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신주라는 이름의 도시(타이페이에서 1시간 30분정도)에서 1회 Asian Coating Workshop을 하였습니다. 처음 취지는 청화대의 Ta-Jo Lui 그룹, 큐슈공대의 Yamamura 그룹, 그리고 우리 방 이렇게 해서 학생이 발표를 하는 방식의 코팅 워크샵을 하자고 하였다는데요, 동경대의 Yamaguchi 그룹(colloid의 self assembly 관련 대가로 알고 있습니다.)도 함께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코팅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니만큼,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는데요, 몇 가지 제가 크게 느낀 부분에 대해서 적어보겠습니다.
이번 워크샵은 코팅 분야에 알려진 아시아 그룹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볼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대만의 Liu 그룹은 슬롯코팅 쪽의 논문을 꾸준히 써와서 어떤 그룹인지 궁금했는데, 마침 이 그룹에서 워크샵을 주관한다니 잘되었다 생각했었죠. 워크샵을 하면서 참 재미 있던 점은 서로 비슷한 소재와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 에너지(battery, 태양전지), IT 소재(광학필름, 컬러 필터) 등에 제조 공정 개선을 위한 방법에 관심이 있었는데, 각자 필요한 기술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실험실 별 주력 연구 분야를 나누자면 이렇게 할 수 있는데요, 세 그룹만으로 나라의 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장님 코끼림 만지기일 수 있겠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논리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 대만: coating flow
- 우리방: 코팅액의 디자인, 구조 제어
- 일본: 건조
생각해보니 산업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최종 제품은 같아도 관심사가 조금씩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 있는 점은 이러한 관심사가 그대로 기술 수준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처음에는 일단 코팅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장비에 관심이 있을테고, 그 다음에 코팅은 잘 되지만 제품의 불량이 생기는 것을 잡기 위해서 재료를 제어해야 할 기술이 필요할 테구요.(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는 slot coating의 기술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하네요. 실제로 SKC나 LG 화학에는 이런 코팅 기술이 상당히 축적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그 다음으로 재료가 어느 정도 제어가 되면 마지막 단계인 건조 공정을 제어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재료의 구조 제어와 건조 구조 제어를 따로 떼어내기는 힘들지만, 제 생각엔 일본 회사들은 엄청난 실험으로 재료에 대한 변수를 거의 다 바꿔서 실제 이런 조합은 이런 식의 문제가 나온다라는 걸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왜그런지는 잘 몰라도요. 우리 나라의 경우는 건조 공정을 제어하는 것은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우선은 재료를 좀 더 최적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상황이구요. 즉, 나라별 기술에 대한 관심사는 그 나라의 기술이 진보하는 방향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요.
장치 제어(대만) --> 재료의 제어(한국)--> 건조 제어(일본)
아마 대만도 어느정도 코팅 유동 제어가 잘 되면 그 다음 순서로 재료의 공정 제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하네요.
워크샵에서 만난 대만 학생(몇주 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답니다.)에게 졸업하면 주로 어디로 가고 싶어 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이 좀 의외였어요. 대만의 기업은 작기 때문에 삼성이나 LG화학 같은 민간 연구소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큰 기업은 대부분 소비재(컴퓨터 같은)에 관심이 있고 연구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가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대부분 해외로 나가려고 하거나 국가 연구소에 가려고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대만의 코팅 기술은 회사가 주도하지 않고 정부 출연 연구소가 주도하는 것 같더군요.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 나라의 제일 모직이나 SK, LG화학 같은 소재를 개발하는 민간 연구소가 없다는 것은 많이 의외였습니다. 여튼, 기술 수준을 보면 대만은 아직은 한 수 아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모르죠… 엄청 똑똑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중국에서 돈 빌려서 사람을 모으고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기업에 주는 방식은 정부 주도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테니 좀 더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 서로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서로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그룹이 silica와 PVA를 사용하고 코팅을 하고, 건조를 하고 이를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석 하는 방식과 깊이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Particle/binder suspension에서 흡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발표자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흡착량을 측정해서 설명하거나 이를 해석해서 현상을 설명하는 정량적인 접근은 약간 부족해 보였습니다. 서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하지 않은 것, 집중력과 끈기의 차이가 일류와 이류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워크샵을 통해서 제가 할 일은 좀 더 분명해 진 것 같습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실험을 진행하고, 좀 더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적어도 제 상황에서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 본 적 없는 나라에 데려가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