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벌써 4회째인 Asian coating workshop 이 열렸던 대만에 다녀왔습니다. 

 

1. 대만

 대만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나서는 순간, 동남아 국가를 방문하면 언제나 예상은 하지만 그 예상을 살짝 뛰어넘는 습함과 더위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여름 날씨는 아니었습니다만 선선한 일본 날씨에 적응이 되었던 몸은 금방 피로를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비슷하여 병욱이형 (한시간을 기다려 주셨지만,,,), 안교수님과 제가 현재 속해있는 야마무라 교수님 일행이 모두 공항에서 모여, 함께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대략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달리면 시내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그곳(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버스 터미널 같은 곳) 이 제가 4일동안 대만에 머물면서 볼 수 있었던 가장 번잡했던 곳인줄 알았더라면 좀 더 눈여겨서 봐둘걸 이라는 후회가 남네요. 숙소로 가기 위하기 위하여 저희 일행은 지하철을 타고 가야만 했지만, 비록 지하철과 버스 터미널과 연결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환승 센터를 바로 찾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본과 대만을 비교해서 대중교통 수단은 우리나라가 정말 잘 되어있구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ACW 가 열리는 Taiwan National University 는 1928년 일본에 의하여 세워진 학교로써 노벨상 수상자 및 여러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대만의 최고대학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학교라는 느낌보다는 큰, 정말 큰 공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오래된 건물들과 신식 건물들이 공존하고 있었고, 수많은 울창한 나무들과 호수는 대만 사람들이 주말 오후를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후에는 이러한 공원과도 같은 공간이 이 곳 밖에 없어서 사람들이 학교로 몰리는 거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대만 음식들은 대체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대만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하여 해산물과 과일들이 풍부하며,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전해진 일본식 스타일과 중국식 스타일이 혼합된 음식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첫째날 welcome dinner 때 나왔던 대만 음식들은 대게 중국 스타일의 음식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향이 강하지 않았기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식욕을 자극하여 기분좋고 신나게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둘째날 육성급 호텔에서의 banquet 은 좋았습니다. 뷔페였거든요. 동남아 지역을 가면 그냥 숙소에서 제공하는 뷔페가 가장 먹을만 한거 같습니다. Banquet 이 열렸던 호텔은 육성급이라는 등급에 걸맞게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호텔 정문에 들어서면 양 옆으로 두 마리 용이 꿈틀거리는 듯 펼쳐져있고 그 곳을 지나면 중국 스타일의 엄청난 규모와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호텔이 나오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놀랐던 것은 banquet 이 끝나고 다음 일정이 이 호텔 투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딱히 구경할 만한 거리는 없었지만 대만 교수님과 학생들이 준비를 참 많이 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투어는 대만 국책연구소(Industial technology research institute: ITRI) 와 대만의 유명한 화가의 갤러리, 그리고 전통 사찰방문이었습니다. ITRI 는 대만의 국책연구소 답게 flexible display, solar cell, bio sensor 등과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는 중간중간 우리나라 기업을 상당히 많이 언급을 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쟁 업체를 의식하는 듯한 말투로 말입니다. 일본 업체들은 의식하지 않고 우리나라 업체들만 의식하는 것이, 꼭 대만 사람들의 험한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었네요 (대만에서는 92년 대만 국교 단절과 근래의 광저우 아시안 게임 태권도 사건 이후 우리 나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2. 학회

 제 1회 ACW 가 대만에서 열렸으니, 한국, 일본을 거쳐 다시 대만으로 돌아온 셈이네요. ACW 에는 처음 참석이고, 또 외국에 파견을 나와서 이곳에서 연구한 결과로 하는 발표라서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가졌던 학회였었습니다. 그래서 여느 학회보다 자료도 더 꼼꼼히 살피고 발표준비도 더 많이 했어야만했죠. 학회가 시작되고 첫 느낌은 굉장히 조촐한 학회라는 것이었습니다. 전부터 ACW 는 한중일보다는 크고 ISCST 나 유럽코팅학회보다는 작은, 그런 학회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제가 생갔했었던 거 보다 더 조촐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코팅 학회라 회사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여 코팅이나 건조 이슈들을 좀 배울 것이라 기대했었는데, 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학회였던 것 같습니다.

 주로 대만 학생들이 많은 발표를 하였고, 소수의 대만 회사사람들, 그리고 한국의 우리 그룹과 정현욱 교수님 그룹, 일본의 야마무라 교수님, 도쿄 대학의 야마구치 교수님과 이나사와 교수님, 그리고 고베 대학의 코모다교수님 그룹, 크게 나누어 이정도 그룹의 코팅, 건조 전문가 들이 함께 자리를 하였습니다. 이 중 무엇보다도 도쿄 대학의 야마구치, 이나사와 그룹의 연구가 재밌었는데요, 야마구치 교수님의 condensed colloidal solution 이 건조 중 입자들이 nano, micro scale 의 구조체를 형성하는 컨셉의 연구와 (재밌는 결과를 보여주시나 했는데 발표가 길어지자 그냥 내려가셔서 아쉬웠지만요) 이나사와 교수님의, 역시 condensed colloidal solution 에서 건조가 이루어짐에 따라 drop 이 shrinkage 되고 입자들의 배열상태에 따라 필름 formation 도 변하는 연구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냥 droplet 에서의 particle migration 경향을 보는 연구들이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 형광입자를 사용하여 그들의 인텐시티를 잰다던지, PTM 을 이용하여 그들의 migration 경향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condensed droplet 은 간단한 장비로도 많은 흥미로운 결과를 얻는 모습이었고, 저도 이제 한국 돌아가서 새롭게 장비를 셋업하고 실험을 진행해야 할텐데 참고할 부분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발표

 저는 Latex migration during drying in battery slurries 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슬러리, 정확히 말하면 음극 슬러리가 건조되는 중에 latex 의 migration mechanism 을 파악하는 연구인데요, 자세한 연구 내용은 한 달 반 뒤 귀국 보고서와 귀국 발표 때 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발표에 대한 소감을 적어볼까 합니다. 발표 하기전 혼자 연습할 때 무려 17분이나 걸리더라구요. 비록 실제 발표 시에는 말이 빨라지고 스킵하는 부분이 생길지라도 12분 발표 시간에 17분 분량은 굉장한 부담이었습니다. 야마무라 교수님과 발표 자료에 들어갈 연구 내용들을 삭제할 것은 삭제하고 추가할 부분은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소개하고 발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너무 컸던것일까요, 내용과 대본이 터무니 없이 길어지고 말았던 것이죠. 학회 발표 후에 항상 느끼는 거였는데 말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말을 빨리 하는 것 보다 말을 부드럽게 하면서 뭔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게 중요하다라고 느껴왔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발표는 내용의 질도 중요하지만 '좋은' 발표를 해보자라는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제 발표는 만족스럽지 못하였습니다. 내용도 너무 많았고, 이러다 보니 말하는 속도는 여느때 보다 더 빨라졌던거 같습니다. 결국은 시간도 오바되고 질의 응답 시간도 스킵되고 말았져. 일본에서의 연구 결과라 사람들이 어떠한 내용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좋은 코멘트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는 결국 이루지 못하였고, 발표 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과 숙제만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자신의 연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허접하게 보여선 안되면서, 질 높은 연구 내용을, 멋지게 발표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제대로 느끼게 된 발표였습니다.

 

4. 마치며

이번 학회는 이제 남은 파견 기간 동안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지을 지 생각할 수 있었고, 또한 좋은 발표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 생각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해 한국에서 열리는 ACW 에서는 좀 더 많은 인원의 참가를 유도 한다고 합니다. 한중일처럼 서로 문화적 교류도 이루고, 회사 사람들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여 규모를 크게 하고자 하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질적이나 양적으로 향상된 ACW 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주신 안교수님과 야마무라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