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CR (Pacific Rim Conference on Rheology)
이 학회를 알게 되고 참석하게 된 동기는 안교수님의 메일을 통해서 입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환태평양유변학회’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연구실에 고참들도 잘 들어보지 못한 학회였고 그래서 그런지 낯설음은 더해만 갔습니다. 총 등록인원은 450명 이었고 주로 참석한 나라는 일본(200명) 한국(50명) 중국(40명) + 기타나라(160명) 이고 한국이 두 번째로 많이 참석 했습니다.

리허설
이번 학회에 참석하면 가장 큰 실수를 한 것은 ‘리허설’을 늦게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준비를 소홀히 진행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학회든 국제학회든 리허설은 필수이고 다들 충분히 연습하고 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감도 더 생기고 실제 상황에서의 돌발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 메일과 트위터를 통해서 준비소홀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셨는데 많이 답답하셨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든 국제학회든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참석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출발 이틀 전에 리허설을 했는데 연구실 동료 몇몇과 함께 옹기종기 강의실에 모여 부족한 점을 채울 수가 있었습니다. 같이 해준 연구실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학회분위기 및 진행
학회는 총 5일간 진행되었고 오전까지 진행되었던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약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일본과의 시차가 없기에 유럽이나 미국처럼 시차 때문에 학회장에서 꾸벅꾸벅 조는 일은 없었습니다. 발표는 총 6개의 방에서 이뤄졌으며 섹션별 발표주제는 다른 학회와 비슷했습니다. Plenary 와 keynote 에 28명의 연사가 초청되었는데 그 중에는 한국 교수님의 발표 수가 적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일본 주최측에서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또한 초청 연사들 중에서 유변학 분야에서 소위 대가러스한 분들을 초청하지 않은 점은 주최측 조직력의 약점으로 생각됩니다.

내 발표 와 질문
저는 둘째날 ‘Non-Newtonian Fluid Mechanics & Micro Fluidics’ 섹션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발표를 어떻게 하면 매끄럽고 청중이 알아듣기 쉬울까를 계속 고민하며 자료를 만들고 대본도 그에 따라 작성했습니다. 아무래도 simple shear flow에 많이 익숙한 청중일 테니 combined flow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인트로 부분에서 rheometry 가 왜? Combined 로 가야만 하는지를 납득시키는 메시지를 던지고 최근의 연구에서도 combined 된 유동을 이용한 측정이 이뤄진다는 논리로 전개해 나갔습니다. 결과 슬라이드를 보여줄 때도 정말 필요한 슬라이든지 많이 고민하고 수정을 했습니다. 예전 발표에서 제가 오류 범하고 있었던 부분은 Newtonian fluid 인 PB (polybutene) 에 대한 결과를 PEO (polyethylene oxide)와 비교했던 것 입니다. 사실 PB는 장비 검증 부분에서 잠시 나오면 될만한 내용인데 자꾸 전 N와 NN을 비교를 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오류에 빠져있었던 겁니다. 이번 학회발표를 통해서 저는 자료를 만들며 결과들이 새롭게 가공되었고 전 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간중간에 룸세미나, 학회발표, 논문쓰기 등을 통해서 연구를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발표 시작 전에 앞 줄에서 노트북을 점검하고 있는데 MIT Mckinley 교수님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작년 유럽유변학회 발표 때도 들어오셨는데요.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생님이나 안교수님과의 친분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그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 작년에는 질문을 하셨었는데 제가 너무 긴장해서 허둥대다가 간신히 답변을 했던 기억이 있어 혹시 이번에 질문하시면 멋지게 답변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김치국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이번에 질문을 안 하셨습니다. 내심 깊이 있는 코멘트를 기대했었습니다. ㅋ (^^;) 질문은 2개를 받았습니다. Nagaoka University of Tech. (Japan) 의 T. Takahashi 교수님께서 “sample이 compression 되면 compressibility 문제가 생길텐데 어떻게 해결했느냐?” 라는 질문을 하셨는데요. 저의 답변은 compression 또는 extension 될 때의 normal stress vs. strain 으로 기울기가 ‘negative’ 가 되면 그때부터의 측정값은 버리고 그 전까지를 incompressible 영역으로 가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상혁이가 파견 나가 있는 Univ Melbourne (호주) P. Scales 교수님 방의 학생으로 보이는 A. Stickland 로부터 나왔습니다. “simulation에서 free surface BC를 어떻게 설정했어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근데 제가 처음에 잘못 알아들어서 slip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우리 시스템은 viscoelastic 이기 때문에 solid-like한 물질처럼 slip에 대한 문제는 없다라고 답변해 버렸습니다. 뒤늦게 알고 Stickland를 찾아가 다시 설명해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발표하고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이 나오지 않게 발표시간을 길게 하자.” 이런 통밥을 굴리기도 했는데요. 그 동안 발표하면 얻은 자신감 때문인지 이제 그런 걱정은 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문헌검색 철저히
이번에 문헌검색 없이 발표하는 발표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특히 일본 발표자들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치 자신이 그 연구와 그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한 것처럼 발표를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습니다. 다른 한국교수님들도 그 점에 대해서 지적하셨구요. 자신이 하는 연구분야와 관련 있는 논문을 찾아 학습하는 것은 가장 기초 단계의 일이고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어찌보면 심한 말로 기본이 안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에서 재현성, 도덕성, 내의 업적과 타인의 업적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정말 기본이고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존중, 겸손
간혹 가다가 발표 장에서 삿대질을 하며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나이 지긋한 백발의 교수님들이 계십니다. ^^; 이번에도 그런 분을 만났는데요. 조광수교수님 keynote 시간에 “너의 연구는 엉터리다!” 라는 코멘트를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교수님 연구가 엉터리는 아닐 뿐더러, 혹 약점이 있더라도 그냥 나이스하게 코멘트를 남기시면 될 터인데.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느낀거지만, 언제나 겸손하게 내가 틀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연구 임하는 것이 내게 더 유익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상대방이 틀릴 수도 있고 나도 틀릴 수도 있고 서로 경청하며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학회의 취지가 아닐까 합니다.

북해도
일본말로 홋카이도이며, 주시는 삿뽀로, 러시아와 매우 가깝습니다. 삿뽀로시에 있는 홋카이도대학은 미국인 Dr. Clark 가 세운 대학으로 유명하구요 또한 “Boys be ambitious!” 로 알려져 있습니다. Dr. Clark 가 떠나면서 일본 젊은이들에게 이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세계 젊은이들의 가슴에 남은 말이 되었네요. 마지막 날 와타나베 교수님을 비롯한 일본 교수님들과 한국교수님 그리고 학생들과의 회식에서 김명호박사님(한남대)께서 일본 홋카이도 대학 교수님들에게 Dr. Clark와 Boys be ambitious! 에 대해 물었는데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ㅋ 그러면서 홋카이도대학 교수님과 동행하시며 저희들에게 언제 Boys be ambitious!를 들었냐고 질문하셨습니다. ^^;;; 모두 중학교 아니면 고등학교 때라고 대답하자 일본인 교수님이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에필로그
처음 참석한 낯선 학회 PRCR. 프로그램이나 조직 차원에서 인터내셔널쉽이 부족한 학회였지만 저에겐 발표와 토론에 대해서 진취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긍정적이고 겸손하게 열정적으로 연구하면 아무리 꽉 막힌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학회를 통해서 지식을 배우고 열정을 되새기는 좋은 기회를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