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클리브랜드에서 돌아온지 3일이나 지났네요.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클리브랜드에서의 한주가 정말 꿈처럼 금방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시차 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서 아침에는 5시에 일어나게 되고 낮에는 12시만 되면 헤롱헤롱 졸려지는군요.
 이번 SOR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학회였습니다. 제가 대학원에 들어와서 경험해본 많은 학회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했던 학회였으니까요.
사실 해외학회로는 올해 초에 있었던 한중일 이후로 두번째가는 학회였는데요, 이번 SOR은 제가 이전에 가본 한중일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학회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충격적일 만큼 재미있었으며 많은 것들을 느낄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나리타로, 다시 나리타에서 미네아폴리스로, 또 다시 미네아 폴리스에서 클리브랜드로 가는 거의 24시간이 다 되어가는 긴 시간에 걸쳐서 찾아간 클리브랜드는 참으로 특이한 도시였습니다.  클리브랜드는 한때는 미국의 공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발전했지만, 지금은 공업의 몰락으로 인해서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도시 분위기가 별로였습니다. 그나마 저희 학회장 바로 옆에 있는 클리브랜드 클리닉이 가장 번화한 곳인듯 했는데요....뭐 다른 생각 없이 학회에 더더욱 전념을 할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땡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논문에서만 보던 엄청난 대가들을 직접 보게 된다는, 마치 연예인을 만나는 기분으로 첫날 학회장에 들어갔습니다. 앞에 글에서 진석이 형이 말씀하셨듯이 정말 학회장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규모나 화려함 면에서 이보다 더 좋은 학회장을 본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멋진 학회장에 감탄을 하면서 첫번째 플래너리 렉쳐를 들었는데요, 말그대로 정말 충격과 전율이었습니다.
 SOR의 처음은 위스콘신 대학교의 Juan J.de Pablo 교수님의 발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SOR에서 들은 모든 발표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발표였는데요, 주제는 Directed assembly of complex fluids, and its application to nanoscale fabrication 이었습니다.
 연구주제도 참으로 흥미로웠고, 그 분석 방법이나 연구방법이 마치 '연구란 이런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요, 자신이 가진 열역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해서 저렇게 연구를 해 나갈수 있구나 하는 것에 정말 감탄, 또 감탄 하였습니다. 그리고 슬라이드 중간 중간에 밥먹듯이 나오는 Science에 실려있는 Pablo 교수님의 연구 성과를 보면서 또 한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첫번째 발표가 이후에 SOR에 임하는 저의 태도를 바꾸어 놓은것 같은데요, 이렇게 훌륭한 내용들을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서 학회 내내 정신을 집중하고 열심히 발표들을 들었던것 같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Suspension, Colloids and Emulsions section에서 보냈는데요, 대부분의 발표들이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습니다. 월요일 발표의 경우 GGEM 이라는 시뮬레이션 방법에 대해서 접할 수 있었는데요, 발표를 듣는 도중에 그 내용이 궁금해서 어서 빨리 돌아가서 관련 paper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월요일 발표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Brady 그룹에서 최근에 Delaware에 교수로 간 것같은 James W.Swan이라는 사람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평소에 그 사람의 훌륭한 논문들을 많이 보았던 터라 특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었습니다. 발표제목이 LAOF : large amplitude oscillatory flow, a microstructural perspective 였는데요, 제가 앞으로 연구해보고자 하는 분야와 비슷하기도 했고 내용도 참 재미있었던것 같습니다. 주로 large amplitude oscillatory flow의 경우를 (LAOS 같은 상황) micro 하게 연구한 theory 중심의 연구였는데요, 원래 SD를 하는 그룹이니까 이제 곧 시뮬레이션으로 논문을 하나더 쓸 것 같은데 어서 보고싶네요.

  첫번째날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주변에 있는 클리브랜드 자연사 박물관에 가서 reception을 했는데요, 오오 박물관 안에서 하는 reception은 정말 정말 근사 했습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만한 장면이 연출 되었는데요 SOR이 참으로 대단한 학회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나오는 곳 같은데서 맥주랑 와인을 한잔씩 하면서 하는 파티 참으로 폼나요 !!)
 둘째날의 플래너리 렉쳐는 스탠포드의 Shaqfeh 교수님 이셨는데요, 뭐 워낙 유명하신 분이기도 하고 제가 하고 있는 분야와 비슷해서 그랬는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plenary lecture가 SOR의 가장 큰 묘미중에 하나였던것 같네요) 보면서 직접 Direct로 계산을 해내는 분야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구요. 둘째날도 대부분의 시간을 Suspension, Colloids 쪽에서 보냈습니다. 여기 SOR에 와서 느낀 것중의 하나가 비록 내가 공부하는 분야와는 많이 다르더라도 발표를 열심히 듣다보면 흥미가 생기게 되고, 또 더 알고 싶어지게 된다는 것과 이럴때는 발표자의 발표에 열심히 기울이면서 발표자가 참고했다고 하는 참고자료를 열심히 적어두어서 공부하는 것이 발표를 들으면서 학습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날은 세션이 모두 끝나고 클리브랜드 야구장 , progressive field에서 reception과 banquet이 있었는데요, 왠지 돈많은 Vip들이 야구보면서 맥주한잔씩 할 것같은, progressive field 내에 있는 progressive club에 갔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야구장 전광판에 역대 Bingham medal 수상자들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요, 절반은 이름도 들어보고 업적에 관해서도 아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1/4은 이름만 들어보고, 나머지 1/4은 이름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었는데요, 야구장 전광판에 Bingham medal을 수상한 rheologist들이 나온다는게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저렇게 훌륭한 rheologist가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수요일날의 plenary lecture는 Pine 교수님 이셨습니다. 예전에 대전에서 있었던 양승만 박사님을 위한?! 세미나에서도 발표를 하셔서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던터라 엄청난 기대를 하고 들었는데, 역시나 정말 대단한 발표였습니다.  발표의 제목은 Reversibility, rheology, and nonequilibrium phase transitions in periodically sheared suspensions of non Brownian spheres and rods 으로 엄청 나게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그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또 그것을 창의적으로 분석해 나가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않게 하는 발표로, 앞으로 나도 저런 연구를 하고 싶다는 롤모델을 제시해 주는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도 뉴욕 대학에 있는 폴셰킨?!? 인가 하시는 교수님에게 도움을 받으셨다며 그분의 캐리커쳐 같은 그림을 보여주셨는데요,  참으로 두분이 BFF(best friend forever)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표장 밖에서도 친하게 지내시는것 같았습니다.

이날은 포스터 발표가 있는 날이었는데요, 제 포스터도 나름 그런대로 관심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진석이 형이 말씀하신 Markus Huetter 교수님도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어떤 스위스 사람은 발표자료를 pdf로 보내줄수 없겠냐고 묻기도 했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음번에는 더 근사한 결과를 가지고 oral 발표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많이 생겼었습니다.
 목요일 오전의 첫 시작은 Metzner 상을 받은 Richard S.Graham 이라는 분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좀 많이 어려워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그런 발표였습니다. 이후에 관심이 있어서 들어본 Non-Newtonian fluid part에서의 강의들 또한 상당히 어려웠는데요 그래서인지 다시한번 '앞으로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Rheology 전반에 걸쳐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었던 목요일에는 주영이 누나의 발표가 있는 날이었는데요, 주영이 누나가 발표를 워낙 잘해서 같은 실험실 구성원으로서 상당히 뿌듯 했던것 같습니다. 그 뒤에는 노만 와그너 교수님 방에 있는 한국인(거의 미국인이라고 봐야겠지만)이 발표를 하였는데요, 무엇보다도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어구사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안교수님과 이성재 교수님과 함께 클리브랜드 미술관과 식물원에 다녀왔습니다. 가기전 부터 클리브랜드 미술관이 유명하다는 말은 들었었는데요 가보니 정말정말 대단 했습니다. 평소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그림들이 즐비한 곳이었는데요 (뭐 테너,르누아르, 세잔, 마티스, 피카소, 고갱 등) 클리브랜드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살짝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식물원 또한 재미있게 잘 꾸며 놓았는데요, 새들과 나비들이 마구 돌아다니는 등 나름대로 클리브랜드에서 몇 안되는 다이나믹 한 곳인듯 한 느낌을 받았네요.
 저녁에는 안교수님과 이성재 교수님께서 엄청 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가주셨는데요, 참으로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처음 주문을 할때 부터 서빙하는 점원이 약 한 5분이 넘는 시간동안 메뉴판을 좔좔좔 외워서 말해주는데 정말 듣기 평가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게다가 음식 재료를 직접 가지고 와서 보여주면서 (감자에서 부터 아스파라거스 소고기 까지 직접 가지고 와서 보여줘요 ㅋㅋㅋ) 설명할때는 놀랍기도 하고 너무 웃기기도 하고 , 아무튼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주문해서 나온 스테이크의 크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는데요 (제 손바닥 두개에 두께는 손가락 한마디에서 한마디 반? ) 정말 행복하게 열심히 먹었습니다 !!!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 먹지 못했다는 점 ㅠㅠ ( 정말 한, 두입만 더 먹으면 되는 건데 흑흑) 아직도 그 스테이크가 생각이 나는 군요 !!!!! 맛도 맛있었고 그 양이 어마어마 했거든요 !! 다 먹고나서 배가 터질 지경이었는데 점원이 '치즈케익을 먹으라며 , 정말 맛있다고 , 정말 안먹을 꺼냐고 ?' 물어볼때는 정말 할말이 없더군요( 미국인들이 왜 비만이 많은지를 몸소 체험했어요 ㅠㅠ)
   그렇게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수 있었는데요, 돌아오는 길도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 같네요 ~ 가진 동전을 처리하려고 주영이누나와 계속 동전을 만지작 거리면서 계산대 앞에서 얼쩡 거렸더니 점원이 우리를 측은하게 여겼는지 자기가 조금 내주겠다며 계산을 대신 해주는가 하면 미네아 폴리스로 오는 비행기에서 할머니 같은 스튜어디스에게 가방을 제대로 내려놓지 않았다고 혼나던 영기형의 모습도 잊을 수 없네요ㅋ
 
 이번 SOR 학회는 제게 있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학회였습니다. 앞으로 연구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남들은 어떻게 연구를 하며, 훌륭한 연구란것은 무엇인가? 그러한 것들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고, 앞으로 제가 어떻게 생활해야 하며 연구해야 할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동안 대학원에 들어와서 거의 2년이 되어가는 시간을 보낸 현재의 제 자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미래를 계획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학문적으로 배우기도 많이 배웠으며 지적인 호기심도 더욱 충만하게 채워오는 기회가 되었구요. 아마도 제가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큰 성장을 하게 되는 기회인 동시에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끝으로 SOR을 통해서 배운 이러한 것들을 까먹지 말고 앞으로도 꾸준히 학습하고 연구해서 다음번 SOR에서는 훌륭한 Oral 발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제 자신에게 하면서 SOR에 참석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 또 맛있는 스테이크! 까지 사주신 교수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열심히 연구하러 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