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의 와타나베 교수님의 연구실에 파견 나갔던 이영기 입니다.
어느덧 5개월이라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파견 동안에 너무나 많은 것을 경험하고 겪었고 그것을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몇 번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할 말이 많아서 너무나 쓸 말들이 많아서…
그래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잠시 접어두고 가장 나누고 싶은 말 하나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나는 무엇을 했는가?’

제가 일본교토로 떠나는 길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았습니다. 가벼운 척 하려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무거움이 앞선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제가 하고 있는 일과 너무나 다른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그때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순히 말 장난 같지만, 저는 이 차이를 이렇게 설명해 볼까 합니다. 해야만 하는 일-누군가에 이끌려 억지로 해야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주인의식을 갖고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일.

저는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도착해서까지. 고민 끝에 해야만 하는 일에 얽매이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찾기를 택했습니다. 일본 파견기간 동안에 지도 교수님 이셨던 마쓰부시 교수님께서 가이드 해 주시는 방향을 우선으로 따르면서도 주체적으로 일을 찾아 상의해 보고, 때로는 양해를 구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도 해보면서 많은 배워보고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일본유변학회에 참석해서 날뛰어도 보고. 또 원래 주제와는 살짝 일탈해서 평소에 관심이 있던 연구도 해 보고.
저는 참으로 잘 ‘즐겼다’ 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제가 해야 하는 일들을 했기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와타나베 교수님께서 언젠가 술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연구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거다. 충분히 즐겨라.’

저는 그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더군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며,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의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 즐거움이 동반된다면 더욱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파견을 나가는 모든 학생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석사 1, 2년차에 파견을 나가는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겠지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내는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이것은 연구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글을 훑어보니 조금은 건방진 글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제 스스로 참 많이 클 수 있던 좋은 경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이전 보다는 조금 성숙된 마음가짐으로 실험실 생활을 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두분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이만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