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유변학회(AERC) 참석후기

생각보다 꽤 긴 일정으로 유럽유변학회를 다녀왔습니다. 비행기에서의 2박을 합쳐 무려 10

일간의 일정이였네요. 처음으로 가본 해회 학회라 후기 역시 처음입니다. 특별한 형식없이

제가 느낀것을 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1. 첫느낌

처음 도착한 크레타섬의 느낌은 일단 평화로와 보인다는 것이였습니다. 지중해 답게 눈부

신 바다와 햇살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대신 생각보다 훨씬 시골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 여러가지로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우리나라 시골에 기차를 타고 도착한

정도의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바닷가 관광지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가는 식당마다 약간 오버를 해가면서 환대하고, 서비스도 잘해주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

습니다. 그야말로 시골인심...


2. 숏코스

도착한 다음날 아침부터 숏코스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조금 생소한 부분인 점

도 있었고, 강의도 수업이라기 보다는 본인 및 그 분야의 연구동향과 결과를 소개하는 형

식이여서 그런지 다소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대부분이 교

수님들인지 저희가 가장 어린 네명인듯 하였습니다. 그래도 둘째날의 수업은 첫날보다 훨

씬 좋았습니다. 우선 우리 실험실이 하는 분야이기도 했고, 외팅거와 라조 교수님같은 대

가들에게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느낌이 남달랐습니다. 그리고 역시 대가여서 그런지

수업방식도 정말 무엇을 가르쳐주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미리 예습을 해간것이 도

움이 많이 된듯 합니다. 그래도 숏코스는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저의

수준이 조금더 높았으면 훨씬 유익한 강좌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3. 학회

셋째날부터는 본격적인 학회를 시작하였습니다. 학회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조

금이라도 집중을 흐리면 바로 영어조차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였습니다. 게다가 아주 집

중을 해도 내용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프로그램을 들고다니면서, 조금

이라도 더 저와 관련있는 분야의 발표를 듣다보니 나중에는 조금 나아진 느낌도 들었습니

다.


학회에선 우선 발표력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첫날 플래너리 두 강좌가 브

래디교수님과 올리베이라 교수님이였는데, 내용을 떠나서 솔직히 발표력의 차이가 너무 크

게 느껴졌습니다. 청중을 휘어잡는 발표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발표였습니다. 또 역

시 내용과 발표력을 떠나서 영어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유럽친구들도 영

어에서 힘들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일단 말을 버벅대면 같은 내용이라도 힘이

떨어져 보였습니다. 저 역시 영어발표를 무난히 알아듣는 단계를 넘어 영어 발표 및 토론

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또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시뮬레이션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게다가

그 중 대부분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고, 나태하게 살았는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자극이였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약간의 좌절감도 느꼈던 것이 사실이였습니다.

그런데 선진이 누나의 멋진 발표와 사람들의 반응에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게다가

외팅거 교수님이 발표를 경청 후에 질문을 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였습니다. 심지어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도중에 선진이 누나를 찾아와 다시금 질문하는 모습에서 저도 모르

게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때 같이 점심을 먹었으면 정말 좋은

자리였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학회는 서로의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

의 내용을 발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구에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 자체가 인

상적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름만 들어왔던 여러 유명한 유변학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아주 설레는 자리였습니다.


4. 느낌

전반적으로 저의 위치와 게으름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실험실은 정말 좋은 수준이라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건이가 하는 LAOS

도 선진이 누나가 하는 micro-macro simulation도 여러 그룹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우리가 결코 뒤쳐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저

역시 부단히 노력해서, 이런 자리에서 좋은 내용으로 당당히 유창하게 발표를 하고, 다른

연구자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싶다는 약간은 건방진 욕심을 혹은 너무나 당연한 상상을 하

기도 하였습니다.


끝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수님들께 너무나 감사드리고, 앞으로는 저 역시 우리실

험실에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