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IWFEAYR 참석 후기

First
떠나기 전, 반정부 시위로 인해 불안정한 치안, 공항점거, 등등 불안정한 요소들이 각종 매체들을 통해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이미 터질 듯 부풀어 있는 저의 설레임을 당해내지 못하더군요. 첫 국제선, 첫 외부학회 참가와 발표, 첫 해외여행 등등.. 저에게는 first라는 단어가 참 많이 붙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Suranaree University of Techonology in Nakhon Ratchasima, Thailand
태국 쑤완나폼 국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 약간의 찌는듯한 냄새와 생각보다 덥지않은 공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국 가기 전 사람들이 느끼던 불안감은 마치 언제 우리가 그랬냐는 듯이 태국의 더운 공기 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였고, 부풀어진 기대감을 한아름 안고 버스에 올라 학회장이 있는 Nakhon Ratchasima에 위치한 Suranaree University of Techonology (SUT)로 향했습니다.

캠퍼스를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높이는 80m 정도 (김명호 교수님께서 “저 탑 높이가 어느정도 될지 내기하자!” 제의를 하셔서 태국 학생에게 알게 된 정보입니다. 여기서 김명호 교수님께서 엔지니어는 눈썰미가 좋아야 한다시며 교훈을 남겨주시며 내기돈을 챙겨가셨습니다.) 되는 타워에 올라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학교는 한마디로 ‘넓다’ 였습니다. 넓은 땅에 큰 건물들이 드문드문 지어져 있었는데 좀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부러웠던 것은 우리나라 포항 가속기 연구소와 같은 가속기 시설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연구소 안에는 일전에 현규형이 세미나에서 말해주었던 것과 같이 큰 공간 안에 크레인들이 움직이면서 장비를 세팅할 수 있게 되어있고, 한눈에 봐도 상당한 규모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장비에다가 rheometer와 visualization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면 heterogeneity를 관찰할 수 있지 않을 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학회
발표자들을 주눅들게 만들었던 학회장의 거대함을 제일 먼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안교수님께서 학회장에서 발표를 하면서 자신을 PR하고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사람들은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발표를 한사람, 발표 태도 및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재밌는 말들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 등등 각기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며 발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학회의 특성상 심도있는 연구가 주를 이루지 않았지만 영어로 발표를 하고,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좀더 성숙한 모습을 갖출 수 있는 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는 한국학생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일본 학생들이 발표태도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 학회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몇몇 대본을 그대로 읽기도 하고, 질문에 전혀 대답을 못하는 학생이 있기는 했지만, polymer physics, dielectric 분야의 연구는 깊이 있게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일본이나 중국 학생들은 질문을 꼭 하라는 특명을 받은 사람처럼 질의응답 시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와타나베 교수님께서 발표 안하는 학생은 각자 알아서 비행기 타고 오라는 명을 내리셨다고 합니다.)
교수님들께서도 학회 후에 발표는 우리가 이겼을지는 몰라도 질문은 일본에게 졌다하시며 아쉬워 하셨습니다. 질문은 발표를 얼마나 이해를 하며 들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으며 그 연구 내용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오랄 발표를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제가 연구했던 내용을 사람들에게 포스터 한 장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주로 일본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였는데 제가 보여주었던 온도와 변형에 따른 composite resin의 거동에 대해서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예상 comment 만을 던졌을 뿐, 내심 기대했던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comment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포스터 발표를 쉽게만 생각했었는데 포스터를 만들고 나름의 대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스터도 논리적인 흐름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연구내용이 한 장의 포스터 안에 구성이 잘 되어있어야 하며 발표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학회가 저에게는 첫 국제학회인데 우리나라 유변학회에서 느끼지 못했던, 일본과 중국에서는 유변학이 어떤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연구가 되어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논문에서가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Friends
학회 시작 전 마음먹은 것이 있다면 1. 발표 잘하자! 2. 많은 것을 보고 느끼자 3. 친구를 많이 사귀자!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고 싶었습니다. 선배들이 작년 한중일 학회를 참가한 후 누구는 정말 잘 놀지 않냐, 누구는 발표 잘하지 않냐 등등 중국, 일본 친구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모습이 내심 부러웠습니다. 또 이번 태국에서 누군가가 창권이형 안와서 아쉽다. 잘있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도 이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의 한 사람으로 남아야 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쉬는 시간이나 저녁 시간 때 많은 얘기들을 나누려 했습니다. 한중일태의 취지에 걸맞게 한 방에는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학생들을 골고루 배치하여 한중일태 학생들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저녁을 먹을 때쯤이면 연회가 벌어졌는데 무희들이 나와 태국 전통춤을 췄고, 악기들은 쉴 새 없이 울려댔습니다. 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유쾌해 보였고 또한 이번 학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고자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지 잘 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일본 친구들이었는데 아령이 누나 말로는 원래 일본 애들은 뭐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놀 때도 상당히 적극적이었는데 이런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구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놀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기에 자연스럽게 시끌벅적해 지는 그들의 모습은 가만히만 있었던 저, 아니 저희 실험실의 사람들의 가슴 한 켠에 불을 조용히 지피는 꼴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저희 실험실 사람들도 누구 못지않게 즐겁게 놀았지만, 일본 애들이 술자리 초반에 보여주었던 단결된 모습으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보고 배울 점이라 생각했습니다.

결언
First로 시작되었던 이번 학회는 저에게 많은 숙제들을 남겨주었습니다. 영어는 어쩔 수 없이 계속적인 학습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에게 잘 전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catch할 수 있어야 좀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겠다는 깨달았습니다. 또한 저의 연구주제인 painting으로 다음 학회에서는 사람들에게 꼭 발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저 친구는 painting하는 친구이구나 하고 각인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하는 버릇을 길러야겠습니다. 항상 룸세미나에도 오늘은 질문을 해봐야지 하면서 못했던 버릇이 학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사람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비판적인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야 겠고, 거기에 나의 견해까지 가미할 수 있으면 그들과 연구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번 학회를 통해서 학회는 전쟁터와 같다는 안교수님의 말씀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생활에 안주해서는 안되고 한 단계 더 성숙해 지기 위해서 지속적인 자기 계발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런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고,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기회를 제공해주신 이승종, 안경현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