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들 실험실 생활은 잘 하고 계신지... 사실 제가 이곳에 온지 아직 2주도 안되었지만, 벌써 두달은 지난 느낌입니다. ^^ 이곳은 정말 시골이고(매일 아침 저녁 30분씩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처음 느껴봅니다.), 또 이런 시골에 이런 큼직한 연구소가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합니다. 분위기는 학교보다는 조금 더 일터같은 느낌의 연구소이고, 그래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연구면에선 친철하나, 개인적으론 그냥 보통이라는 느낌입니다. 점심때면 다같이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티타임을 가지고, 저녁은 모두 집에가서 먹는 분위기 입니다. (연구소라 그런지 저녁은 아예 주질 않습니다;;)

이번에 접한 독일에 대한 첫인상은..'생각보다 허술하네?' 였습니다. 칼같이 잘 맞을 것이라 예상했던 기차시간도 전혀 아니였고.. (제가 타기로 했던 기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취소되었고, 그 다음열차는 10분 연착, 도착은 무려 20분 연착이였습니다. 당연히 제가 갈아 탔어야 하는 기차 역시 놓쳤습니다.) 이렇게 일정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받아놓은 taxi driver의 phone은, 막상 걸어보니 무슨 회사택시였는지 독일어로 뭐라 떠들더니, 영어 못하냐는 제 질문에 잘 알아듣고는 'NO'라고 대답하더군요. 조금 황당했습니다. 그냥 역에서 택시잡고 가야지 하는 심정으로 역에 내려보니, 제가 타기로한 택시는 무려 40분을 기다려주고 있었습니다. 화도 안내는게, 역시 또 조금 황당했습니다. ;;

이곳에 와서 첫 일주일은 말그대로 방치였습니다. 왜 4월부터 오라고 했는지..목요일(1일)에 출근해서 인사하고, 이런저런 행정등록을 하고...(연구소라 그런지 꽤나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했습니다. 사진도 찍고, 무슨 안전교육도 받고, 등등) 자리 세팅하고 나니, 내일부터 연휴니 다음주 화요일(6일)에 보자고 하더군요. 덕분에 시내도 조금 돌아보고, 오자마자 연구소 건물에 혼자 있는 경험을 며칠이나 해보았습니다.

Prof. Dhont 그리고 강박사님과 첫 미팅을 하였는데, 꽤 긴장되는 시간이였습니다. 약 세시간에 걸쳐서, 이곳의 관심사를 듣고, 이어서 제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처음에 이곳의 관심사를 들을 때만해도 너무 다른 이야기 같아서 다소 당황했었습니다. 유변학과 약간 관련되어 있는 물리학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이니, 제가 모르는 용어도 수두룩 하고, 저에게 무엇을 물어볼 때 마다 속으로 움찔 했습니다. 하지만 제 결과를 보고 토론을 해가며, 여전히 터프하지만 앞으로 할일에 대해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접하니, 이제는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저나 한번 방향을 정하고 나니, 이제는 수시로 제게 와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역시 학문적으론 친철한(?) 그룹입니다.

약 30명 정도 되는 그룹원 중 대다수가 박사인 곳에서... 또 그런사람들끼리 매일 티타임을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앞으로 두달간 쉽지않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실험실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이곳에서 역시 제가 실험실을 대표한다는 인식으로 좋은 모습 보이고, 좋은 결과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잘 지내시고, 여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