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미국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서 개최된 SoR 82nd annual meeting에 다녀왔습니다.
SoR에 처음 다녀왔는데 굉장히 큰 학회였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발표하는데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발표가 이어져, 연구 잘하는 사람이 세상에 참 많다는 것을 우선 느꼈습니다. 발표는 25일 월요일 오전부터 28일 목요일 오전까지 이어졌는데, 6개 세션장에서 동시에 진행이 되었습니다. 4일 동안 6개 세션장이 똑같이 유지된 것은 아니고 매일 세션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4일 동안 그대로 유지 된 것은 Suspension, Colloids and Emulsions(SC) 하나였습니다. 다른 세션들은 번갈아가면서 나왔고, 특히 제가 관심있게 들었던 Micro- and Nano- Fluidics 같은 경우 월요일과 목요일에만 세션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표의 개수만 봐도 여기 온 사람들이 뭐에 관심을 집중해 연구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SC가 가장 많았는데, 사실 또 생각해보면 입자계를 다루고 있는 세션이 SC뿐이 아니라 Rheology and Flow of Glass-like materials 등도 있었기 때문에, 입자계에 관한 연구가 주된 것이었다는 것에 이견이 있기 힘든 학회였습니다. 작년 SoR 후기들을 보니 작년에도 역시 입자계가 주된 맥락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SoR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니, 트렌드가 일년 동안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발표들을 들으니 조만간에 바뀌지도 않을 듯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역시 연구가 점점 '실제'와 가까운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실제 상황을 최대한 덜 단순화시켜서 보는 것이랄까요. Heterogeneity의 분석 역시 좀 더 현실과, 실제 문제와 가까운 곳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겠습니다. 이게 좀 재밌는게, 이렇게 현실에 가까운 문제를 다루는데 엔지니어들의 연구가 주된 것이 아니라, 물리 쪽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이랄까요. 귀납적으로, 이런 현상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었으므로 이런 경우 이렇다, 라고 말하는 방식도 연구의 한 방도이겠으나, 물리학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좀 더 근본적이고 연역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보여지고, 앞으로 저런 방식으로 연구 결과를 기술해야 할 것입니다. 더 어려워졌습니다. 마치 자연대, 공대 학부를 졸업 후 인문 사회 계열 대학원 진학 내지는 시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그 반대 되는 경우보다 흔한 것과 유사하게, 순수과학을 하던 사람이 공학을 시도하는 것보다 공학을 하다가 물리와 같이 순수 과학을 도입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은 일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이번 발표 중 정말 물리에 가까운 발표들은 거의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우리가 하는 연구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고찰, 규명하는데 들일 노력이 배가시켜야 하겠다 여겼습니다. 또 강하게 느낀 것은 다들 발표를 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기 전부터 SoR에서는 다들 발표를 잘한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어서 긴장도 하고 그랬는데 확실히 잘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내용이 허접해도 발표는 유창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확실히 미국 사람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했습니다. 이게 발표도 발표지만 발표 후, 질문에 대한 대답도 중요하였던 것이, 대답을 잘 못하니까 앉아서 듣던 사람들끼리 서로 말하고 발표자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던 형상도 몇 번 보았습니다. 후에 발표하는 사람들은, 발표야 어떻게든 연습하여 하겠지만,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제 발표의 경우 마지막 날 오전 일찍 있었던지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제 앞 사람이 발표를 잘 하여 좀 긴장이 되었습니다. 미세 채널을 흐르는 고도의 점탄성 물질이 보이는 거동을 transient vortex에 집중하여 관찰한 내용으로 발표하였는데, 동영상이 제 컴퓨터에는 나왔으나 프로젝터가 제대로 쏘지 못하여 사람들이 화면에서는 동영상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발표 전 ppt가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하면서 동영상이 플레이 시작되는 것만 확인하고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었는데, 그림과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이 발표에 들어간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확인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중요한 동영상이었던지라 그렇게 당황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상당히 당황하였습니다. 갑자기 그 부분을 말로 설명하는데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질문 중 하나는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설명 요구였습니다. 이렇듯 발표에는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1. 최대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고 2.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런 돌발 상황의 대처법이란 것은 훈련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에서 일어날 때 해결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다음에 저런 상황이 벌어질 때는 저때처럼 당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나온 질문들은 2개 였는데, 우선 상술한 바와 같이, 저 동영상이 설명하고 있던 내용인, transient vortex의 종류와 각 종류의 차이에 대해서 부연설명을 해달라는 것, 그리고 vortex가 출렁이는데 이때 upstream과 downstream의 pressure drop을 실시간으로 측정해보았는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발표가 끝난 후 coffee break 시간 때 따로이 미세 채널에서의 유체 거동에 대해서 물어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질문에 답변하면서 느낀 것은, 질문이나 코멘트들은 전혀 생각치 못했던 완전히 생소한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정리하면서 한번쯤 다 고려해봤던 것들이니 경청하여 성의있게 답하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학회를 통해서 1.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과 2.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근본적인 물리적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으며 또한 3. 듣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발표를 준비하여 잘 발표해야 하며 4. 특히 내 것을 전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회장 뿐 아니라 오랜만에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도 많이 있었습니다. 갈 때도 그렇지만 돌아올 때 공항에만 약 20시간 정도 머물면서 꽤 힘들게 왔는데, 그걸 감수할만큼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교수님들과 준비에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특히 난주 누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