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 은 가장 큰 국제 유변학회로서 4년 마다 열리는 올림픽에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동안 두 번 발표할 수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성장하기에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고요.. 한국에서 열렸던 지난 ICR 때는 스태프도 겸하고 있었기에 한 세션룸에 묶여 있었지만, 이번 학회에서는 원하는 발표를 골라서 들을 수 있었기에 제대로 ICR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D-1 일, 학회 전 날 리셉션 장에서 2년만에 만난 네덜란드 그룹 (Patrick Anderson, Garrit Peter + 4명의 학생들)과 인사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쉽게도 저를 지도해 주셨던 Hulsen 교수님은 참석을 못 하셨고요.. 여튼, 이날 네덜란드 그룹을 보고 느낀 점은 이 그룹 자체가 원래 international 하기도 하지만, 리셉션과 같은 소셜 공간에서 자기네들끼리 뭉쳐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전까지는 우리 빼고 서양사람들끼리는 다 친해보였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보다 영어를 잘 하기 때문에 서로 금방 친해질 가능성은 있지요..
학회 첫 날, 저는 Doyle (MIT) 그룹의 Tang 학생의 'T채널에서의 DNA 폴딩'에 대한 발표로 시작된 Microfluidics 세션장에 주로 있었습니다.
오후에 제 발표도 준비해야 했기에 그 세션장의 분위기를 알아둘 필요도 있었고요.. 오전세션 내내 그런 편이었지만, MIT 그룹의 발표인데도 15명 가량의 청중들만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오후에 Howard Stone (Harvard) 의 microfluidics 에 관한 keynote lecture 가 있었는데, 드랍 migration 문제는 저도 몇 달 전에 룸세미나에서 발표했던 주제였던 만큼 나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다라는 생각으로 자신감있게 들었습니다. 문제는 나 자신이 풀 수 있슴에도 혹은 풀고 나서도 이게 실험쪽에서 얼마나 이슈가 되는 문제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좁은 시야를 체감하였습니다. Stone 덕분인지는 몰라도, 바로 시작된 오후 세션장에 사람이 많이 모여들어서 저의 발표에는 적어도 60 명가량이 몰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전에 한 번 둘러보니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현재천 교수님을 비롯하여 Pinho, Susan Muller, Cooper-White (좌장), Anderson, Peter 등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밥도 못 먹고 아무도 없는 세션장에서 두 번 정도 연습했더니 발표 중에 긴장은 안 되더군요. 중요한 결론을 얘기할 때마다 앞에 있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나의 발표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느꼈고요... 첫번째 질문을 받고 대답을 준비하는 순간 이승종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 때부터 긴장이 되더라고요. 이후 두 개의 질문도 추가로 받고 발표를 마무리 하고 들어왔더니, McKinley 도 앉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제 스스로 생각할 때도, 중간에 한 번 흐름을 살짝 끊은 것 빼고는 만족할 만한 발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출발 전에 지적 받았던 동영상 부분에서 흐름이 끊기는 부분과 말이 느리다라는 부분을 보완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첫 날 인상적인 발표는 Stone 의 keynote 를 비롯하여 Pinho 의 3D jet buckling 문제와 Anderson 의 3D particle sedimentation 문제였습니다. 특히 Pinho 는 자기들의 3D FVM 기법과 브라질 그룹의 Marker and Cell (MAC) 기법을 합쳐서 점탄성 two-phase 문제를 풀어 보이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Pinho 외에도 ICR 기간내내 보여준 Alves, Afonso 외에 몇몇 박사과정 학생들의 발표는 포르투갈 그룹이 점탄성 유체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그룹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네덜란드 그룹의 Anderson 도 3D FEM 으로 입자 주위의 유동장을 살폈는데 계산량에서는 FVM 에 뒤지지만 suspension 과 emulsion 관련 수치해석에서 Hulsen 과 아울러 이 분야의 선두그룹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날 Pieter Janssen 이라는 박사과정 학생도 drop train 을 주제로 흥미로운 계산 결과를 보여주었는데, 2년 전에 비해 많이 성장해 있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 둘째날, 가장 인상적인 발표는 '3D VOF 를 이용한 drop deformation in shear flow' 에 대한 Yuriko Renardy 의 발표였습니다.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발표하였는데, 기본적인 문제에서 충실히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Renardy 의 모습과 겸손한 태도가 좋아보였습니다. 학회 마지막 날 Renardy 에게 인사드리면서, 최근에 2D 드랍으로 논문 쓰면서 당신의 결과와 비교해보았다고 했더니, 자기네 결과(2006년)와 일치하냐고 되물으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동안 Level-set 결과(2006년) 및 DIM 결과(2007년)가 다른 값을 보여서 자기네 답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DIM 으로 Feng 이 최근 다시 풀어본 결과 Renardy 의 결과와 일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학회 기간 내내 Renardy 와 Feng 은 친해 보였습니다.
저녁 때 포스터 세션에서 만난 Hudson 이라는 사람은 저와 비슷한 채널에서 드랍 변형 실험을 수행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최근 Lab. Chip 에 낸 논문도 이미 보아온 터라 이 분과 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 분도 전날 있었던 저의 발표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NIST 에 계신 분인지는 학회 끝나고 알았는데 드랍 관련 수치해석이 자기네도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학회 셋째날, 이 날은 저에게는 인상적인 발표는 없었습니다. 오후에 해변을 따라 자전거 타다가 펑크나서 고생했던 기억..비치 파티에서 맛있게 먹었던 훈제 연어, 옆 자리에 앉았던 Mike 모 교수님 일행과의 농담들..이 기억나네요..
학회 넷째날, McKinley 의 발표와 Feng 의 발표가 기억에 남습니다.
CaBER 실험을 Fluent 로 구현해서 스트레스 측정하던 내용과 Feng 의 접촉각 문제에 대한 DIM 의 접근들이 중요한 발표였던 것 같습니다.
학회 마지막날, 네덜란드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강박사님의 ER suspension 의 거동에 대한 발표가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초기 연구 결과를 네덜란드에 있는 동안 봐 왔던 터라 그 동안의 연구 결과가 상당히 개선되어 있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리해보면, ICR 에 두 번 참가해 본 사람으로서 4년전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학회였습니다. 그 때는 점탄성 유동 시뮬레이션에 집중하면서, Pinho 와 Webster 와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two-phase 문제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면서 microfluidics 관련 논문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되고, 역시 신기해하고, 그러나 말은 차마 못 걸고...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알아보게 하려면, 나 역시 좋은 논문들을 몇 편 써 놔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포닥 자리를 알아보는 입장에서 나의 경험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어떤 곳일지 가늠해 보고
동시에 나의 관심사는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보고 조언을 듣는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끝으로,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두 분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