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라는 짧지 않은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열흘 만에 돌아와 보니, 완연한 가을이 되어서 캠퍼스 곳곳이 모두 그립엽서처럼 예뻐졌네요. 치열했던 가을 야구 잔치도 끝이 났고요. 전 그 사이에 Madison에서 열린 SOR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1. Short course - Mesoscopic Simulation of Dynamics in Complex Fluids

실제 short course 제목은 'Introduction to mesoscopic modeling of complex fluids'로서, 전반적으로 polymer 또는 suspension의 simulation 방법에 대한 review를 담고 있었습니다. 연사는 Wisconsin대학의 Michael Graham과, 같은 group 출신인 듯 한 Colombia대학의 Juan Hernandez-Ortiz 두 명이었는데, 실제 강의는 Graham이 다 하였고, Hernandez-Ortiz는 Matlab을 이용한 code 실습을 담당하였습니다.

Course는 우선 'Coarse-grained models of polymers in solution'을 시작으로 하여 'Brownian motion and basic Brownian dynamics' 등의 내용을 통해, bead-rod 또는 bead-spring chain model 등의 이론적 배경과, 이때 고려해야 할 dynamics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diffusion(Brownian term)을 고려할 때의 수치적 어려움과, hydrodynamic interaction을 고려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이 유익했습니다. 후반부에는 간략하게 advanced BD의 이론과, HI를 고려한 BD의 적용가능성 및 한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고, 이외에 Lattice Boltzmann Method, Dissipative Particle Dynamics 등의 방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강의가 끝났습니다. 결국 강의의 중심은 HI를 고려한 BD 이론과 이에 대한 Matlab code 실습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간단한 model problem을 통해 HI의 고려 여부에 따라 입자의 거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여주는 부분은 꽤 유익했습니다. 입자계 simulation의 대세라고 볼 수 있는 Stokesian dynamics는 다루지 않았는데, 따로 질문을 통해, 결국 입자가 매우 가까워 졌을 때 고려해야 할 lubrication force의 유무가 차이라는 것과, 그러한 성질 때문에 hard sphere의 high volume fraction에서는 SD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각 방법론에 대한 review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강의였고, 각 방법론 별로 reference를 정리해서 준 것 역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강의록 및 Matlab code 등을 모두 자료로 나누어 주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가져다가 참고자료로 이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 스스로도 이 short course를 review하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11월 초에 간략하게 나마 이번 short course의 short version study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 두 번에 걸쳐서, 이론에 대한 review와 Matlab code를 통한 실습으로 진행한 생각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들어보세요.

Course 참가자는 대략 20명 정도였는데, 이중 5명 정도는 위 두 대학의 학생들 같았고, 회사 사람도 약 3~4명 정도 있는 듯 하였습니다. 그 외에는 입자계 simulation을 다루는 교수 또는 학생들 이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MD를 전공으로 하는 듯한 한 분이 계속 질문을 하는데, 전반적으로 이러한 coarse-grained model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Direct numerical simulation을 하시는 분도, 이러한 접근법에 대해서 아무래도 부정확한 면이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지는 듯 하였습니다. 결국 보고자 하는 system과 현상에 따라서, 무엇을 고려하고, 무엇을 배제할지를 잘 결정해야 할 듯 합니다. 저 역시 우리 numerical platform으로 잘 보일 수 있는 system을 정의해야 하고, 또 왜 그것이 reasonable 한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Conference

학회는 전반적으로 입자계가 대세였습니다. 전체 260여 개의 발표 중, 'Suspensions and colloids'와 'Gels, glasses and jammed systems' 두 개의 입자계 관련 세션에 85개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요즘 우리 실험실에서 한창 study를 진행하고 있는 고농도 입자계에서의 phase behavior 관련 발표였습니다. 즉 고농도 입자계 시스템을 정교하게 디자인하여, interparticle interaction, particle-medium interaction, particle shape, particle deformation 등등 여러 parameter에 따라 phase 거동을 관찰하고 이를 이론을 통하여 설명하는 식의 발표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simulation도 몇 개 있었고요. Simulation은 대부분 DPD와 SD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였습니다. 즉 HI 혹은 lubrication force의 유무에 따라 이러한 거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실험과 비교하는 발표가 많았습니다. 유럽 유변학회서는 많았던 DNS 기반 simulation은 거의 없었고, modeling 관련 발표도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주로 위 두 세션에서 발표를 골라 들었는데, 몇몇 발표들은 제게 배울 점과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특히 첫 plenary lecture였던 Delaware 대학의 Norman Wagner의 발표는 입자계 system에 대한 좋은 review를 해주었고, 유변학적 현상과 micro-structure를 연관하여 설명하는 부분에서 reference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plenary lecture 역시 중간에 shear banding을 언급하면서 각 영역에서의 내부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이에 대한 실험적인 관찰 역시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SOR에서는 shear banding 관련 발표는 많지 않았는데, 몇몇 유익한 발표 중 하나였습니다. 그 외에 입자계 simulation 관련 하여서는, Brown대학 응용수학과의 여경민이란 분이 수학과 출신답게 수치적으로 SD의 wall HI를 개선하여 실제 실험 현상을 보여주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SD와 함께 자세히 공부해 봐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그리 많지는 않았던 입자계 simulation 발표는 DPD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역시 다양한 system에 적용 가능해서 인 듯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Brown대학의 한 group에서 DPD를 SD와 비교하면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computational cost가 적다는 것을 conclusion에서 까지 강조하면서 발표를 하였습니다. 그 발표를 Brady가 듣는 모습이 제게는 다소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대세는 SD이고, DPD가 응용 면에서 이를 쫓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외에도 Higdon group에서 Fast lubrication dynamics란 방법을 이용해서 고농도 입자계 suspension의 거동을 보여주는 발표가 있었는데, 역시 방법론을 확인해 보아야 할 내용이었습니다. 이렇듯 shear flow나 pipe flow에서 HI 또는 lubrication force의 고려 여부에 따라 입자 내부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한 발표가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 시스템도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추가로 비교검증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3. Poster presentation

포스터 발표는 제 생각보다는 관심을 못 끌었습니다. 일단 포스터 발표를 하는 셋째 날 저녁때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학회장을 떠난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월요일에 비하면 반정도 밖에 없는 듯 하고, 이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reception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발표 제목은 'Self-consistent particle simulation of shear banding of anisotropic particulate suspensions in rotating Couette flow' 로서 cluster의 anisotropy 및 bending rigidity에 따라 shear banding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질문은 역시 현지에서 만난 입자계 관련 일을 하시는 두 한국 분들이 제일 많이 해주었습니다. 특히 본인의 연구와 관련하여, 'Wall HI는 고려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나?', '입자 migration 도 잘 나타나고 있는가?' 등 제가 check했어야 할 내용에 대한 좋은 지적을 받았습니다. Vermant도 결과의 경향성 등은 맞는 것 같은데, 왜 제 시스템에서 banding이 일어나는지, 이것이 정말 실험에서의 banding과 같은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코멘트를 해주었습니다. Vermant group 역시 요즘엔 Dhont group과 함께 fd-virus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고, 제 시스템도 조만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외에는 주로 실험을 하는 듯한 학생 한 명과 교수 한 분이 각각 실제 실험으로도 재현 가능한지 궁금하다며, 이런 저런 질문 후에 논문이 있으면 보내달라는 코멘트를 해주었습니다. 이 부분이 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었고요. 역시 더 명확한 설명과 결과를 준비하여 얼른 부딪혀 봐야겠습니다.  


4. Business

이번 학회에서 역시 Leuven group의 Jan Vermant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간 자료교환이 늦어져서 따로 새로운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였지만, 서로 필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Vermant group과 co-work을 진행하고 있는 Delaware 대학의 Eric Furst와 같이 점심 미팅을 했던 자리였습니다. Furst group에서는 optical tweezer를 이용하여 입자간 interaction 등의 직접적인 측정을 하고 그에 대한 이론을 연구하는데, 최근에 2D interface에서의 입자간 interaction에 대한 실험 및 이론에 대한 논문을 PRL에 제출하여, 그에 대한 rebuttal을 준비하는 자리였습니다. 둘의 discussion을 듣고 있으니, 정말 fundamental한 interaction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마치고, 이어 제 연구 내용을 Furst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Vermant는 제 수치해석에 Furst group의 실험결과를 이용하여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었습니다. 현재 2D interface에서 실험결과는 잘 정리되어 있고, 제 system을 조금 modify하여 2D에서의 거동을 수치적으로 보여주고, 이때 각 interaction의 중요성을 보여주자는 계획입니다. 다행이 저의 연구 내용에 꽤 관심을 보였고, 제게 필요한 실험결과를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저로서는 계획에 없던 자리였기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또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갑자기 일이 커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미팅을 떠나서라도, 이런 사람들과 점심식탁에서 밥 먹으면서 공부이야기를 하는, 제게는 정말 기억에 남는 자리였습니다.


5. Social Activity

이번 학회에서는 제 개인적으론 유달리 social activity가 많았던 자리였습니다. 우선 우리 group에 관심이 많으신 Watanabe 교수님께서 저녁을 같이 하자고 그러셨고, 이때 우리 실험실에서 파견을 받기를 원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교토에서는 우리도 많이 본 호리오가 포스터 발표를 하였고, 마스부치와 같이 일한다는 사토루란 학생이 참가하였습니다. 호리오에게, 와타나베 교수님이 한국학생들에 비해 일본학생들이 학회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 호리오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영어도 다른 일본학생에 비해 월등히 잘하고, 여러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중일 워크샵의 효과가 점점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위에서 말한 것처럼 Vermant및 Furst와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예전에 Softcom meeting에 잠시 보았던 Twente대학의 Wim Briels 교수님과도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냥 와인 마시면서 하는 가벼운 이야기였지만 저를 기억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외에도 미네소타대학, 브라운대학, 아인트호벤대학 등에서 온 한국학생 분들과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두 분은 각각 SD와 DNS를 기반으로 하는 입자계 simulation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라 유익한 대화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Brady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역시 간단하게 인사만 하는 정도로 끝났습니다. SOR에서 본 Brady는 너무 대가 같아서 쉽게 이야기 하기 어렵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곤 제가 벨기에에서 같이 어울렸던 Leuven group 출신들 학생들과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Moldenaers를 비롯하여, 지금은 Delaware Wagner group에서 포닥을 하는 학생, 현재 벨기에에 있는 학생들 등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입자계 관련 실험을 하고 있어서, 역시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학회 점심때는 우연히 몬타나에서온 학생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NMR을 이용하여 입자계 유동을 보는 연구를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유변학회는 처음인데, 자기 system을 누군가가 simulation으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학회에 왔다고 하는데, 제가 입자계 simulation을 한다니까 어찌나 자세히 연구소개를 해주던지... 제게는 다소 생소한 방법론이었습니다만, 점심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복잡한 유동환경에서 입자의 거동과 medium의 유동장을 각각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워서,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을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현상에 대한 설명을 위해 이론적 도움이 필요한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system을 수치해석으로 보기는 쉽지 않을 듯 하였기에, 단지 제가 아는 한에서 여러 가지 방법론의 가능성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보통은 한국교수님 혹은 한국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유달리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학회였습니다. 어느새 저도 꽤 많은 사람들을 얼굴이나마 알게 되었고, 또 반대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제 얼굴을 아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연구결과가 부족했던 점이 유달리 많이 아쉬웠습니다.


6. 느낌...

Madison은 Wisconsin의 주도라고 하지만, 정말 한적한 느낌의 도시였습니다. 특히 첫 주말에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도시였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도 청사 앞인데도 출근길 정체 같은 것은 볼 수 없었고요. 예쁜 집들과, 나무, 그리고 호수를 보면서 참 공부하기 좋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어는 쓸 때마다 제 실력의 모자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미팅과 리셉션 등에서 이야기 할 일이 참 많았는데, 공부이야기는 그나마 큰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하지만, 여럿이서 대화 중 흘러 지나가는 농담들은 참 따라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셋이 이야기 하는데 한 명이 농담하고, 한 명은 웃고, 저는 못 알아 듣고 있는 그런 상황... 정말 제 영어에 아쉬움을 많이 느끼는 순간들 이였습니다. 언제쯤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많이 아쉽고 또 노력해야겠습니다.

연구 면에서는 역시 깊이와 치밀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보면서, 기존 결과들을 잘 파악하여 세세한 것까지 검증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각각의 이론을 통해 밝히는 것을 보면서 저는 무언가를 보여주기에 급급해서 원론적인 것을 너무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입자계 simulation 방법, 그리고 suspension의 phase 및 flow behavior 등에 대해서 공부해야 할 많은 숙제거리를 안고 돌아왔습니다.



학회를 참석하여, 발표를 하고, 발표를 듣고,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많이 배우고 또 많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허락해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리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