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된 SoR 83rd annual meeting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였는데, 2년 연속으로 가다보니 아무래도 작년 SoR 때 있던 발표/분위기 등을 자꾸 비교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높은 수준의 발표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월화수 3일간은 6개 세션장, 마지막날인 목요일은 5개 세션장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번 학회의 경우 발표 하나 당 25분씩 발표하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발표 수는 작년 보다 약간 적어졌습니다. 이번 SoR 역시 매일 세션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여전히 suspension 쪽이 강세여서 이 세션만이 첫날부터 끝날까지, 가장 큰 세션장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micro 실험을 하다보니 이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번은 작년보다도 micro 쪽 세션이 적어졌습니다. 여전히 유변학계의 중심은 입자계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재작년에도 그랬다고 하니 벌써 몇년간 이 추세가 이어진 것이고 발표 수와 내용을 볼 때 앞으로도 최소 몇년 간은 이어질 듯 합니다.


micro 쪽 세션이 많이 열리지 않은 고로 주로 들은 쪽은 역시 가장 많은 발표가 있던 suspension 관련 발표와 instability 관련 발표들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실험이건 계산이건, 단순화한 현실을 만들어 조건을 바꾸어가면서 현상을 보는데 중점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저 두 영역의 경우 그 정도의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입자계 쪽은 -물론 단순한 시스템도 있지만- 예년에 그랬던 것처럼 좀 더 복잡한, 현실과 가까운 것들을 살피고 그것을 직접 분석하는 방향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instability 관련 분야는 그에 비해서는 여전히 좀 더 단순한 시스템에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야가 됐건 좀 더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을 넘어서 왜 그런가와 결과의 수치화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들은 발표 중 인상 깊었던 발표들은 아무래도 제가 연구하는 영역과 일맥상통하는, instability 세션의 elastic instability 발표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논문으로만 이름을 보았던 Alves 그룹에서 몇 개의 발표를 하였는데, 저와 geometry와 scale이 다를 뿐 전체적으로 비슷한 현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참고할 수 있었으며, 제 결과를 얼른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교수님도 언급하셨던 것처럼, 발표를 다들 잘 합니다. 세션 중간 중간 보면 발표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영어 잘하게 생긴 애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작년에 이미 한 번 겪어서 그런지, 발표를 잘 한다는 것에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잘 하는 사람들은 얘기가 다르지만 그렇게 하기란 원어민 중에서도 20명 중 하나도 보기 힘들 정도로 정말 어려운 일이고, 원어민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발표를 못하는’ 것은 옵션이 아닙니다. 엄청나게 잘해서 발표만으로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정도의 발표는 가능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무조건 해야 됩니다. 다들 잘 하다보니 못하면 너무 튑니다. 작년에 그걸 보고 알아서 그런지 이번에 발표할 때 상당히 많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제 발표는 4:1 microcontraction channel에서 elasticity number와 Weissenberg number가 증가하면서 보이는 elastic flow의 vortex dynamics 변화, 그 중에서도 steady 영역을 넘어서 보이는 oscillating vortex와 elastic turbulence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작년의 경우 발표가 마지막 날이라서 듣는 사람이 별로 없던 것에 반해 이번엔 첫날 첫세션이라 거의 꽉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준비를 꽤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장했었지만 시작하자 꽤나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여유롭고 완벽한 컨디션에서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긴장되고 힘들 때도 어느 정도 해내기 위해서 더욱 연습이 많이 필요한게 아닐까 합니다. 특히 지난 해 중요한 동영상이 프로젝터에서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낭패를 보았기 때문에 이번엔 좀 무리해서라도 일찍 가서 단순히 출력되는지가 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확인했는데, 여건이 허락하다면 항상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발표에 대한 질문과 코멘트가 2명에게 있었는데, 중요한 내용은 주로 정량화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동영상과 이미지로는 보여주고 있지만 수치로서 정의 내리는 일 때문에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던 차에 나온 얘기들이라서 경청하였습니다. 주로 oscillating vortex와 elastic turbulence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oscillating vortex에서도 symmetricity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맥킨리 교수님의 경우 단순한 코멘트가 아니라 따로이 노트로 정리해서 주셨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학회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합니다.


학회 외적인 면에서는 전혀 소득이 없었으나 그래서 더욱 오롯이 학회에 집중해서 (때로는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지만) 제게 필요한 부분과 제게 생소했던 부분들을 익힐 수 있던 시간이었으며, 앞으로의 연구를 정리할 방향까지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수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