범위했고, 그런점에서 '제3회 극동아시아청년유변학자연구회'는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학회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영어발표에 대해서는 몇몇 일본 선수들이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질문 시간에는 서로간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모습도 간혹 보였습니다. 이웃나라끼리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었죠.
출국전에 우리끼리 서로 지적해주고, 연습했던 시간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게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평소에 영어로 발표하는 모습도 확실히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참가자들끼리 매년 만나기도 하고, 규모도 크지 않은 만큼 학회 이외의 시간에는 끈끈하게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4일밤낮으로 가졌습니다. 대략 30명 가량이 들어가는 초대형 노래방(KTV 라고 부르죠) 에서 자국의 노래를 부르며 놀았던 기억, 음식이 얼마나 기름지면 식당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뻔한 기억, 식당에서 맛 본 거북이 짜장밥, 맥주를 물먹듯이 넘기는 중국학생들이 고량주에는 손사래치던 기억, 맥주+마오타이주 폭탄을 돌린 선형이 형, 그 폭탄을 나눠먹던 일본 중국 학생들, 이런 전쟁같은 술자리에 빠지지않고 참석해 준 우리방 사람들,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일찍 귀국한 고대 학생들에 대한 실망감.. 들이 아우러져 학회에 대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많은 말을 나누진 못했지만, 많은 술을 나눴던 일본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정감이 가네요. (털복숭이 다쯔야, 유이찌, 히로시, 요스께, 타로, 사토시, 나오이 등등은 괜찮은 친구들인 것 같습니다.)
상하이
인구 2000 만의 중국 최대 경제도시는 저에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대한 뉴스만 듣고 잔뜩 기대를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기대이하라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굳이 올림픽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서울 올림픽이 20년 전에 개최되었으니, 중국은 우리나라의 20 년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까요? 분야별 기술 격차로 따진다면, 1~2년 차이겠지만, 전반적인 질서의식이나 건강상태 등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저는 외국을 나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그 나라의 자동차 산업인데, 독일차와 일본차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 같아보였고, 어떻게 보면 중국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열강들의 자본에 의해 시장이 잠식당하는 역사가 되풀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시장에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회사가 삼성과 LG, 현대차 정도 밖에 없나하는 회의감도 들었고요.
상하이를 전에 가본적이 없으니 변화의 속도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13억 인구 중 상하이에 있는 사람은 고작 2%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중국은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고,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둘은 같은 말이죠. 공항 오는 길에 6분 정도 탔던 시속 430 Km 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는 상하이에서 체험한 처음이자 마지막 충격이었습니다. 비행기 속도의 절반가량으로 달리는 기차라고 생각하면, 가까운 미래에는 비행기가 대체되지 않을까하는 공상도 해보았고요.
분명 상하이는 과거와 미래가 혼재되어 있는 정신없는 도시처럼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당연히 생기겠지만, 서울이 그랬던 것처럼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