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규 교수님께서 포닥 생활을 몇 년간 하셨고, 주영이도 1년간 지냈고, 이제 아영이도 1년간 머물게 되어서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독일 KIT에서의 연구와 생활에 관한 출장보고서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두 달간 KIT의 Wilhelm 교수님 그룹에서 지내면서,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진로, 생활 태도, 인간 관계 등에서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KIT 및 prof. Wilhelm group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KIT는 독일 내에서 대학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대학 및 연구소입니다. 사실 독일 대학 평점 혹은 순위라는 것이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순위가 확확 갈리는 구조가 아니라 모든 대학교가 고르게 상향 평준화 되어있습니다. 독일은 자신이 학위를 마친 대학에서 포닥 생활을 할 수 없으며, 포닥을 한 곳에서 교수가 될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덕분에 특정 대학교나 지역에 펀드나 인재가 몰리는 현상이 없으며, 독일 산업체도 독일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대학들이 산업체와 연계되어 각 지역 대학마다 고르게 발전되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순위는 엄연히 존재하며, KIT는 톱 클래스에 드는 학교라 할 수 있겠습니다.
Wilhelm 교수님은 FT-rheology로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전공은 화공이 아닌 화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또한 NMR 분석 쪽으로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셨습니다. 현재 교수님 그룹은 기능성 폴리머(Block co-polymer, Liquid crystal 등)의 합성과 그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론 개발 및 적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특징 중의 하나는 유변학적인 측정 방법 혹은 기기 (Rotational rheometer 혹은 Capillary rheometer)와 여러 다른 분석 방법 혹은 기기 (NMR, MRI, SAXS, FT 등)를 결합하여 내부구조 혹은 특징에 대하여 좀더 세밀하고 정확한 분석을 추구하는 점입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개발하고 적용한 분석 방법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어서, 이미 TA사와 ARES-G2 프로그램에 FT 분석에 관한 부분 추가에 관한 내용을 진행하였으며 (실제 ARES-G2 구동 프로그램에는 FT 분석 (I3/I1 등)이 유변 물성 측정과 동시에 측정하는 부분이 추가되었습니다.), Capillary rheometer는 in-situ melt instability 분석 툴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독일 Goffert 사) 이미 상용화되어 제품이 판매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Hydro-gel을 이용한 담수화 연구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과는 다르게 실제 공정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아닌 측정 기기 및 방법론 개발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Wilhelm 교수님이 항상 농담처럼 하시는 이야기가 기초 이론은 독일에서 개발하고, 시제품과 상용화는 미국에서 하고, 그것으로 제품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라는 것이었습니다. KIT 출신 유명한 사람 중에 Herzt와 Benz 뿐만 아니라 LCD에 과한 기초 연구로 유명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동상 앞에서 Wilhelm 교수와 나눈 이야기 입니다. 우리 그룹과 Wilhelm 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비교해봐도 위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연구실 생활
제가 경험한 독일에서의 두 달은 주영이가 경험하고 보고서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매우 달랐습니다. 주영이가 경험한 독일, 제가 경험한 독일 어느 한쪽이 독일과 독일 대학교를 대표하기 보다는 그 그룹을 이끄는 리더와 구성원에 따라 생활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그룹과 다른 교수님 연구실의 방식이나 분위기가 전혀 틀린 것과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일단 Wilhelm 그룹은 그룹원간의 소통이 매우 활발한 편입니다. Wilhelm 교수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생각의 나눔입니다. 제가 처음 독일에 도착해서 시작한 일이 그룹 각 개인과 한 시간 이상씩 연구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이었습니다 (권고가 아니라 의무사항으로 교수님이 저를 볼 때마다 모든 사람과 이야기 나누었냐고 확인하실 정도였습니다.). 그룹원 모두도 저와 연구분야와 기타 모든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고, 제 연구분야와 우리 그룹의 연구 분야, 그리고 한국 산업, 대학, 심지어 정치까지 관심이 많아서 활발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 연구실의 프로젝트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졌었고, 우리의 접근방법, 적용, 문제 해결 실제 예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생활에 관한 교류도 중시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커피 미팅을 가지고 그 미팅에서는 연구 이야기는 금지되며 무조건 자기 생활에 관한 이야기 혹은 정치, 스포츠, 기타 등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독일 대학원생들의 생각, 생활 등에 관해 배우고 그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독일이라 그런지 북한과 통일에 대해 많은 관심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통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나 의견이 없던 저도 통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룸세미나도 매주 한번씩 있었는데, 물론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 의무였습니다. 질문도 영어로만 하는 것이 룰이었습니다. 그들이 제가 있는 장소에서 독일어로 이야기한 경우는 연구비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한 경우 딱 한번이었습니다. 외국인이 저와 다른 한 명으로 매우 소수인 그룹이지만 대화하고 생활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한국에 있었을 때 보다 세배는 더 많이 이야기하면 지낸 두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 이외에도 그룹 원들 간에 매우 친해서 외식이나 회식(?)도 매우 자주 있었습니다. 두 달 동안 전체가 참여하는 BBQ 파티가 4번, 기타 한 6~8명 정도 함께한 회식이 아~주 여러 번 있었으니 오히려 우리 실험실보다 더 자주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에서 지낸 지 2주일 후에는 외국에 나와있는 지 못 느낄 정도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주영이가 지낸 그룹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에서 지낸 경험으로 생각하건대,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 그룹의 리더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그 구성원의 생각과 생활 방식이 그룹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현재도 활발하지만 우리 실험실에서도 실험실원간에 더 활발한 토론을 통해(연구분야) 더욱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제가 독일에 간 목적은 제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 여러 Data 분석 방법 (FT, ACF, CCF 등)에 대해 배우고, Wilhelm 그룹이 가지고 있는 Capillary rheometer와 그 분석 방법에 suspension을 적용하는 것 이었습니다. Wilhelm 그룹도 Capillary rheometer를 이용하여 pressure data를 통해 melt instability를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우리 실험실과 가장 큰 차이점은 pressure transducer가 channel 내부에 위치하여 내부의 pressure fluctuation을 측정한다는 점입니다. Wilhelm 교수님도 자신의 capillary rheometer, 그 측정 시스템, 그리고 분석 방법이 polymer melt뿐만 아니라, suspension 특히 고농도 suspension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궁금했었고, 저도 instability의 정량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두 연구실의 목표가 일치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험 결과를 통해 고농도 suspension의 경우, 그 점도가 melt에 비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fluctuation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suspension의 분산 상태에 따라 capillary channel 내부에서의 fluctuation의 전개 양상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응집된 suspension의 경우 fluctuation은 channel 전체 디멘젼 크기로 일어나지만, 잘 분산된 suspension의 경우는 fluctuation이 유동 방향에 따라 진행 (‘avalanche’)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잘 분산된 suspension의 경우 우리 capillary rheometer 시스템에서 측정하지 못한 큰 시간의 주기를 가지는 fluctuation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러한 주기는 유동이 진행될수록 변한다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좀더 정확한 신호 분석을 위한 장치 셋업 등에 관한 내용과 여러 센서 및 기타 적용 가능한 geometry에 관한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도 토론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과 독일인에 관한 느낌
독일인하면 근면성실, 무뚝뚝,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독일 생활을 통해 어떤 부분은 옳고, 어떤 부분은 오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일인 인상이 무뚝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상만 그럴 뿐, 실제로는 매우 친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험실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일상 생활에서 마주친 독일인 모두 매우 친절했으며 유쾌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호주 생활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호주인이나 독일인은 인종차별이 심하다/아시안인들을 무시한다 이런 종류의 불만은 모두 오해인 것 같습니다. 오해라기 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그들을 대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그렇게 대접 받는 것 같습니다. 맘 열고 즐겁게 그들을 대한다면 세상 어느 나라 사람도 불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합리적이고 근면성실 한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사회 시스템도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요약하자면 자기가 행동한 만큼, 지불한 만큼 대접받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마찬가지여서 매우 자율적이지만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엄격하게 지우는 사회라 알아서 사회 규범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실험실 생활도 마찬가지여서 안전 규정을 지켜라 지켜라 해서 지키는 것이 아닌, 안지키면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이 강해서 자율적으로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성실하지 못하면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고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도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지켜야 할 규칙은 너무 많지만, 누구도 지키지 않는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배울 모습인 것 같습니다.

짧은 두 달 동안의 독일 생활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은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큰 성과와 즐거움은 연구실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친구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수준을 알았으니, 필연적으로 그들과 저의 발전된 정도가 비교될 것이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이승종 교수님과 안경현 교수님, 그리고 독일 생활에서 제게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신 Wilhelm 교수님과 Ingo와 Michael를 포함한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