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미국 Cleveland에서 열린 미국유변학회에 참석 및 발표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Cleveland라는 도시는 저에겐 다소 생소한 도시였는데, 막상 방문해 보니 왜 잘 못 들어본 곳인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 및 병원근처를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의 도시였습니다. 특히 대로변의 건물들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에서는 약간은 유령도시 같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도 지역발전 등을 고려해서 의도적으로 학회장을 선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학회 세 번째 날인 수요일 오후에 Suspensions, Colloids and Emulsions (SC) session에서 'Self-consistent particle simulation on flow and microstructure of colloidal suspensions' 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발표 내용은 Self-consistent particle simulation 방법론에 대한 소개와 이에 대한 수치검증, 그리고 이를 이용한 model problem에 대한 수치실험 결과를 포함하였습니다. 특히 confined geometry에서 wall 주변의 입자정렬에 의한 shear banding 현상의 관찰 및 분석을 주요결과로 포함시켰습니다. 다행이 발표는 큰 실수 없이 진행하였고, 생각보다 실전에서는 많이 긴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발표 후에는 좌장을 포함한 세분으로 부터 5개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질문들은 전체적으로 터프하진 않았는데...
'Extra stress를 계산하여 유동장을 풀 때 고려하는 것인가?'
'유동장을 푸는 부분에서의 계산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실험적으로 검증을 해보았는가? 아니면 해볼 계획인가?'
'Low shear rate 영역이 shear rate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solid 상태인가?'
'Non-monotonic stress curve가 관찰되었는가?'
위와 같이 질문들은 대부분 간단하게 확인을 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Norman Wagner의 질문은, 어쩌면 제 시스템에서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놓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질문들을 받으면서 '조금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해 봤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관련 실험을 소개하는 부분이나, 제 결과에서 동영상 등을 포함하여 결과를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는 부분이 약간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박승준 교수님께서도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 더 시스템을 정의할 수 있는 파라미터를 이용하여 결과를 정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는 코멘트를 해주셨습니다. 입자 볼륨이나, confinement를 고려해보면, 무언가 시스템을 하나의 파라미터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저 역시 항상 고민하던 부분인데, 역시 이 부분을 얼른 보완해야 할 듯 합니다.

 

이번에는 유달리 발표 자체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특히 첫날 학회장에 가서 제가 발표를 해야햐는 lecture hall를 보고나니 정말 부담이 되었습니다. 발표장 중 가장 큰 방이였고, 또 제가 발표를 해본 곳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기억됩니다. 게다가 SC 세션이 가장 규모도 크고, 또 사람들도 가장 많이 와서 듣는 세션이라는 점 역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번의 발표가, 그냥 한번의 발표가 아니라, 어쩌면 지금까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할 수 도 있는 발표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이 발표에서 제가 큰 실수를 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저에게 큰 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압박감 이였습니다. 저는 그동안 학회에 참석해서 자기 발표 연습하느라고, 다른 발표는 거의 안듣고 연습만 하는 것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세션 또는 리셉션 등의 학회 발표 일정을 충실히 따르면서 틈틈이 연습하도록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심리적 부담이 커서 Banquet도 참석할 수 없었고, 또 수요일 오전 발표도 거의 집중해서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강한 중압감 이였습니다. 그래도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막상 발표를 시작하고 나니, 발표 전의 긴장감을 누를 수 있어서 다행 이였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마치고 마치 급체를 한 듯 가슴이 답답한게, 한 한시간 가량 고생을 하였습니다. 역시 이번 학회에서 처음 해본 경험이였습니다.

 

발표를 끝나고 돌아보니, 제 발표엔 Brady, Wagner, Pine 등 저를 긴장시키는 입자계의 유명 연구자 외에는 생각보다 참석자가 적었습니다. 아마 바로 옆의 Glass 관련 세션에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긴장했었지만 막상 발표가 끝나고 나니, 참석자가 적었던 것이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습니다. 저만봐도 발표를 선택할 때 제목과 그룹을 보고 거의 결정하는데, 제 제목으로는 미국유변학회 참석자의 흥미를 유발하기엔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발표도 중요한 세일즈 이지만, 그전에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제 스스로를 더 어필하지 못한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포스터 세션에서도 재밌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포스터 발표를 하고 있는 준동이에게 찾아와, 저를 만나고 싶다며 좀 찾아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누굴까 하고 가보니, 시뮬팀이면 누구나 읽어봤을 suspension simulation (BD 및 SD) 관련 thesis(지도교수 Oettinger, ETH)의 Markus Huetter 였습니다. 왠지 모르게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얼마전에 Eindhoven 교수가 되었다는 것 까지는 저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유변학회에서 만나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분과 제 발표자료를 보며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에는 제 발표자료에 자기 그림이 들어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등의 가벼운 이야기 부터 해서, 알고리즘에 대한 몇가지 질문 또 HI를 더 잘 고려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거냐 등의 어려운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도 결과도 아주 괜찮았다면 계속 제 칭찬을 계속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관련분야 전문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렇게 나름 험난했던 발표를, 또 사람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물론 큰 실수는 없었지만, 여러모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학회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잘 간직하여, 다음에는 더욱 발전된 발표 및 학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