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SOR(Society of Rheology)75th annual meeting에 참가했습니다.
작년 ICR을 빼곤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를 참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이것저것 많이 궁금했었던, 재밌는 학회였습니다. 무엇보다 6개월만에 교수님들과 실험실사람들을 만나는게 설레는 기간이었습니다.
학회 기간 내내 제 주요 관심사인 건조가 일어나는 시스템을 이용한 주제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찾지를 못했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건조'라는 개념은 주위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유동을 일으키는 중요 요인중의 하나임에도 불구, 유변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건조가 일어나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니 이것또한 특이하더라구요. 아마도 '건조를 동반한 시스템은 정량화하기 힘들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석연치 않더군요. 반대로 얘기하면 이러한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유동이나 현상을 파악하는것도 가치있는 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지 신경을 쓴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inkjet에 초점을 맞춘 drop의 break-up을 주제로 한 발표가 눈에 많이 띤 것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drop의 거동은 전통적으로 polymer blend, miscelle, emulsion 등에서 에 많이 다루어지고, 얼마 안된 때부터 channel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주제일텐데요, 발표자료에 'inkjet등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라는 구절이 몇번 보인게 기억에 남네요.  
이번 학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대가'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banquet 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microrheology short course였습니다. 그 중 short course에 대해 느낀바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introduction을 보았을때에는 micro-scale의 유동 가시화장치 등에 대한 강의일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가기 전 비행기에서 윤재에게서 받은 자료를 읽는 순간 설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당시 고민은 건조중 코팅층의 modulus를 측정하고 싶었는데 건조가 일어나는 동시에 코팅층이 너무 얇아서 일반적인 bulk rheology로는 측정하기 힘들다는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코팅층의 modulus를 실험적으로 구현해보고 싶구요. 그런 차에 큰 기대없이 읽고 있던 윤재가 준 자료의 내용은 개념적으로 코팅층의 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숏코스를 듣고 윤재의 보충 설명으로 인해 그다지 녹녹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일단은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은 rheometer나 DMA를 사용하는, 너무 다른 상황을 가지고 뭔가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비교할 바가 아니죠. 다만 아쉬운점은 이 방법이 아직 갈 길이 멀기에 건조를 수반한 시스템에 대해서 이러한 방법을 도입한 발표는 찾지 못했습니다. 제 생각뿐인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건조의 개념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을텐데요.

마지막으로 학회 기간동안 '좋은 연구'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그룹에서 좋은 논문이 나오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내가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어떤일을 더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는 학회 기간에 느꼈다기보다는 학회 기간이 이곳 미네소타에서 생활하며 느낀것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것이 맞을 듯 합니다. 정리해보면
1.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
2. 풍부한 지식의 축적
3. 연구에 대한 치밀한 전략
4. '죽으라고 하는' 끈기.
어느게 우선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a+y의 해답을 a+b 아니면 a+c, 이것도 아니면 a+d .... a+y까지 해서야 결국 찾아내는 몰입은 10의 노력으로 1만을 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많이 듭니다. 그나마 해답을 얻으면 다행이지만  끈기 없이는 a+f의 해답을 a+e까지 하고 말 수 도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문제 해결의 열쇠인 지식은 지금껏 한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학원 과정의 '수업'을 통해 매우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입니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저도 이런 학회에서 멋진 발표로 사람들을 집중시키려면 좀 더 고통을 겪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