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달간 독일 율리히의 Dhont group에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Dhont group의 공식명칭은 IFF-7 Soft Condensed matter 로서, Institute of solid state research (IFF) 내 9개 부서 중 하나 입니다. 이 그룹에 대한 첫 인상은 '참 외진곳에 있구나'와 '참 막강한 그룹이구나' 였습니다.

이 그룹의 인원은 약 30명 정도로, 보스인 Jan Dhont를 포함하여 연구원 11명, Post-doc 7명, technical staff 4명, 그리고 박사과정 학생 7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조직 내 박사가 절반 이상이고, 또 이들이 각자 세분화 된 분야에서 각각 이름을 알리고 있는 막강한 그룹이였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discussion을 나눈 분들만 해도, Jan Dhont, Kyongok Kang, Pavlik Lettinga, Gerhard Naegele, Marisol Ripoll 등 가기 전부터 논문으로 여러번 접했던 이름들이었습니다. 특이 이분들이 모두 각자 자기 분야에 대한 강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그러면서도 한 그룹으로서 같이 협력하며 일하는 모습에 조금 놀랐습니다. 한 예로 제가 질문을 들고 찾아갈 때마다, 겨우 절반정도만 알아 들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관련 내용에 대한 논문을 수십편씩 소개해주는데, 그중 대부분은 본인이 직접 쓴 논문이였습니다. 그럴 때 마다, 제가 얼마나 지식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은 지를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막강한 연구소가 정말 외진 곳에 있다는 것 역시 조금 신기했습니다. 율리히란 도시는 인구 3만의 소도시로, 지도상으로는 도시의 크기와 연구소의 크기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작은 도시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이 도시의 97%가 파괴되었다고 하는데, 아마 연구소를 지을 때는 도시의 활성화도 기대했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 대도시에 살면서 출퇴근 하며, 도시 자체는 크게 성장을 못한 듯 합니다. 덕분에 저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숲에서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 넓은 들판과 말, 맑은 공기를 마음 것 즐기고 왔습니다.

두달이라는 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이번 파견을 떠나면서 제가 다짐했던 목표 두가지는, shear banding 관련 결과들을 정리하고, vorticity banding 관련 수치실험 및 해석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제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일들을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는 생각입니다. Shear banding 관련하여서는, 우선 우리 알고리즘이 맞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우리가 발견한 현상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데도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각자 자기 전문 지식이 강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들고가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스스로 많은 세세한 내용들을 점검 할 수 있었고,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여러 조건에 대한 실험 역시 추가로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Vorticity banding 관련하여서는, 이곳에서도 서로 보고자 하는 것이 조금 달라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짚어가며 가장 기본적인 것 부터 확인하고 넘어가려는 Dhont 스타일과, 조금 더 빨리 현상을 파악할 수 있고 또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얼른 해보자는 Lettinga 스타일 사이에서, 일하는 방식의 차이에 대한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두달간, 학문적으론 터프했던 연구소와 생활면에서는 적적했던 율리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특히 기존의 제 연구에 대한 점검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또 연구의 진행방법 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경험이였습니다. 이런 좋은 경험과 좋은 인연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교수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