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중일 학회는 빡빡한 일정, 매일 반복되는 거친 술자리 등 여러모로 정신 없던 학회였는데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여 후기를 쓰고자 합니다. 첫 째는 학회 발표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적극성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이 제 개인적으로 해외 학회에서 했던 두 번째 발표였는데요, 발표가 끝나고 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발표란 것이 하기 전엔 긴장되고 떨리고 하기 때문에 끝나면 속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야 하는 거긴 하지만요, 그것도 잘 마무리 되었을 때나 그런 거잖아요. 헌데 이번에 정말이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배님들께서 이번엔 조금 아쉬웠어, 다음에 더 노력해서 잘하자 라는 격려 대신에 너 정말 잘했어, 깜짝 놀랐어, 너 이런 애 아니었잖아(?) 하는 식의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물론이고, 발표 잘하시는 선형이 형, 난주 누나, 진석이 형 까지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으니까요. 괜히 자랑이 하고 싶어지네요. 이러면 좀 별론데… 음… 죄송합니다.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조금 더 해볼게요.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칭찬은 너 정말 여유 있었어 라는 말이었습니다. 천천히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 있게 잘 했다라고 해주셨어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사실 여유가 있긴 했던 것 같긴 해요. 여유라기 보다는 자신감이라고 표현 하는 게 더 적절하겠네요. 학회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헌데 막상 학회가 시작되고 일본, 태국 학생들이 발표 하는 걸 보니 건방지게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내가 저 학생보다는 잘 할 수 있겠다. 한 번 해보자 뭐 그런… 나쁘게 보지 마시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봐주세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올라서니 100여명이 눈 앞에 앉아 계셨지만 큰 떨림 없이 연습한대로 편안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연습한대로 무리 없이 발표는 진행되었고, 한호 학회에서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던 질의 응답 시간도 무사히 넘겼고요.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질문하시는 분들의 영어가 잘 들리더라고요. 호주에서는 긴장해서 한 단어도 알아 듣지 못했는데 말이죠…. 비록 안 교수님께서는 제가 발표 하는 게 깡패 같았다고 어느 분께 전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음.. 그래도 저 잘하려고 열심히 연습했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끝나고 나서도 보람 있었고요. 저 스스로 만족할만한 발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발표 내용은 더 보충이 필요하지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자신감이란 게 무서운 녀석인 것 같아요. 자신감에서 비롯된 여유가 저를 안심시키고 편안히 발표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같습니다. 역시 자신감이란 건 참 필요한 거구나란 걸 이번 발표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연구실 구성원들의 발표 실력은 뭐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런 내용은 굳이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이번 학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고,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상투적일지 몰라도 정말 우리가 참 잘하긴 잘 하더라고요. 여러모로.
두 번째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인데요, 한중일 학회가 한중일 학생들간의 친분을 다지고, 학생들의 발표 능력 향상에 목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지 못한 거 같아 아쉽습니다. 술자리에서 소극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상하게도 일본 친구들과 말을 많이 나누지 못했네요. 점잖았던 몇몇 일본 친구들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때는 일본 학생들의 정신 없고 난리 법석 분위기가 싫어서 조금 피했던 게 사실이기도 한데요, 이제 생각해보니 아쉬운 맘이 드네요. 더 친해지지 못했던 게 말이죠. 앞으로 있을 학회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친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내년엔 일본에서 열리니 일본 노래 한 곡을 외워 둬야 할 것 같아요. 빠른 곡으로요.
학회를 다녀오고 나서가 더 힘든 학회였습니다. 운동을 쉬어서 그런지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지 며칠 째 기운도 없고 말이죠. 그만큼 힘들고 재미있었던 학회로 기억이 남네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너무도 즐거웠던 학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