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15일 미네소타에서 열린 International Society of Coating Science and Technology (ISCST)라는, 코팅 전문 학회를 다녀왔습니다. 이 학회는 미국에서 하는 2년마다 열리는 학회이구요, 이번이 15회이니 30년이 되었네요. ISCST가 열리지 않을때에는 ECS(European Coating Symposium)이 유럽에서 열리구요. ECS는 지난해가 9회였으니 ICSCT보다는 약간 역사가 짧으네요. 코팅학회의 가장 큰 특징은 회사와 학교의 참석자 비율이 거의 50:50이라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하는 대부분의 발표도 회사와 같이 일하거나 회사에서 관심이 많은 발표이구요. 이 학회가 정말 재미있는 점은, 전자, 에너지, 바이오와 같은 이슈의 산업화에 많은 고민을 하는, 소위 돈되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회사, 미국 회사에서 많이 오는데,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도 생각보다 많이 왔더라구요. 제일모직, SKC, 동우화인켐, 기계연구원, 이렇게 왔는데, 작년 유럽코팅학회에서는 한국에서 온 회사 사람을 한면도 못본거에 비해 올해는 많이 봤습니다. 미국학회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출발하는 날부터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미국 비자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서 비행기를 못타고, 연수와 미림이 먼저 출발했었어요. 제가 같이 출발을 못하는 바람에 미네아폴리스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재욱이가 저 없이 미림이랑 연수를 만난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아 연락을 하려는데, 이게 좀 어렵더라구요. 여차저차해서 연락은 되었지만, 스마트폰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어요. 연수와 미림이는 오후에 도착하고, 저는 밤 10시경에 미네아폴리스 공항에 저녁에 도착했는데, 재욱이 환영겸해서 미네소타 유학생들이 모여있단 말듣고 그곳으로 바로가서 정신없이 떠들고, 밥먹고, 술먹고…ㅋㅋㅋ 출장가서 짐도 안풀고 어디가서 사람 만나긴 처음이었어요. 제가 있었던 2005년 이후로 미네소타에 유학간 화공과 학생들 엄청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지도 교수가 Swiss ETH로 가버린 99학번 강문성, Umass에서 놀러온 김정욱(?), 지금 화공과 유학생 회장인 이한승, 술취하면 엄청 웃기는 연수 동기 허성민, KAIST 전자과 나오고 대학원을 화공과로 바꾼 김상원, 등등… 그 중에 제가 있을때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많이 든 Bates group의 이상우라는 96학번 학생이 있는데요, 힘든 박사과정 중 우여곡절 끝에 science에 accept 되면서 화려하게 졸업하는 극적인 박사학위 취득 드라마는 눈물 찡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어야 진짜 박사가 되고, 그래서 박사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장 발표때 더 말씀드릴께요. 또한명 이번에 잘 알게 된 친구는 Francis 방에서 microrheology를 이용해서 코팅층의 건조중 물성 변화를 공부하는 송진오라는 학생입니다. 이번에 학회기간 내내 가장 많이 얘기를 하였는데요, 특히, 이친구랑은 학회발표 내용과, 앞으로 연구 방향, 진로 등에 대해 꽤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SOR에서도 발표를 한다더군요. 이 얘기도 출장 발표에서 더 말씀 드릴께요.

학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유동과/ 건조로 나누어지고, 유동은 Minnesota의 Scriven 제자들이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팅 유동보다는 유동 자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wetting, leveling 등에 대한 발표가 더 많았구요, 이 부분은 미림이가 자세히 들었어요.
저랑 연수는 하는 일이 건조이다 보니 그쪽 발표를 쭉 들었는데, 유럽의 KIT와 미국의 Monnesota가 각 대륙의 대표주자로 모든 발표의 약 50%를 차지했었습니다. 재미있는것은 두 그룹의 색깔이 확실하게 대조적이라는 것이고, 그 그룹의 취향이 확 나타나는 느낌이었어요. 정치인 또는 비즈니스맨 느낌이 나는 KIT의 Shabel group은 발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조금이라도 멋져 보이려는 노력을 많이 한 반면, 학자 느낌이 나는 Francis group은 뭔가 중요한 것은 빼고, 현상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의 발표가 많았습니다. 물론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깔끔하게 편집해서 뭔가 기억나게 하는 KIT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KIT는 보다 Fundamental한 연구를 하고, Minnesota는 회사와 직접적인, 보다 application관련된 연구를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아직도 Minnesota 주는 기존의 3M 뿐 아니라, 최근 bio application의 코팅 관련 전세계 top5 중 3개의 회사가 있다더군요. 저희는 듣도보도 못한 회사이지만, bio-medical 분야로 가면 엄청나게 대단한 회사들이 거기에 있고, 코팅 노하우가 많은 Minnesota랑 계속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날 energy application 특별 세션을 보면서 연료전지조차도 제조 공정이 입자계 코팅/프린팅이라는 걸 알고 엄청 기뻤습니다. 이렇게 되면, 2차전지태양전지 연료전지까지 모두 입자계 코팅이란건데요, 게다가 기계연구원에서 온 이승헌 박사님의 잉크 제조에 대한 애로사항을 듣고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갈수록 입자계의 분산, 건조가 중요해질테니 제가 할 일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못본걸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입자 분산에 정통한 느낌을 주는 분을 아직은 못 보았거든요.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을수 있는 것인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가끔 논문을 읽어보면 이정도 논문을 쓰는 정도의 내공이면 웬만한 application의 분산 문제나 건조에 대해서는 해결할 수 있겠다라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주로 미국과 유럽쪽인데,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미국이나 유럽 회사는 회사는 이런 사람들 도움을 받으면 분산,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더 수월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쨋든, 우리나라에는 시장 특성상 입자 분산/건조 특성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정말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구요.

제 발표날 아침에 Chris Macosko를 만났는데, 제가 발표하는걸 안다고, 한번 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제 발표의 유일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흡착이 왜이렇게 느리냐?’라고 물어보았는데, 제가 대답한 걸 듣고는, Chris 옆에 앉아있던 GM에서 배터리 분리막 연구하는 분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고, 그 다음 Chris가 부연 설명을 하면서 한 수 크게 배웠는데요, 제가 대답한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었고, 실제로 Chris는 silica/PDMS system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아주 좋은 comment였어요.

이번 학회는 정신이 없었어요. 자의반, 타의반으로 계속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얘기하고, 반가운척도 하고, 할말도 없는데 계속 말을 이어가야 하고 등등…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처음에 학회를 갔을 때에는 아는사람 한명 없으니 발표만 듣거나, 발표하는 시간 이외에는 모두 자유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동경대 사람들이 같이 밥먹자고 해서 참 힘들게 이거저거 대화를 나누고… 서로 피곤해 보이는데 안그런척 하고 등등…

결국 돌아오고 나서 감기 걸려 주말 내내 쭉~ 뻗어 있었고, 오늘에야 후기를 쓰네요…
정말로 dynamic한 이번 학회에는 고마운 사람들 많습니다. 학회 참석의 기회를 주신교수님 뿐 아니라 학회 기간 내내 엄청난 사회활동으로 많은 이벤트를 arrange를 해준 남재욱 박사(나중에 혹시라도 코팅학회 chair 같은거 할생각 있으면 도와준다고 했어요.ㅎㅎ), 학회 기간 내내 ride해 준 미네소타 대학의 박사과정 송진오, 학회 첫날 저녁을 사준 제일모직 강경구 박사님, 술을 사준 동우화인켐 김상규 차장님, 무엇보다 학회 기간 내내 저와 재욱이, 진오 뿐 아니라 심지어 학회에 참석한 미네소타 대학 사람들(한국인 말고)에게까지도 즐거움을 가져다 준 미림이와 연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