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병호 박사님의 <자기경영아카데미> 를 다녀왔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마지막에 강의가 끝나고 박사님께서 제 등을 쳐주시면서 '다부지게 사세요.' 라고 하시는데 기분이 다 이상하더라고요. 아직까지 박사님의 책 한 권 읽지 않은 저였지만 어제 강의를 통해서 박사님께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어제 저녁에 바로 박사님 트위터를 follow 했고, 책도 4권이나 구입했네요. ㅋㅋㅋ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운 유익한 강연이었지만, 사실 처음엔 도대체 뭐 하는 프로그램이길래 이렇게 강연료가 비싸나 싶었습니다. 국내엔 아직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50만원이란 거액의 강연료가 낯설기도 했지만 아직 학생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강연료 자체에서 거부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었요. 교수님께서 강연료의 무려 90% 나 지원해주신 덕에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들어나 보자고 강연을 듣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으론 높은 강연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 강의를 듣지 못했다면 후회가 될 뻔 했네요. 너무나도 훌륭했어요.

처음 강연을 시작할 때는 맨 뒤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다행히도 점심 식사 후에 어느 분의 결석으로 인해 비게 된 맨 앞자리로 옮겨서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박사님께서 친히 '주용 씨 앞으로 나와서 수업 들으세요.' 라고 해주셨거든요. 그냥 제가 그 줄 맨 뒤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오라고 하신 것이었을 텐데 괜히 전 스스로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들어서 박사님이 날 일부러 앞으로 불러주신 거야.' 라고 생각하고 그 뒤로 더욱 열심히 들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박사님께서 ‘강연을 시작한지 20분만 되면 누굴 챙겨야 하고 누굴 버려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박사님께서 혹시 절 챙기시려고 절 앞으로 불러낸 건 아닌가 생각하고 굉장히 신나 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그 덕에 수업을 더 알차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연은 일반적인 자기계발 서적의 내용과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이 추상적인 말로 ‘인생의 꿈을 정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반면에, 이 강연에서는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가’ 에 대한 것이었어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기 위해서 우선 자기 인생 목표를 설정하는 법을 배웠고, 행동원칙을 설정하는 법,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서 미래에 필요한 것들 파악하기, 그리고 하루를 효과적으로 살기 위한 To-do list 작성하는 법, 시간가계부 쓰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공병호 박사님은 누구에게 들을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 간의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를 수강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나도 한 번 이렇게 해보자고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강연 내용 중에서 제게 가장 유익했던 것은 하루 동안 할 일을 분야별로 나누어 To-do list를 작성하는 것과 시간가계부를 쓰는 것에 대한 것이었어요. 박사님께서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을 3~5개의 분야별로 정리하고 하나씩 해가며 스스로에게 작은 칭찬을 해주면서 자신감을 쌓을 수 있게 하고, 시간가계부를 작성하며 하루 동안 ‘오로지 일에 집중한 시간’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면 하루를 좀 더 치열하게 살 수 있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선형이 형과 실험을 같이 하게 되면서 할 일은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가는 것에 굉장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어제 배운 것들을 잘 이용하면 박사님 말씀대로 하루를 '완전연소'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간가계부도 작성하고 박사님처럼 다이어리 쓰기를 생활화 해볼까 합니다. 작심삼일로 끝이 날지 작심석달로 끝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써 보려고요.

그리고 또 유익했던 것은 10년 장기 계획, 5년 중기 계획, 1년 단기 계획을 작성하는 것과 1년을 여러 프로젝트로 잘게 쪼개서, 예를 들면, 1년을 1달을 기준으로 12개의 프로젝트로 나누어서 매 달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들을 매일 바라 보며 하루하루의 삶을 변화 시키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매번 월보를 쓰면서 다음 달엔 이 일을 하겠다고 교수님께 말씀만 드리고 그대로 실천한 것들이 거의 없어서 월보를 쓸 때마다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는데요, 이 달에 해야 할 일을 매일 머릿속에 계속해서 되새기면 그것을 ‘마감기한’ 내에 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사님께서 강연 내내 어떤 목표에 대해서 항상 ‘마감기한’을 설정하라고 하셨는데,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현실적이면서도 명확한 기한을 세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이처럼 느낀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은 강연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어요. 이렇게 좋은 강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어제 이 강연을 들으면서 생각난 아이들이 있었는데요, 그 아이들은 바로 제가 주말마다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12명의 저소득층 아이들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가난으로 인해 갖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맘껏 누릴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시작한 교육봉사였는데, 실제로 아이들을 접하고 보니 이 아이들의 삶을 안타깝게 만드는 더 큰 문제는 ‘가정으로부터의 무관심’ 이었어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대부분이 가정으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고 있었고, 그러니 교육에 대해서, 특히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부모님은 흔하지 않았어요. 그런 아이들이 한 번 공부해보겠다고 30분씩 버스 타고 교육장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참 가슴이 아팠는데, 이 아이들이 박사님의 강의를 통해서 자신들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서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은 아이들이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있다지만 결국 그런 아이들은 비싼 강연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의 가정의 아이들이겠죠.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강연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일 텐데 말이죠. 그런 아쉬움은 있지만 다행히도 박사님께서 무료강연도 하신다고 하니 그런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아이들 데리고 가서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괜찮은 강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강연을 들으러 갈 때는 기대감 보다는 거부감이 더 컸던 강연이었지만, 강연 내내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느꼈고 그리고 고민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배운 내용을 그냥 흘려 버리지 않고 제 머릿속에 ‘flow-in’ 시켜서 제 삶을 바꿔보고 싶은 의욕이 지금 마구마구 샘솟고 있어요. 이 샘솟는 의욕을 앞으로 조금이나마 더 오랫동안 지속시켜보고자 이렇게 공개적인 연구실 게시판에 글로 남겨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마음처럼 ‘다부지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마음 써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지루하고 긴 제 후기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