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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 (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Germany 파견을 다녀와서.
안녕하세요.
독일 KIT(Karlsruhe Institute of Technology), prof. N. Willenbacher 그룹에 1년간(2010.09~2011.08) 파견을 다녀 온 이아영 입니다. 그 동안 난 자리가 신입생들로 메워지기도 하고 연구실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 같네요. 지난 1년간의 추억을 돌이켜보며, 그 동안 한 일 (연구+독일생활)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출장후기를 작성해 보려 합니다. 무엇보다도 좀 더 현실적인 조언으로 앞으로 독일 뿐만 아니라 해외파견을 갈 후배들에게 방향제시를 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1. 독일 생활
A. 현실적인 문제들
i. 집 구하기 및 거주지 등록 (Anmeldung)
기숙사에서 살게 되지 않은 이상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것이 집구하기입니다. 출국 전에 집을 구할 수도 있고, 우선 임시 거처를 구해 생활하면서 장기간 살 집을 구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KIT 실험실 비서가 집을 미리 구해줘서 직접 집을 구하는 어려움은 없었으나, 제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 구한 탓에 나중에 집주인과 부딪히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 현지 사정을 아는 독일인에게 조언을 구하는 방법이 가장 좋아 보입니다. 시청에 가서 거주지 등록을 하여야만 은행계좌 (konto) 를 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ii. 인터넷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독일의 인터넷 신청 시스템은 정말로 느립니다. 신청을 하게 되면 운이 좋으면 1-2주 내에 테크니션이 방문해서 인터넷 연결을 해 줍니다. 착오로 인해 약속된 방문 시간에 서로 만나지 못한 경우에는 또 날짜약속 (termin)을 잡고, 방문약속 편지를 받고, 테크니션이 방문하기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독일은 모든 것이 문서를 기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증빙서류를 갖고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시에는 전화나 방문하는 것보다 편지나 팩스를 보내는 것이 문제해결 시에 더 도움이 됩니다.
iii. 퇴거신청 (Abmeldung), 각종 취소 (K?ndigung)
인터넷이나 핸드폰 취소를 할 때는 퇴거 자료나 비행기티켓 자료가 유용합니다. 인터넷이나 핸드폰 정지, 계좌 닫기 등 처리를 확실히 하고 와야 귀국 후 생기는 문제를 방지 할 수 있습니다.
B. 실험실 그리고 이 곳 사람들과의 관계
i. 다국적 사람들
Prof. N. Willenbacher 그룹은 독일인뿐만 아니라 불가리아, 미국, 터키, 프랑스, 체코 등 다국적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던 곳이었습니다. 박사, 포닥 뿐만 아니라 2-3개월 정도 인턴쉽을 오는 학생들, Hiwi (히비)라고 불리는 아르바이트 연구원생들도 많았고,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학부 석사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박사, 포닥 학생들이 정기적인 실험실 회의나 모임에 참석하는 시스템이었고, 그래서 저처럼 1년 파견을 와서 박사과정으로 소속되는 경우는 드문 경우였으나 상대적으로 장기파견자인 저는 박사 대우를 해주셔서 실험실 일원으로 부족함이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민족이 모여있는 나라이기에 영어구사가 가장 지배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 3의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살아남기란 힘겨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박사과정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어학 실험을 통과하고 입학하기 때문에 독일인이 아니더라도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었으며 포닥 몇몇에 한해서만 독일어를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실에서의 기본적인 언어는 독일어였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자리 (그룹세미나) 에서는 영어로 발표하는 친구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자기의 발표내용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열린 마음의 친구들은 발표를 영어로 하더군요. 이러한 자세는 분명 개인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세계 어디서든 발전하려는 친구들의 모습은 달라 보였습니다.
ii. 연구실 분위기
모두 공통적으로 갖는 생각은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는 여가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자 입니다. 물론 9시 출근 5시 칼퇴근하는 독일 친구들도 있었고, 포닥들은 좀 더 유연성있게 일하는 분위기였고요. 또 주말에 일하러 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1년에 29~31일 정도 휴가를 갖는 반면, 논문리뷰 공부를 통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키움으로써 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실험실 세미나가 있는데, 학사 석사 학위 발표로 구성되거나 자기 연구에 대해서 의견을 공유하고 싶으면 발표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가 드물어서 1년에 한 번 있는 그룹세미나 이외에는 서로간의 연구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의외더군요. 우리 그룹의 장점인 서로간의 연구내용을 공유하며 토론하는 문화가 자랑스러웠습니다.
iii. 비슷하지만 다른 이 곳 1 - ‘연구분야’
BASF 에서 다년간 일하신 경험이 있으신 N. Willenbacher 교수님의, 실제 산업공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평가 해결하려는 접근방식에 있어서는 우리 연구실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모든 박사 및 포닥과정 학생들이 프로젝트에서 펀딩을 받고 일을 하며 연구성과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재계약하기도 합니다. Food rhelogy - form 을 연구하는 학생은 본사가 있는 스위스 nestle 에 가서 연구 디스커션을 하기도 하고, adhesion 연구를 하는 학생은 회사에서 직접 딱풀을 제공받아서 자체적으로 고안된 tack measurement 를 가지고 물성을 연구합니다. 기초연구가 아니라 실제공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관련 있는 실용연구의 경우, 이렇게 직접 산업과 연계되어 일을 하며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수시로 디스커션을 요청하며 자기 연구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데, 수업이나 잦은 출장으로 바쁘신 교수님과 디스커션을 하려면 미리 메일을 보내고 스케줄 약속을 잡아야 합니다. 어느 곳이던 학생이 먼저 다가서며 미팅을 요청하고 질문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교수님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12월 말에는 모든 학생들이 연구 등 생활 관련 교수님과 면담도 갖고요.
iv. 비슷하지만 다른 이 곳 2 - ‘실험실 정리 정돈’
우리 세미나컴퓨터처럼 공유 서버가 있어서 각종 자료 등 프로그램 등을 서로 공유하도록 되어 있고, 청소나 시약정리 규율 등을 6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 합니다. 이 역시 업데이트 전에 박사, 포닥 학생들이 사전에 모여서 회의를 하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점은 공부방과 실험방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서 각종 소음이나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레오미터방, 마이크로레올로지 등 광학 실험방, 케이버나 탁실험 방들이 분리되어 있고, 화학방(샘플 제조)을 제외한 장비들이 있는 실험방은 에어컨이 풀 가동으로 운영되어 온도변화에 민감한 장비의 손상을 최소화 한다는 점입니다.
2명씩 조를 이뤄서 일주일에 한 번 실험실 청소를 하는데요. 물론 이것도 박사, 포닥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요. 깨끗하고 쾌적한 실험실 운영을 위해서 방안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v. 비슷하지만 다른 이 곳 3 - ‘실험 의뢰’
-오퍼레이터의 대다수가 여자 & 그 휴가 일정 맞추기
오퍼레이터의 대다수가 여자이고 7시 반, 8시 정도에 출근해서 오후 3-4시면 퇴근을 해버립니다. 각종 휴일이 있고 또 2-3주씩 되는 휴가 일정을 갖기 때문에 실험을 의뢰할 때는, 내 스케줄과 오퍼레이터의 스케줄을 맞춰서 실험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오퍼레이터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실험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 기본적인 레올로지 물성, 잉크젯 실험 이외에 제타포텐셜과 파티클 사이즈 측정 실험이 잦았는데 샘플 의뢰에 앞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 경향성 예측에 관한 부연설명을 하며,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해 먼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들도 좀 더 호의적으로 연구에 필요한 서브 데이터를 제공해 주었고, 궁금한 점은 디스커션을 하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C. 파란만장 독일 생활기
i. 몸소 부딪히며 알아가는 즐거움
자신이 직접 부딪히며 알아가고 해결해 나가는 것 또한 혼자 타지에서, 독일에서 살아가고 또 살아남는 작은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독일인들에게는 아는 독일어 몇 개, 바디랭귀지를 써가며 의사소통도 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도 뻗어보고, 이렇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저의 독일생활 1년을 가장 뿌듯하고,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것임에는 자부합니다.
ii. 꼭 필요한! 긍정적 마인드
저도 1년 동안 독일에 머물면서, 자전거 사고가 나서 혼자 병원도 가보고 (그러면서 독일 병원 시스템에 대해 알았습니다.) 경찰서도 가보고^^ 갖은 경험을 해봤네요. 나중에는 잼있더라고요. 물론 모든 경험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는 이런 것들이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영구적으로 살 것이 아니라 파견연구생으로 다녀왔기에 이렇게 웃어넘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각종 사건사고들을 직접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면서 자신감 하나는 충만해져서 돌아온 것 같습니다.
2. 파견 연구
A. 파견목표 & 연구목표
i. ‘하나의 연구주제를 마무리 짓고 이것을 논문 성과로 가져오는 것’ 이번 파견의 목표이자 다짐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잉크젯연구라는 큰 그림은 그려져 있었고, 시스템의 윤곽을 확실히 잡고, 잉크젯 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냐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잉크젯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저의 연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장비 역시 셔틀버스 20분 거리의 북쪽 캠퍼스(과거 연구소)에 있었기 때문에 관리자에게 미리 연락해서 사용여부 허락을 받고 주어진 시간 안에 실험을 하고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중간에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coworker (잉크젯 장비 담당) 가 학교를 그만두고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에 위치한 회사로 옮겨감으로써 그 어려움은 더 커졌고요. 하여 고민과 방황 끝에 해결책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전 coworker 가 잉크젯연구에 관해 저에게 신뢰를 갖고 있었고, 옮겨간 회사 역시 프린팅 연구를 하며 같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회사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왕복 2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하이델베르크를 오가며 잉크젯 프린팅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희망적인 결과가 나오니까 힘든 줄도 모르고 실험을 했던 것 같네요. 포기하기 않고 방법을 모색하니 길이 보이고 이 때 얻은 성취감은 정말 값졌습니다.
이렇게 잉크젯팅 실험을 하여 얻은 결과를 실험실에서 자체 고안한 ring slit device 에서의 pressure development 현상과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B. 연구방향 & 결과
i. The effect of flow-induced aggregation on the stability of ZnO nanodispersions during ink-jet printing process: 잉크의 안정성을 ‘during storage’ 와 ‘throughout the printing process’ 와 나누고 실제 프린팅 공정에서 일어나는 잉크 젯팅 여부를 dimensionless number Z (fluid mechanics point of view) 와 particle interaction (aggregation parameter) 라는 변수를 이용하여 평가 제어 하였습니다.
또한 converging flow field 하에서의 nozzle clogging 현상을 ring slit device 에서의 slit clogging 현상과 매치 시켜 전체적으로 functional materials 의 clogging 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SPOS (Single Particle Optical Sensing technique) 을 이용하여 500nm 이상 크기의 파티클 (impurity) 의 수와 양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이러한 clogging 현상의 타당성을 뒷받침하였습니다.
(ref. N. Willenbacher, JCIS, 1996)
ii. Characterization of coated/ink-jet printed pattern for fabrication of electronic device: surfactant free, clay addition nanoparticles dispersions 시스템으로 잉크를 제조하고 패턴을 만들고 그 전기적 물성을 측정하는 연구입니다. 우선은 thicker 로써 작용하는 clay 을 이용하여 surfactant free 잉크 안정화라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고, 이러한 시스템으로 잉크 안정화까지는 가능했으나 (during storage), 21um 크기의 노즐에서 잉크젯팅 (throughout the printing process) 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핸드메이드 코터를 이용해 pattern 을 만들고 film morphology 와 electrical performance 을 측정하였고, 최적화 clay 의 농도를 찾고 그 메커니즘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ref. R. Ettl et al., Nordic Pulp & Paper Research Journal, 2000)
3. 마치며
- 두 번째 해외파견, 그 의미
일본과 독일. 다른 문화권, 다른 연구주제, 다른 실험실 문화를 가진 곳에서 두 번의 해외파견의 기회를 얻어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 넓은 안목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후배님들이 파견의 기회를 가질 때, 좀 더 지혜롭게 소중한 경험을 쌓기를 바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몇 가지 전할까 합니다.
- 파견의 목적, 그리고 목표
저의 경우, 가장 큰 소득은 생활에 있어서도 연구에 있어서도 자신감과 즐기는 자세입니다. 여유를 가지며 생활할 수 있는 독일에 있었기에 그런 정신적 여유가 연구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함께 연구 성과로도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런 여유가 해외에 홀로 있음으로 해서 나태함과 연결되며 방임이 되는 줄다리기에 선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와 이뤄야 할 목표, 나에 대한 기대치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욕심에서 스스로를 많이 다잡았던 것 같습니다.
저학년 후배님들이 파견을 갈 때에는 장기적으로 연구방향을 점검하며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안목을 길러 오기. 고학년들이 파견을 갈 때에는 자신이 1년 동안 한 일을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문서화하는 작업을 꼭 수행하기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논문으로 연결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며 혹 아니더라도 이것이 자신이 1년 동안 한 일을 정리하고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
파견을 나가는 시기가 나에게 적절한 지, 내가 가게 될 그룹에서 어떤 점을 배워올 수 있을 지 충분히 생각한 후 결정했으면 합니다.
-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기
아무래도 파견을 나가면 좋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할 기회가 훨~~~씬 많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연구실 사람들과, 스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많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연구적으로도 한 개인으로서도 더욱 도약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회를 갖고 발전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저도 지난 1년 동안 생활에서도 연구면에서도 좋은 것 많이 보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4000m 스카이 다이빙도 해보고 강심장으로 돌아왔네요.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출장후기를 쓰고 싶었는데, 제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