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해외를 처음 가는 것이라서 그런지 출발하기 전부터 매우 떨리고 기대를 많이 하였습니다. 19일 오전에 일찍 일어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하여서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였습니다. 조금은 어리바리하게, 하지만 하나씩 물어가면서 수속을 마치고 무사히 비행기에 타게 되었죠. 이륙하기 전에 혹시라도 제 시간에 야마가타에 도착하지 못 할까봐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륙하니 정말 혼자 떨어진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차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불안을 떨쳐 내었습니다.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처음 느낀 것은 “덥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서울의 맹추위를 경험했던 저에게는 너무나도 따뜻한 온도였지요. 역무원들에게 물어물어 동경으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일본 기차는 정말 쾌적하더군요. 또한 매우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밖을 보니 논밭이 펼쳐져 있고, 일본 특유의 집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풍경을 보며 고향 생각도 많이 나더군요. 아무튼 열차를 타면서 가장 이상했던 것은 방음벽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기찻길과 집간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음이 적은 것인지, 아님 집 방음이 잘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방음벽 덕분에 더 편하고 멀리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동경역은 정말 복잡하더군요. 거기에서 신칸센이 몇 개나 갈라지던지요. 표를 살 때 매표소 직원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여서 고생을 좀 하였지만, 이번에도 친절한 역무원 덕분에 야마가타행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기차에서 한 숨 자다 일어나니 밖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어 있더군요.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 ‘철도원’ 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 앞으로 나타나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정말 아름답더군요 정말로요.
야마가타에서는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들어갔습니다. 오우 택시비 정말 비싸더군요. 한 번에 900엔씩 올라가는 미터기, 거기에 말이 달리는 표시도 없어서 얼마나 나올지 몰라 불안하였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이 넓고 편하고 기사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좋은 경험 하였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도착해서 숙소 생활은 정말 편안하였습니다. 밥도 3끼다 맛있게 주지, 점심 때와 저녁 때 방 치워주지, 매일 유카타를 주고 온천할 수 있게 하지, 매일 밤마다 술 주지. 진짜 거의 신경 쓸 거 없을 정도로 좋더군요. 야마가타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해 준 덕분인 듯 하였습니다.
너무 여정이랑 생각만 적은 것 같네요. 학회 발표 얘기를 해야겠지요?
저의 발표는 첫 번째 날 오전이었습니다. 발표장 위에 올라가니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최대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발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연습을 해서 그런지 큰 무리 없이 발표는 잘 하였습니다. 하지만… 발표가 끝난 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질문을 하는 것을 잘 이해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정말 단어만 띄엄띄엄 들리는 느낌 이었습니다. 질문 4개 중에 1개만 제대로 대답하였지요. 정말 동문서답했지요. 아 얘기하니깐 부끄럽네요;; 아무튼 나중에 한 명씩 따로 다시 질문이 뭐였는지 여쭈어 봤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nonlinear한 영역에서 속도 장에 shear banding같은 현상이 일어나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BD로만 해서, 또한 저의 조건에서 oscillatory shear를 줄 때 속도 장으로 주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을 볼 수 없다고 대답(해야만)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oscillatory shear 하에서 구조를 보았는데, simple shear 에서도 구조를 보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는 제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이전 논문에서 구조를 본 것을 토대로 생각하자면, 비슷한 구조가 형성된다고 대답 해야 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한 사이클을 본 부분에서 왜 elastic shear stress의 양수부분과 음수부분이 정확히 대칭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이는 더 많은 사이클을 평균 내거나 하는 등의 방법으로 꼭 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Lee-Edwards periodic boundary condition을 이용하였냐는 질문이었는데, 이 질문만 정확히 대답했네요.
발표가 끝난 뒤에는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하였습니다. 특히 일본 학생들 것은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슷한 주제로 발표를 하니 그에 대하여서 점점 더 알게 되어가는 재미가 있더군요. 또한 학회장에서나 술자리에서 조광수 교수님, 김주민 교수님 특히 현규 교수님께 LAOS나 simulation에 대하여서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반면 같은 방 외국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교류를 하지 못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 그리고 학회가 다 끝난 다음에는 인근의 자오 스키장에서 보드를 탔었는데요, 끊임 없이 보이는 절경으로 인해 눈이 즐거워지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보드 자체도 너무나도 재미있었습니다(눈보라가 계속 와서 조난당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말입니다). 처음 타는 것이라 많이 걱정하였는데 여러 번 넘어지다 보니 타고 내려올 정도는 되더군요. 휴대전화를 잊어버린 것 빼고는 아마 제 인생 최고의 스키장으로 기억이 될 듯 하더군요.

  이번 학회는 저에게 많은 첫 경험을 준 학회였습니다. 처음으로 외국을 나가 본 것, 새로 산 양복을 처음 입고 처음으로 학회에서 발표를 한 것, 처음으로 보드를 타 본 것 등등 말이죠. 그 첫 단추를 너무나도 잘 그리고 좋은 경험으로 끼울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도 행복하였습니다. 또한 저에게 그러한 기회를 주신 안교수님과 부족한 저를 이끌어 가주셔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배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