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회째가 되는 유럽유변학회를 다녀왔습니다.
저에게는 작년을 제외하고 세번째 가보는 유럽유변학회였습니다. (1회 이전에도 가서리...^^)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제게는 가장 잘 맞는 학회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잘은 모르지만 흥미로웠던 주제가 많은 학회였습니다.

학회가 있기전, 처음으로 multi-scale modeling이라는 short course라는걸 들어보았는데,
첫날은 atomistic modelling이 주류를 이루어서,...제게는 생소하기도 하고,
학부때들은 고분자물성이나 유기화학식들이 어렴풋이 지나갔습니다.
("탄소에 가지가 atactic하게 달려있으면...모델링이 어쩌구..." 생각만해도 머리들 아프시죠??^^)
그렇지만 대망의 둘째날, 존경하는...("흠모하는?") 외팅거의 강의를 들으면서는,
존경의 마음이 곱하기 100배로 늘었습니다.
날카로운 눈매와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청중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말투...
물론 발음은 듣기 좀 난해했습니다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학회에 온 보람을 느끼고도 남았습니다.
조광수교수님을 떠올리게 했던 nonequilibrium thermodynamics를 좀 더 알았더라면
기쁨이 1000배가 되었을것 같기도 합니다.
그 뒤에 이어진 Laso아저씨의 친절한 micro-macro강의도 좋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맘씨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스타일...
시뮬레이션팀이 아니면, 모두 생소한 분들이겠죠?^^

이렇게 감동적인 숏코스가 끝나고..드디어 학회.
planery의 대부분이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고,
그것도 서스펜젼이나 점탄성모델 시뮬레이션으로 학회의 첫날을 장식해서,
흥미롭고도 뿌듯한 학회의 서막이었습니다.
entangled polymer는 공부해본적 없지만, 언제나처럼 흥미로운 모델링들...
가설을 세우고, physics를 이해하고...천재들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대가러스"한 분들 사이에서 발표할 생각을 하니까
긴장되기도 하고 질문받을 때 두들겨맞으면 어카나 걱정도 되고...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무사히 발표가 끝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서,
또 존경해마지 않는 외팅거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몹시 흥분했었습니다.
또한 왜 미리 집중해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되었습니다.

학회에 가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현재의 제 위치에서는, 제가 다녀왔던 학회중에 가장 적당한 자극을 받은,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학회였습니다.
이전에 해외출장을 갔을때는 분위기를 익히고,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장벽을 조금이라도 허물고,
남들은 머하나...남들은 저렇게들 하는데..나는 머하나...주제를 뭘로 잡을까...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하지만 여전히 저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몇안되는, 솔직히...재미없어보이는 시뮬레이션 발표들.
동영상없이는, 시뮬레이션 분야를 꿰뚫지않고는, 이해할수 없는 식과 데이터처리들...
같은 어려움을 겪을 시뮬팀 후배들과 나름 준비도 많이 해갔습니다.
(어렵긴 마찬가지였겠습니다만, 몇달간 잘 따라와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항상 연구내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연구분야상, 아무도 모르니까... 효과적인 발표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왔던 주제들을 중심으로 학회가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상 논문과 책에서만 보던 분들이 제앞에서 얘기하고,
저분들이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는걸 알고있기때문에 그 후에 어떤 진전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하고, 나도 할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들.
그러한 호기심과 자극으로 이번 학회가 기억될것 같습니다.
학회자체 말고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그러한 일들로, 이번 출장의 제 나름대로의 자극이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