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열린 제 5회 한-호 유변학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호주 멜번에 1년간 있었고, 시드니에도 잠깐이나마 머문적이 있어서, 이번 시드니에서 열린 한-호 유변학회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었습니다.

호주와 호주 대학
이번 한-호 유변학회가 열린 시드니는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의 주도로서, 세계 3대 미항 중의 하나인 시드니 항과 오페라 하우스 등이 유명한 도시입니다. 매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서 10권에 드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호주의 다른 여러 도시들도 매년 살기 좋은 도시 10위 권에 포함되는데, 2009년 기준으로 빅토리아주의 멜번(2위), 서호주주의 퍼스(4위), 남호주주의 애들레이드(6위), 뉴사우스웨일즈주의 시드니(7위) 등 4개 도시가 10위 권에 랭크되었다고 하니 부럽기도 합니다. 시드니와 멜번이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로서 두 도시 사람들은 자신들을 멜버니언, 시드니언 등으로 부르며 자신의 도시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큽니다. 현재 호주 수도가 캔버라가 된 이유도 호주가 영국에서 독립(?) 이후에 시드니와 멜번이 서로 수도가 되겠다고 몇 년 동안 싸우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시드니와 멜번의 중간쯤 허허벌판에 캔버라라는 행정수도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가 아니라 캔버라입니다.
호주의 대학교 중에 가장 유명한 대학은 ‘Group of Eight’이라 해서 다음의 8개 대학이 가장 유명합니다.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 Univ. of Melbourne / Univ. of Queensland / Univ. of Sydney / Univ. of NSW / Monash University / Univ. of Western Australian / Univ. of Adelaide
위의 대학들로, 호주 내 연구비의 70% 이상, 연구 및 성과물의 60% 이상, 연구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매년 세계 대학 순위 50위권에 랭크 된다고 합니다. 호주 제일의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호주 국립대학교와 멜번대학교가 서로 싸우는 형국인데요, 세계 대학 평가에서는 호주국립대학이 멜번대학교를 앞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멜번대학교 사람들은 멜번대학교가 호주 제일이라는 생각을 굳건히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번 한-호는 ‘Group of Eight’ 중의 하나인 시드니 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학회 전반
이번 한-호 유변학회에서는 오랄 75편, 포스터가 23편 발표되었습니다. 한국측에서는 오랄 19편 (Plenary 1편 포함), 포스터 16편이 발표되었습니다. 세션은 Micro-Macro rheology, Numerical method, Molecular dynamics, Experimental rheology, Polymer processing, Electro and magneto rheology, Material properties, Food rheology 이렇게 8가지가 있었습니다. 발표는 한국과 호주 이외에도 일본, 캐나다, 인도, 이란, 중국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에서도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한-호 유변학회 참석이 처음이라, 다양한 참가국에 약간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한국 측에서 발표한 오랄 19편 중에서 서울대학교에서 7편 (우리 실험실이 교수님 포함 4편)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고려대학교는 두편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대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참석을 안한 것인지, 주체측에서 우리학교와 우리 실험실을 배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러한 경향은 저에겐 약간 의외였고 우리 실험실이 활발하게 연구 활동과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학생 발표의 경우, 우리 실험실 세편, 윤재륜 교수님 실험실 두편, 고려대 한편, 서강대 한편으로 한국측 학생 발표에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신기하였습니다.
호주 측 오랄 발표를 살펴보면, 시드니 대학교 12편, RMIT 10편, 스윈번 대학교(Swinburne University) 6편, 모나쉬 5편, CSIRO 4편 등으로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Group of Eight’ 중에서는 시드니 대학과 모나쉬 대학 만이 발표 수로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퀸즈랜드 대학교와 멜번 대학교는 각 두편씩 발표가 있었습니다. 위의 대학교 중 RMIT 대학교는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로서 호주 내에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변학 관련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번 한-호 유변학회에서는 주로 시뮬레이션 관련 연구와 나노 복합체 등에 관해서 발표가 있었습니다. CSIRO는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우리말로 하자면 호주 국립과학산업연구원쯤 되겠습니다. 호주에서 많은 이들이 박사 후 과정으로 이 CSIRO에서 근무하며, 대우도 좋다고 들었습니다. 시드니 대학교의 발표 중 4편이 Food rheology에 관한 발표였으며, 사실상 Food rheology 세션 전부가 시드니 대학교의 Howard See 교수 실험실의 발표였습니다. 나 빵 만만들 때 도우(Dough, 밀가루 반죽)의 특성에 관한 내용으로 이 도우의 shear properties와 extensional properties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발표
제 발표는 상용화된 Capillary rheometer를 고농도 입자계 시스템의 측정에 적합하게 개조한 부분과 그 측정 결과, Rotational rheometer와의 비교, 그리고 Flow visualization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발표 후 받은 질문은 세가지 였습니다. 하나는 간단히 flow visualization에 쓰인 capillary의 gap size를 묻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flow visualization에서 특히 shear thickening fluid의 visualization에서 보여지는 동영상과 이미지가 surface flow가 아닌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향후 제 visualization data의 신뢰성에 강한 내용으로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Shear thickening fluid의 경우 유동장이 일반적인 parabolic 형태가 아니라 plug flow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유체가 흐른다기 보다는 큰 덩어리가 밀려 내려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라서 관찰하는 부분이 surface flow일지라도 plug flow 일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shear thickening flow가 아닌 불투명하고, parabolic 형태를 보이는 flow의 경우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질문은 멜번대학교의 데이비드 보거 교수의 ‘What is shear banding?’ 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받고, 설마 보가 교수가 shear banding이 뭔지 몰라서 질문했을 것 같지는 않고 질문의 의도가 몰까 고민하는 바람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제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른 교수님들이 일반적인 shear banding의 정의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보거 교수의 질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제가 향후에 중점적으로 관찰할 부분이 pipe channel에서 shear banding 현상이라고 할 때,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ielding 현상이 동시에 있을 때, 무엇을 yielding이라고 정의하고 shear banding 이라고 정의할지부터, shear banding 분석 방법 혹은 무엇을 분석할 것 인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기타 발표
Peter J. Scales 교수의 ‘The shear and compressive yield stress of coagulated suspensions: Critical strain relationship’ 이란 제목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Shear yield stress와 compressive yield stress는 미네랄 프로세싱에서 중요한 성질 중에 하나로 발표는 yield stress를 critical strain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내용이었습니다. 입자와 입자가 강한 인력으로 붙어있는 상황에서 yield stress 즉 suspension에 유동이 있기 위해서는 이 붙어있는 입자가 서로 떨어져야 하고, 이 인력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 거리를 critical strain으로 정의하였습니다. Scales 교수와 Boger 교수는 기존부터 Vane을 이용하여 shear yield stress를 측정하여 왔는데, 이러한 측정으로 이루어진 stress 값은 입자의 농도와 사이즈 등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critical strain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이러한 값에 independent 한 yield 거동을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제목에서 들어나듯이 이 critical strain 개념은 coagulated system에서만 정의되며, coagulated system이 아닌 반발력이 큰 입자 system에서 critical solid concentration이상에서의 yielding 거동을 어떻게 설명할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다른 발표로는 Howard See 교수 실험실에서의 ‘The characterization of bread dough: experimental and conceptual issues using a capillary rheometer’라는 제목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도우의 특성을 일반적인 rotational rheometer와 capillary rheometer를 가지고 분석한 내용의 발표였습니다. 도우는 shear thinning 현상을 보였는데, 특이한 점은 high shear에서 pressure가 fluctuation을 보인다는 점 이었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 sample의 heterogeneity, surface fracture, release of gas 등으로 설명하였는데,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러한 원인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보통 저의 경우는 shear thinning fluid의 경우 낮은 shear에서 이러한 fluctuation이 있고, 높은 shear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했기 때문에 위의 원인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 이외
Peter Scales 교수와 반발력이 강한 kaolin의 shear에 의한 구조형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반발력이 강한 입자가 shear에 의해 단단한 구조를 형성한다면, surface potential 곡선에서 깊은 골에 해당하는 거리까지 shear가 입자와 입자를 다가가게 만든 것이 원인일 거라는 데에 공감을 했습니다. 또한 shear thickening 경향을 봐도 critical stress 이상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아닌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때 위의 현상, 즉 shear-coagulation이 원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습니다. Critical stress 이상에서 급격하게 점도가 증가하는 Turbulent packing 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Peter Scales 교수는 shear thickening의 원인으로 Wagner 교수의 hydrocluster formation 이론을 지지하기 보다는 Order-Disorder 이론을 지지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안교수님 말씀처럼 아직 shear thickening의 원인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결과는 아직 없으며, shear thickening 현상의 본질에 대한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여러 내용에 대해 토론이 있었으며, hard sphere suspension을 위한 분산제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작은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
이번 한-호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소득이라면 다른 학교 사람들과 많이 친해졌다는 점입니다. 학회 중, 학회 끝나고 술자리 등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들도 저와 비슷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또 다른 개인적인 소득이라면, 맛있는 맥주를 맘껏 즐기고 왔다는 점입니다. 제가 멜번에서의 1년 생활을 생각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경치가 좋거나 분위기 좋은 펍이나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 하던 점 이었는데, 이번 학회를 통해 그런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이 글을 통해 저와 주용이와 함께 하느라 고생한 택이에게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외국에는 벌써 호주와 포루투칼 두번이나 다녀왔었지만, 국제 학회에서의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때문에 많이 떨리기도 하였고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나름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표와 학회 참석 그리고 여러 토의를 통해 연구와 실험실 생활, 그리고 목표 설정이나 마음 가짐 등에 있어서 많은 아이디어와 위기감과 도전하려는 마음 등을 얻을 수 있어서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좀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다음 발표에는 좀더 완벽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주신 이승종 교수님과 안경현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