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illenbacher 실험실
  1) 우리실험실과 거의 같은 the rheology of complex fluid라는 모티브로 실험실 운영
  2) 장비면에서는 우리 실험실이 더 잘 갖추어져 있지만, 한가지의 장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우리실험실과 똑같은 CaBER같은 장비로도 의미 있는 결과들을 많이 끌어냄
  3) 우리 실험실보다 fundamental한 분야에서 연구결과를 많이 내놓음, 직접 공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할 수 있지만 저널에 실리는 논문 수는 실험실 규모에 비해 많은 편
  4) 교수님께서 BASF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셔서 산업에 대한 안목과, 유변학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모두 갖추셔서 배울점이 매우 많았음
  5) 학생들이 적다보니 교수님께서 개인적으로 학생의 연구를 코치해줄수 있는 시간이 많은게 최대의 장점인듯.
  6)  박사과정중 외국인 학생들이 상당히 많지만 모두 독일어를 능통하게 구사. 실험실에서는 독일어가 공용어. 영어는 필요한 경우에만 씀.

2. 연구
  1) Inkjet printing을 이용하여 전자부품중의 하나인 FET를 제조
  2) 기능성 메탈입자를 분산시켜 잉크젯 인쇄를 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노즐막힘을 유동상의 안정성을 중심으로 연구
  3) 얻은 점
   -  IT분야의 다양한 application을 접함. IT분야에서 유변학의 수요를 직접 경험
   -  석사과정 동안 경험한 MLCC, screen printing, high viscosity paste와 함께, FET, Inkjet printing, low viscosity dispersion을 체험
  4) 아쉬운 점
   - Fundamental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함
   - 출장을 가기 전 연구에 대한 논의가 조금 더 충분히 이루어졌다면 좀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


3. 독일의 연구
  1) 독일의 산업, 학교와의 연관성
독일의 산업이 워낙 오래 전부터 탄탄히 발전, 회사가 기술적으로 훨씬 앞서서 학교와의 과제는 형식적
  2) 독일의 대학, 연구환경, 지원
정부로부터 지원이 상당히 잘됨, 지원되는 규모에 비해 학생이 부족, 교수님도 학생을 찾기가 엄청 힘들다고 함. 주로 학부생이 인턴형식으로 짧은 과제들을 맡는 식으로 인력충당
  3) 여유, 장기간의 계획
처음에 본 독일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의 모습은 ‘너무 일을 안 한다’ 였습니다. 휴가를 1년에 몇 주씩 가고, 주말에는 모두 문을 닫고, 평일에도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시간을 딱 지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논문들이 적지 않게 꾸준히, 우리나라보다 더 잘 나온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우리학생들의 경우 훨씬 오랜 시간 더 바쁘게 일을 하고 더 열정적으로 연구에 매달린다고 생각했는데, 이 이유가 뭘까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과연 그들의 능력이 우리보다 뛰어난가, 이점은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문제를 접했을 때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토론하는 내용을 보면서 확실히 우리나라 학생들이 일하는 능력면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 성과차이는 더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나중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이유가 계획의 장기성과 단기성에 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적어도 1년, 또는 몇 년 단위로 큰 그림을 그리고 계획을 잡아서 휴가 계획과 일할 계획, 연구의 스토리를 잡아 나갑니다. 몇 년간의 계획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내일 또는 다음주까지 성과를 내기 위해 급급하지 않고 자신의 휴가까지 꼬박꼬박 챙기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저의 석사과정을 돌이켜 봐도, 큰 그림을 그리고 일을 추진했다기 보단, 당장 다음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고, 미팅이 끝나면 또 다음미팅을 위해 실험을 했던 적이 많아서, 결국 마지막에 모든 결과를 정리할 때는 전체적인 스토리에 맞지 않는 의미 없는 결과들이 많았고, 일한 거에 비해 성과는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학생들의 장점인 똑똑한 머리와, 정열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그들의 장점인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일하는 것까지 배우면 정말 양적인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아주 획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이곳에서 배운 좋은 점이 이러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인 것 같습니다
  4) 산업이나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의외로 폐쇄적.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독일은 상당히 자부심이 강하고, 그만큼 개방적이지 않고 그들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너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회사들이나, 학교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 중에 상당히 폐쇄적이고 자기의 지식이나 기반기술을 무조건 비공개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기반기술이 튼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영어를 써서 외국인들까지 이해시키려고 하는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실험실 세미나 중 외국인이 반 이상이었고 1년에 한번 하는 세미나 인데도 독일인들은 독일어로 세미나를 준비해 오는 모습에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개방하기를 좋아하고 그것이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독일인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글로벌화 되어가는 시대에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독일에서 생각보다 폐쇄적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글로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우리나라, 우리 실험실과 계속 독일어로만 세미나를 하는 독일인들의 미래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4. 영어 실력
해외출장보고서에서 빠질 수 없는, 꼭 들어가는 내용이 바로 이 영어에 관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에게 영어는 평생의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1년 동안의 외국생활로, 영어로만 생존해 나가야 하는 환경은 영어실력을 늘리기에는 둘도 없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영어실력보다 중요한 제가 배운 가치는 사람들이 언어에 대해 느끼는 태도 입니다. 유럽사람들과 우리나라사람들 사이의 영어를 대하는 극단적인 태도의 차이가 저에게 모국어, 그리고 외국어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열정적인 영어교육환경에도 불구하고 여느 외국인들보다 영어실력이 뒤쳐진다는 것은 아무래도 타고난 환경의 차이와 열등의식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유럽은 영어를 배우려는 것 자체에 우리나라만큼 열의가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독일 같은 경우도 독일에 왔으면 독일어를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영어를 충분히 구사할 줄 알지만 영어를 일부러 쓰지 않는 독일인이 허다 합니다. 외국인이 꽤 많이 참여하는 세미나에서도 독일어발표를 고집하는 독일인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을 어려서부터 강조하여 배우고 외국인이 1명만 있어도 긴장하는 제 눈에는 그 모습이 오히려 너무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물론 외국인들을 배려해주는 독일인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당연히 모든 독일인들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많은 수의 독일인들이 세미나나 회의에서 독일어를 고집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느낀 점입니다.) 이러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의 영어실력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유럽의 지정학적 여건상 워낙 교류가 활발하고 외국인들을 대하는 것이 거의 일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몸에 배는 것 같았습니다. 영어를 따로 공부하지 않을 것 같은 동네 슈퍼 아저씨나 택시기사 아저씨들도, 어려서부터 영어를 따로 공부해 왔던 저보다 실력이 휠씬 뛰어난 것을 보면서 타고난 환경의 차이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양극단의 두 나라의 언어에 대한 태도와 환경을 경험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그렇게 배타적일 필요도 그렇게 열등감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유럽인들이 모국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만큼 저도 충분히 나의 모국어를 자랑스럽게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럽인들이 표현하는 방식으로 모국어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표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말을 배워가는 외국인들이 고맙겠지만, 제 세미나를 기꺼이 들으러 와준 몇몇 외국인들에게까지 우리나라 말을 강요하는 태도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으며 이러한 태도는 언젠가는, 글로벌 한 방향으로 발전하려고 끊임없이 애쓰는 우리실험실 같은 그룹에게 뒤쳐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어실력을 끊임없이 늘리기 위해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은 영어실력은 결국은 나를 발전시키고 표현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더 깊게 생겼습니다. 1년 동안 영어실력이 획기적으로 늘었다고 볼 순 없지만, 영어실력이 높지 않더라도 외국인을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제가 1년 동안 얻은 영어부분에서의 발전인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었지만, 이것이 앞으로 저의 영어실력을 키우는데 가장 기초를 다진 첫 걸음이라는 데서는 만족합니다


5.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1) 출장보고서
떠나기 전 결심을 한 것 중 하나는 제가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기록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분명 이번 출장으로 인해 달라져있을 제가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해 나아가려고 할 때 튼튼한 받침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독일에서의 일상이 익숙해지면서 점점 나태해 졌고 결국은 새롭게 자극 받는 일의 횟수도 줄어들고 그때그때 느낀 것을 메모하자는 결심도 해이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 제가 쓴 출장보고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건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3-4일의 학회출장보고서와는 달리 1년여의 장기간의 출장을 마친 뒤 쓰는 보고서는 자세하고 구체적이기가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고 감정적 일수 밖에 없다는 게 이번 출장보고서를 쓰면서 제가 느낀 점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충격 받았던 1년인데 이 정도로 밖에 정리할 수 없는 제가 한심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물론 충분히 가치가 컸던 1년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들을 한층 더 앞으로의 제 삶의 자양분이 되도록 정리하고 가꿀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또한 이번 장기 출장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음에 이런 기회가 제 인생에서 또 한번 주어진다면, 그땐 이번 경험을 토대로 장기간의 경험들을 어떻게 더 가치 있게 기록으로 남기고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2) 도약
우리 실험실의 해외 파견이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많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해외에 나가서도 적용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만난 모든 학생들에게 제가 독일에 온 이유를 길게 설명해야 할 만큼 실험실의 해외 파견은 독특한 예였습니다. 친구들이 더 놀랐던 것은 저 같은 경우의 해외파견이 우리 실험실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받는 기회라는 것이었습니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과연 내가 우리 실험실의 투자에 상응하는 발전, 경험을 하고 돌아왔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연구 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이 앞으로의 제 연구와 인생에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고, 독일출장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에 띄는 무언 가보다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의 태도와 시야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가 부딪히는 문제를 풀어나갈 때도 그 전과는 다른 넓은 안목을 가지고 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제 인생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