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부터 14일에 걸쳐 일본유변학회(日本, 東京, 東京大學生産技術硏究所)에서 포스터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제가 현재 머물고 있는 교토대학의 와타나베 교수님께서 흔쾌히 기회를 주셔서 동의를 구한 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발표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보다는 학회 자체를 즐기고 느껴보자 라는 취지가 강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저는 도박을 했습니다!?
사실 뚜렷한 연구성과가 없는 본인으로서는 이번 참여 자체가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유변학회에서의 발표를 통해서 일본인들에게 비춰지는 저의 첫 인상이 마지막까지 제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는 비단 저의 이미지 문제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교수님, 속해있는 연구실의 이미지, 그리고 소속대학의 이미지까지 너무나 많은 것이 평가되어 버릴 여지가 있기 때문에 참가 자체에도 망설임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안교수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학회에 참석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하게 되었지만요. ^ ^)
-일본유변학회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
이번이 37주년째 맞는 학회라고 하니 꽤나 역사가 깊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1년에 2회(봄, 가을)에 걸쳐 이루어 진다고 하며, (한국과 동일하지요?)
봄 일본유변학회에서 오럴 발표는 주로 교수님들, 회사연구원 위주로 이루어 지며 학생들은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을 유변학회에 비해 봄 유변학회의 규모는 조금 작다고하네요. (가을 유변학회의 경우에는 세션4개로 진행된다고 하니 세션1개로 진행되는 봄 유변학회에 비해서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이번 학회는 5월 13일-14일 이틀에 걸쳐 진행 되었으며, 첫 번째 날은 주로 포스터 발표, 두 번째 날은 오럴 발표로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포스터 발표는 37인, 수상강연5인, 연구발표 18인으로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로 진행 되었습니다.
-학회 성격.
학회 분위기자체는 한국과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 오전에 포스터 발표가 이루어 진다는 점은 새로웠습니다.) 또한 예상했던 일입니다만, 발표자료(포스터,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들이 모두 ‘일본어’로 적혀 있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일본이 스스로에게 갖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인 제가 보기에는 마냥 읽기 어려웠지만 말이죠…)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각 발표내용에 대해서 사실 집요하게 정리해 보지는 못하였지만, 대략적인 발표주제, 참여자의 성격에 관해서 느낀 바를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한중일 학회를 통해서 혹은 해외 학회에서 많이 접해 보셨겠지만, 일본의 유변학은 ‘Polymer physics’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일본 유변학회에는 polymer processing쪽이 ‘완전히’ 배제 되어 있었습니다. 국내 학회에서 유변학과 polymer processing 분야가 함께 다루어 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의 발표 자료는 polymer solution하에서의 유변물성 측정과 연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실험결과를 이론 모델과 연관 지으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 일례로 실험 데이터를 발표하면서도 마쓰부시 교수님의 데이터 및 이론을 상당히 많이 언급 하더군요. 시뮬레이션(이론)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과는 다르게 현상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이론적으로 설명 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다양한 회사에서 참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학회사, 화장품, 전력회사(국내의 한전 정도?) 등 산업연구원들도 참여하여 유변물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그들 또한 실험 데이터에서 그치지 않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른 이론수치와의 비교 자료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유변학 또한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산업체에서의 참여가 증가하리라는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와타나베 교수님의 그룹에서는 Rheology, rheo-dielectric measurement, polymer physics가 잘 조화를 이룬 연구를 하고 있었으며 오랫동안 이 분야 하나를 연구해 왔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발표가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심이 가던 주제.
제가 특별히 관심 있게 본 발표는 X-ray CT를 이용하여 polymer blend의 구조를 촬영 및 3D로 재 구현한 연구에 관한 것 이었습니다. 주로 Kyoto Institute of Technology의 학생들에 의해서 이루어 지고 있었으며 이 방법을 이용하여 4명 정도가 포스터 및 오럴 발표를 하였습니다.
PS/PMMA blend에서의 shear rate에 따른 phase separation시의 구조 변화를 3D관찰 한다던가, polymer composite 내의 fiber의 orientation을 이를 이용하여 관찰하고 있었으며 예상 이상으로 명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너의 발표는 어떠했나?
저는 부산 한중일 유변학회에서 발표와 동일한 주제의 ‘Structure formation during particle sedimentation studied by Brownian dynamics simulation’로 포스터 발표를 하였습니다.
(한국유변학회에서도 포스터 발표를 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유변학회 발표 주제에서 입자계 서스펜션은 워낙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전혀 관심을 안 갖어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어 주셨습니다. (현재 교토대에 계신 타니구치교수님, 미쓰이케미컬사의 연구원 분 등)
관심을 갖어주신 분들께 제 연구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크리티컬한 피드백은 없었고, hydrodynamic interaction을 고려할 경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실제 시스템에서 Peclet number는 어느 정도의 범위인가 정도. 그리고 structure analysis 그래프 분석법에 대한 몇 가지 사소한 질문 등이 있었습니다. 크리티컬한 피드백이 없었다는 것은, 실제로는 제 연구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연구에 몰두해야겠다 하는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만남.
유변학회를 통해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작년 우리 실험실에 3주정도 머문, 그리고 한중일 유변학회에서 여러 번 얼굴을 본 ‘쇼고’상 또한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참 반가웠으며,
1회 한중일학회에 참석했었다고 하는 ‘사토’(지금은 미쓰이케미컬에서 일한다고 하네요)상,
3회 한중일학회에 참석했었다고 하는 ‘준'상,
또 서울대 졸업 후에 일본에 와서 현재 호카이도 대학에서 조교수로 있다고 하시는 ‘나 양호’선배님 또한 뵙고 인사 나눌 수 있었습니다.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난다는 것이, 더구나 동일한 관심 주제로 연구를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참 설레더군요.)
학회를 통해 예전에 뵈었던 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뻤으며,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이 참 설레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만남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정리하자면.
저에게는 어쩌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일본유변학회 발표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에서의 포스터 발표가 제 학회인생의 첫 번째 포스터 발표가 되어버려 도무지 잊혀지지 않을 학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본유변학회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였으며, 제 연구자세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을 할 수 있던 자리었습니다. 많은 만남이 있었고, 그 때문에 앞으로의 학회들을 더 설레게 만드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부족함 많은 제게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교수님과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