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태국에서 열린 한중일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for Far East Asian이 아닌, East Asian이라 불러야 할 것 같네요. 세 번째 한중일워크샵 참여였고, 세 번째 구두발표였습니다.
1. 해가 지날수록 규모가 커지는 한중일워크샵, 이제는 아시아워크샵으로.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에서 오신 교수님은 어쩌다가 오신 것 같긴 하지만요) 6개국에서 총 8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작년에 비해서 참가인원도 늘었고, 참가대학수도 늘었습니다. 한국만 하더라도, 작년에는 없었던 한남대와 경북대에서 꽤 많은 학생이 참가했습니다. 처음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친목을 도모하고, 학생들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시작했었던 워크샵이 이제는 학문적으로 심오한 디스커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듯 합니다. 특히나 학생들의 발표는 점점 더 훌륭해지고 있었고요. 작년만하더라도 일본에서 온 학생들 중 대본을 보고 읽거나, 발표 도중 버벅대는 경우가 상당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저를 포함해서) 영어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적어도 발표에서만큼은 다들 훌륭했습니다.
2. 세 번째 구두발표
처음 교토에서 구두발표를 했을 때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생각 없이 발표를 했었습니다. 두 번째로 상하이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을 때, 정말로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해에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계속 재생되었을 정도로요.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떨리고 긴장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제 연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이제서야 생각이 듭니다. Microrheology를 바이오필름의 물성을 재는 데에 적용해보고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때였습니다.(지금도 헤매고 있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올해는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 흐름을 잡을 수 있었고, 발표자료가 충실해질 수 있었고, 그만큼 제가 더 자신감 있게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 연구에 대한 자신감과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저는 “Characterizing heterogeneous microstructure of biofilm using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PTM을 사용해서 바이오필름의 물성을 측정하고, 이를 local하게 분류하여서 각각의 물성을 바이오필름의 구조와 비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여러 학생들과 교수님들로부터 꽤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1) 먼저 태국 약학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발표하면서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는 곳으로 예를 들었던 의료기구중의 인공도관에 관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인공도관사진은 바이오필름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넣은 것으로, 인터넷에서 조사한걸 집어넣은 것인데, 좀더 조사할 필요가 있었던 듯합니다. 인공도관은 재사용이 안되는데, 보통 하루 사용하고 버리고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이 때 바이오필름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간스케일과, 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제대로 조사를 하고 실은 내용이 아니라서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2) 또 김명호박사님으로부터 focal depth에 따라 z-축 방향으로 modulus를 평균해보고, local하게 구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거라는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높이에 따른 차이를 보고자 했다가 현미경으로 높이방향의 길이를 정량적으로 제어하는게 어려워서 실패했었던 방법인데, 다른 방향으로 다시 접근해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3) 와따나베교수님으로부터 PTM을 이용해서 viscoelastic modulus를 구하는 과정에서, Maxell 방정식을 사용할 때 one-mode를 사용한 게 아닌지 확인해보라는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물질의 경우, G’이 어느 포인트에서 죽 같은 값이 나오기 어려운데, 제 데이터가 그렇게 나온 것으로 보아서 계산처리과정에서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코드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4) 중국학생이었던 듯한데, MSD를 직접적으로 실험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조금 황당하긴 했지만, simulation을 하는 학생이어서 그랬던 듯합니다.
5) 마지막으로 조광수교수님께서 G’과 G’’을 구하는 알고리즘을 설명해달라고 하셨는데, 완전 당황해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MSD데이터는 fluctuation이 심한데, 결과적으로 나온 G’과 G’’이 스무스하게 나오는데, 어떤 과정으로 처리를 한 거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발표할 때 얘기했었던 내용이 다였기 때문에 더 이상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의문을 가지셨는지 내려오고 나서야 알겠더군요. 이번 발표에서 제일 아쉬웠던 부분입니다.(발표 후에 항상 그렇지만 말이지요)
6) 발표가 끝나고 중국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습니다. Quantum dot을 이용해서 Cell내부로 입자들이 분산되어 들어가는 과정(지난해 Biorheology학회에서 봤던 내용인데 작은 사이즈의 입자를 뿌려놓으면 저절로 Cell내부로 확산되어 들어간다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을 PTM을 이용해서 Trajectory를 추적할 수 있냐고 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었습니다. 관련 레퍼런스논문들을 따로 보내주기로 하였구요.
질문과 코멘트에 영어로 대답해야해서 진땀을 흘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제 발표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뿌듯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방법론을 다른 쪽으로 적용하는데에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따는 점도 기뻤구요.
3. 태국, 그리고 사람들
2006년도에 관광차 방콕을 갔었고, 이번이 2번째 방문이었습니다. 그 때는 장소가 방콕이었고 관광객 입맛에 맞도록 향료를 덜 쓰는 곳을 가서인지 음식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는데, 여태껏 어디 가서 음식 때문에 이렇게 겁을 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가 도전이더군요. 하지만 태국 쪽에서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저녁 때마다 태국 전통춤을 공연하시는 분들(춤추고 음악 넣어주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싸지 않았을까 싶은데… 또한 명찰 하나까지도 수라나리대학의 마크가 들어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워크샵 장소에는 당당하게 학회명을 적어서 붙여놓았구요. 태국 치안이 불안했던지라 떠나는 날까지도 마음 졸였었는데, 다행히 데모나 경찰아저씨들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다행이었지요.
4. 와따나베교수님, 그리고 랩사람들
작년에도 그러했지만, 올해는 더더욱 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교토대학 와따나베교수님과 랩사람들이었는데요. 어쩜 저렇게 모든 것에 적극적일까, 의문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발표에도, 질문에도, 노는 데에도. 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참여하고 호응하고 궁금증을 표하는 모습, 본받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다른 어느 실험실과 비교해 봤을 때에도 연구 내용이 훌륭했습니다. 작년에는 발표 태도와 이런 표면적인 것들에 가려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석사 1년차, 두 여학생의 발표는 1년차임에도 상당히 깊이 있는 연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구요. 우리가 좀더 어플리케이션 쪽에 치중해있다면, polymer physics, 즉 좀더 기초적인 연구를 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던 걸까요.
5. 한 걸음 더 앞으로.
원래는 연구를 하면서, 또 실험계획을 짜면서 논리를 잡아야 하는 것인데 저는 반대로 결과정리를 하고, 발표준비를 하면서 제가 한 실험의 의의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원래는 잘못된 방향이겠죠? 실험계획과 예비실험과 가정이 충분하지 않은채로 무작정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고쳐야겠다고 생각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2년여동안 다른 실험들도 했지만, 일단 저의 가장 기본적인 잡은 바이오필름에 PTM을 적용해서 물성을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장비를 셋업하는 데에서부터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하느냐는 것까지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하면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얼마전에 Langmuir에 제가 하는 분야로, 제가 시도했었던 방법들을 좀더 체계화하여서 논문이 나왔을 때, 저에게 부족한 점은 한 걸음을 더 내딛지 못하고 지레 포기해버렸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연구 내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도 논문내용까지 구상할 수 있었습니다.(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할 듯 합니다.) 또한 와따나베교수님의 코멘트처럼 제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점검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언제나 들어가는 상투적인 멘트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말이지요. 다시 한 번 늘 발전과 도약의 기회를 마련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꿈꿀 수 있게 해주시는 두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