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몬트레이에 있었던 국제 유변학회 (ICR2008)을 다녀왔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노란옷 입으라하고, 이해 안가는 CF세션에서 잠만 쿨쿨잤던 4년 전 ICR2004를 떠올리면, 제가 이 실험실에 들어온지도 참 오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긴 시간 동안 유럽 유변학회, 일본, 중국 등을 오가며, 우르릉거리는 시끄러운 저주파의 비행기 소음이 가벼워지고, 이 비행기가 혹시나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으로 접어둘 만큼 이런 해외 학회라는 존재는 익숙해 졌습니다.

그럼에도, 과연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이곳을 가서 무엇을 얻을만한 능력이 있을까, 그리고 학회란 사교를 위한 곳인가 걱정과 의문을 여전히 가지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걱정은 학회 시작 전 시간표에 적힌 발표제목들을 보면서 사라졌습니다. 그것들을 보면서 무엇을 들을지 체크하면서, 국제 유변학회는 유변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볼만한, 좋은 발표 내용들이 아주 많은 학회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실험실에서도 여러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무대는 그것보다 넓이와 깊이가 훨씬 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낍니다. 실험 부분은 어차피 제가 잘 몰라 그러기도 하지만, 시뮬레이션, 모델링, 이론 부분에서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좋은 논문이 나오기 위한 필요조건은 얼마나 막대한 계산을 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결과물을 뽑아내느냐 보다는, 실험이나 계산을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배경지식으로, 그리고 깔끔한 이론으로 결과를 예측하느냐, 그리고 실험 후의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simulation이라는 것은 현실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dimensionless analysis가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coding하고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아주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이 수식상의 dimensionless number들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배경 지식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그 동안 제가 하였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총 100의 시간을 이론 공부하는데 10, coding하는데 20, debugging 하는데 60, 그리고 나머지 10은 애라 모르겠다 하는데에 시간을 썼지만, 이제는 하나를 하더라도 현실과 맞추기 위한 배경 이론 공부를 80~90정도의 비중으로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유럽 유변학회의 이슈는 단연 shear banding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본 분야에 의하면, 그리고 성식선배의 이야기에 의하면 역시나 이번 ICR의 이슈는 shear banding인 것 같습니다. 1번의 keynote lecture와 2번의 session, 그리고 entangled polymer session에서도 몇몇 발표된 것만 보아도, shear banding이 현재 유변학의 key issue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실험실도 rotating couette에서 shear banding에 관한 연구를 약 1년여 정도 전부터 연구를 해온 바 있기는 하지만, shear banding이 이렇게 중요한 issue가 된만큼, 이를 더욱 더 치밀하고 자세히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shape effect가 없는 평판에서 shear banding의 원인과 현상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Shear banding이외에 제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particle, hydrodynamics, mesoscale, 그리고 점탄성 시뮬레이션 분야였습니다. Particle의 경우에는 direct simulation이 대부분… 이 아니라 전부 다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실험실과 같이 point particle을 수십만개 넣는 곳은 우리 말고는 없는 듯 하였습니다. 그런만큼 제가 하는 일이 새로운 입자 연구를 만들어갈 unique한 가치 있는 일이 될 지, 아니면 쟤는 뭐하는 건지, 엉뚱한 짓만하고 결과는 없네 하는 평가를 들을지는 저에게 달린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Hydrodynamics에 관해 재미있게 들었던 것은, 첫째날 Wisconsin 대학의 Generalized Geometry Ewald-like Method (GGEM) method였습니다. SD는 O(N3), Accelerated Stokesian Dynamics (ASD)는 NlogN의 계산량이 필요한 반면 이 GGEM은 O(N)의 계산량을 가진다는 점이 아주 흥미를 끌었습니다. 여러 rheological 결과도 Brady의 SD결과와 많이 유사하게 나왔습니다. 수식과 이론이 어려워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이를 우리 실험실 code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linked-list BD보다 더 적은 계산량으로 hydrodynamics를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Mesoscale simulation 발표는 몇 개가 없었는데, 모두다 polymer solution을 기술하는 Fluid particle method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ICR에서는 polymer는 구성방정식으로, 단분자는 MD로, 입자계는 direct simulaion으로 발표가 되어, mesoscale에 대한 발표는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 그대로 아직은 중간에 끼어서 힘든 mesoscale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근래 publish되는 논문들을 보면, electroosmosis와 같이 heterogeneous한 성분과 힘을 가지게 되는 medium을 모사하는 데에는 mesoscale simulation이 강점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변학의 전통의 강자 점탄성 시뮬레이션은 역시나 많은 발표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shear, contraction vortex를 보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이제 점탄성 시뮬레이션은 imprinting, jetting과 같은 application쪽으로 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application쪽을 맞추기 위해 3D가 필수가 되었으니, 이제 3D 점탄성 FEM은 microrheology처럼 유변학의 하나의 기본 tool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식형이 마지막날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실험실은 아주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여기 발표되고 있는 것들, 거의 다 우리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publish를 못하고, 결과를 해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교수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들리더군요. 실험실의 여러 좋은 여건들, 많은 실험장비와, 특히 저에게는 훌륭한 computation 배경들을 더욱더 잘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ICR2008 올림픽에 참가한 많은 유변학자중에서 저는 몇위였을까요? 금은동은 당연 아닐테고, 128강? 256강?
4년후의 ICR2012를 이 학교에서는 가면 안되겠지만, 이러한 좋은 기회와 여건을 잘 살려, 그 때 즈음해서는 메달권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미국의 여름은 매우 추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쪽으로 가실 때에는 유의하시길… 8월에 초겨울 날씨를 맞이합니다. 비자 받는거 빼고는 괜찮은 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