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본의아니게 글이 늦어지게 된점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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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지난 10월 14일 부터 22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SOR annual meeting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short course를 통하여 다시한번 짚어볼 수 있었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빼먹었던 부분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던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출장이었습니다. 또한 세미나에서는 앞으로 제 연구 주제가 될 microrheology를 이용하여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는지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outline을 잡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2. 학회는 비즈니스다?


가기 전에 '학회는 비즈니스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비즈니스가 맞았습니다.  사실 짧은 20분의 발표로 연구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려운 것 같았고 서로 관련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거나 연구방향을 모색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비즈니스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갔었는데,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 동안 공부 말고 연구를 딱히 해놓은 것이 없어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포스터 세션에서 어떤 독일 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 학생이 '그래서 너는 뭘 하고 있는데?'라고 물었을 때 대충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던 저 자신을 돌아보며, 다음번 학회때는(국내든, 외국이든) 뭔가 할 말이 있을 수 있도록 연구를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가진 실력에 비례하여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팔만대장경을 파는 심정으로...


군대에 있을때 저희부서의 모토가 '모든 업무는 팔만대장경을 파듯이...'였습니다. 지휘관을 직접 모시는 자리였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서 꼼꼼함을 강조하기 위하여 만든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보니 문득 저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습니다. 그곳에서 들은 여러 발표들 중에서 정작 제가 감탄하게 만든 발표들은 일단 제가 이해할 수 있던 내용이었고(-.-;;) 그 연구 내용이 섬세했고 깊이가 대단히 깊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좋은 발표들에서는 단순히 실험의 결과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모델링을 포함하고 있었고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놓칠만한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때 제가 저렇게 해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단순히 실험의 노하우나 장비가 좋았다고 치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어떤 실험을 할 때에는 항상 치밀한 계산과 예측을 통하여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실험 해보고 데이터가 나오는 대로 해석을 하게 되면 효율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기조차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실험을 하면 뭔가 결과가 나오겠지...' 보다는 '이 실험을 하면 이러저러한 결과가 나올거야(혹은 나와야돼)'인 상태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와 사전 지식을 가지고 실험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영어...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앞으로는 평소에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티벳가서 영어가 안통했을때는 티벳사람들이 영어를 못해서 안통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너무 잘해서 안통했습니다. 결국 제 영어는 영어를 어정쩡하게 할줄 아는 한국사람한테만 통하는 영어인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외국사람에게도 통하는 영어실력을 가져야 겠다는 강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또한, 영어를 잘함에도 불구하고 4일동안 꼬박 발표연습만을 한 주민형님의 룸메이트 T모군을 보면서 Presentation skill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어떻게 발표를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룸세미나때에도 발표 연습을 한다는 심정으로 최대한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5. 마치는 글...


발표도 안하는 사람이 해외 학회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과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숙이 누나와 같이 지내던 호주의 헬레나가 저보고 운이 좋은것 같다고 했는데, 얻기 힘든 기회를 통하여 좋은 경험을 한 만큼 이것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제 삶의 영양제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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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공부가 많이 되어있으니 연구도 잘 될거라 생각이 들어. 글구 어디가서 너 뭐하냐 물어보면 '나 이러이러한거 공부한다' 혹은 '이런거에 관심이 있다'정도로만 얘기해도 대화가 원활할거란 생각...  -[11/07-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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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형: 내가 그러그덩~ 자랑은 아니지만^^; 학회장에서 보여줬듯 공부 더 많이 해서 나 돌아가면 좀 더 critical한 criticism 부탁^^  -[11/07-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