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치뤄진 2006 유럽유변학회와 숏코스를 4월 23일에서 5월 2일에 걸쳐 다녀왔습니다.
저에게 이번 유럽유변학회 참가는 첫번째 해외 학회였으며, 그리고 처음으로 다른 나라 땅을 밟았던 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학회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여야 하고, 또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할지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바르게 행동하지 못했고 준비하지 못해, 학회의 본질을 보다 완벽히 배우지 못했던 점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의 마음을 먼저 보이며 후기를 씁니다.

1. Short course

Short course는 'Multi-scale modelling methodologies' 큰 제목과 그리고 하위의 4개의 강좌로 2일동안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412호 맴버(선진, 진석, 성업) 외에 20~30명 정도가 이 short course를 수강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들 중 저희와 같이 젊은 사람들도 조금 있긴 하였지만, 머리가 하얀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던 점도 인상깊었습니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느낌 뒤에, 교수 수준의 short course가 진행되었습니다. (다들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첫날 강의는 atom level의 modeling위주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독일의 Kurt Kremer와 그리스의 Doros N. Theodorou 교수가 강의를 하였습니다.
원자 레벨에서의 분자 모양에 대한 모델링 법인 Coarse-graining,
이를 여러 조건을 통해 추적하는 monte carlo method 를 통해 atomic/micro/macro scale의 모델링과 이를 실험 결과와 비교하는 내용이 주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monte calro 법은 미리 예습을 하고 갔지만, 그 밖의 많은 부분은 저에게는 상당히 새롭고 난해한 내용이었습니다. 잘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세상에는 우리 실험실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은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곳이 꽤나 많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었던 첫날 강의였습니다.

둘째날  short course는 micro/macro modeling과 비가역 열역학 관점에서의 atomic modeling 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한번 쯤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유명한 Öttinger와 Laso의 강의라서 그런지, 그리고 비교적 익숙한 주제이었기 때문인지, 둘째날 강의는 첫날의 그것보다 유익했습니다.
Öttinger의 강의는 예전 조광수교수님의 화학공학특강 내용이 생각나게 하는 비가역 열역학과, 이를 이용한 meso scale modeling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상으로 뒤로갈수록 어려워져 네 강의 중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Öttinger의 침착하고 카리스마 있는 강의를 보며 이 사람이 왜 대가라고 불리우는 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에 안교수님의 비가역 열역학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 저도 조금 더 physics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aso의 강의는 제가 학회 가기 직전에 공부했었던 책의 한 chapter를 그대로 따온 듯 해, 4강의중 가장 무난한 강의였습니다. CONNFFESSIT을 기본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시스템에 적용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학회

Simulation, modeling이 주가 되었다는 유럽 유변학회는 3회째에도 여전히 그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회의 얼굴인 첫째날의 plenary lecture의 내용이 이 부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전체-

난해하였지만 인상깊었던 short course내용의 여파 때문인지, 저는 entangled polymer modeling이나 suspension의 내용을 주로 들었습니다. 이것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유변학 modeing의 아주 중요한 흐름이라는 점을 크게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많이 커지기 위해서는 유동해석 말고도, 이에 기본이 되는 탄탄한 polymer physics 지식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우리 실험실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저도 일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FEM 발표 내용 중에서는, 크게 바뀌는 것 없이 basis function의 order를 특이하게 바꾸는 것만 가지고도, 발표 내용이 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과 인식의 전환이 연구의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다가왔습니다.
실험의 경우는 제가 잘 모르지만, visualization과 측정법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회는 저에게 책에서만 보았던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Öttinger교수는 선진 누나의 발표를 듣고 질문을 하고, 나와서도 한참을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동양인은 몇 없었으니 아마 확실히 기억을 하였을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발표-

내용은 잘 알아 듣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이곳 저곳을 돌아보며,
해외 학회를 어떻게 준비하며 발표하는지를 느꼈습니다.
발표를 잘 하는 사람들은 우선 침착했습니다.
침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분야, 그리고 그에 관련된 분야에 대해 완벽하게 알아야 하고, 자신의 발표 내용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중요한 영어는 접어두고라도,
룸세미나 때, 앞에 앉아 계신 교수님 두분만 보이고 뒤의 세상은 하얗게 느껴지는 제 자신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수십배, 수백배는 더 성장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유럽유변학회라서 그런지, 심하게 꼬거나,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영어는 그리 많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아주 집중해서 들으면 몇문장 정도는 알아들을 정도의 영어였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듣기와 이해가 별개였다는 점, 거기까지가 제 영어 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을 이해하려면 영어가 안들리고, 영어를 들으려면 내용이 이해안되고...
교수님들 선배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하면서, 들으면서를 동시에 잘하는지,
게다가 슈퍼 아줌마, 식당 아저씨까지 그리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 banquet날 어느 교수님의 하신 유머에 저만 웃지 않는 것을 기억하며,
영어공부를 아주아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그외

첫번째 해외학회를 돌아보며, 해외 학회에 갈 때 반드시 가지고 가야될 것이 김치와 라면 외에도, 준비와 노력,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발표는 20분이지만, 그 20분의 긴장감으로, 그 20분의 성취감을 향해 몇달 몇년을 자신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나을지도 모를 사람들의 기회비용을 빼앗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배우고 오라고 돈대며 보내주시는 교수님, 회사다니는 친구, 부모님, 그외에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면, 이 책임감이 해외 학외 나갈 때 단단히 묶어 가져가야 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그리고 혹 아직 가보지 않은 후배들에게 알려주며, 후기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