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순간이 휙 지나가버리고, 지금 저는 제 책상에 앉아있네요. 어제 밤 9시 25분 비행기를 타면서 정말로 이제 끝났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집떠나면 고생이긴 하구나라는 생각도 조금은 했고요.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을 떠나... 제 첫발표가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해요!

 

중국을 처음 가게된 순간에는 그렇게 흥미가 있진 않았어요. 대학교 1학년때 다녀왔던 장가계/원가계에 대한 기억이 좀 안좋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겠죠. 중국인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도 있었구요. 다녀온 지금에서는 일부의 편견은 수정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확신을 가지게 된 점도 있긴 합니다.

 

중국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언어로 인한 장벽을 두 차례 느꼈는데 한번은 일본/태국 사람들과 소통할 때의 영어 실력의 부재로 인한 문제였고, 두번째는 중국에서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였어요. 오로지 보이는 것들은 한자뿐이고 그 흔해보이는 영어간판조차 보이지 않았구요. 중국의 수도, 중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은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들의 자부심으로 가득차있었고 그 자부심은 타국의 방문객들에게는 오만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코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편한 곳이 될 수 없는 곳, 그것이 중국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읽어본 책에서는 베이징이 특히 과거부터의 수도였던 찬란한 역사로 인해 그런 점이 심하다고 하더라구요. 마지막날 excursion으로 이화원과 자금성 등을 갔을 때도 느꼈던 점입니다. 저희가 서울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면 경복궁을 다니면서 안되는 영어로라도 열심히 설명하고 소통해주려 할 텐데, 중국 사람들은 쏙 빠지고 외국인들만 단체로 투어를 진행하였습니다. 국제적인 매너가 부족해보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용인될 수 있는것은 대국이기 때문이겠죠. 과연 그들의 자부심은 자부심으로 승격될까요, 아니면 시대를 뒤처지는 그들의 근본적인 오만으로 남을까요. 그것은 앞으로를 살아갈 제게 매우 중요한 문제일 거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회장을 비롯한 접대 문제에서는 상당히 훌륭했어요. 식사와 호텔, 그리고 관광버스 대절 등등의 요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점입니다. 학회장을 처음 들어가는 순간에는 이것이 대륙의 스케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음식이 입맛에 안맞아 뷔페치고는 먹을게 없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날에는 너무 맛있더라구요. 그 음식들에 쓰이는 공통적인 향신료의 향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니었으면 분명 허리사이즈를 1인치 이상 늘렸을 거에요ㅠ 마지막날 뱅큇과 excursion의 점심이 특히 좋았어요. 비행기시간만 아니었더라도 저녁까지 함께하며 중국 경극도 관람하고 전날 놀았던 친구들과 더 이야기도 많이 해볼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어느 나라나 결국 편차가 심한 것은 똑같겠지만 중국 학생들의 경우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눈에 확 띄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banquet에서는 같이 안놀았는지 모르겠지만요. 생각보다 태국분들은 적었고, 학생은 두명 뿐이었어요. 하지만 활발한 태도로 다가와서 서로 어색하지 않고 계속 어울리고 말하고 하려는 모습이 정말 좋더라구요. 우리학교 외에서는 대부분 박사생 정도가 한두명 이상은 꼭 끼어있는 것 같았는데, 뭔가 신기했어요. 이렇게 신입생만 오는 방은 우리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교수님이 안가시니 뭔가 아빠없는 고아들 같은 기분이 들어서... 밖에 나갔을 때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처음인 탓에 실수도 부족한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것들을 떠나 사실, 가장 큰 기억은 아무래도 제 발표였죠. 처음으로 하는 영어로 된 프리젠테이션, 포멀한 자리에서의 나. 80여명의 발표자 중의 한 사람, 백명도 넘어보이는 사람들 앞에 서야 한다는 중압감. 질의응답에서 버벅대는 모습도 있었고 대본을 아예 들고 읽는 사람도 있었던 것에 비하면 6명 모두 정말로 무사히 끝냈습니다. 첫 데뷔치고는 큰 실수도 없었고 막상 시작하니 별생각도 안들더라구요. 저는 참 부끄럽지만ㅋㅋ 스스로 리허설때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발표를 하는 순간에 드는 생각은 사실 별거 없었어요. 점심먹고 바로였지만 점심도 맛있게 먹었고, 5분이 남자 조금 긴장도 되고... 하지만 좌장이 절 Mr 로 불러주신 후 정정해주시는 바람에ㅋㅋㅋ 긴장이 확 낮아진 것도 같아요. 시작하고나서는 그간의 리허설이 얼마나 의미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3번의 리허설을 할 때마다 긴장했고 때로는 부담스럽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질문도 점심먹고 첫 시간이라 그런지 4개나 받았는데, 한개 외에는 무난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어요. Mixing time의 용어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는 상훈선배와도 뒤에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추가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저 따라다녔던 학회에 비해 제가 발표자로서 참석하는 학회에서는 보다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고 질문을 차마 손들고 하지는 못했지만 포스터 섹션에 발표자와 이야기도 하게 되고 초록도 꼼꼼이 읽으면서 내용을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1년이 지나면서 조금더 알게 된 것도 있겠고, 한중일 학회가 Young rheologist를 위한 학회여서일 수도 있겠구요.

 

또 인상에 남는 것은 정말 잘생기셨던 와타나베 교수님! 리차드 기어 닮았어요+_+ 쵝오+_+ 와타나베 교수님은 정말로 젠틀하셨고, 그 방 사람들 역시 그런 분위기에 맞춰 매력적이었습니다. 조용필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찾아달라고 하셨던 것이나, 카라 노래 안부르냐며 물어봐주시던 모습까지... 다음에 가게 될 때는 노래도 한두곡쯤은 꼭 연습해서 가야겠어요. 그런것도 하나의 매력이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겠죠. 추운 날씨에 자금성과 이화원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는 정말 끝났다, 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이렇게 쓰고 있는 순간이 되니 아쉬운 마음만 한가득입니다. 결코 다음이 푸켓이라 그런것이 아니라ㅋㅋㅋ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어요. 그때는 정말로 이번에 만났던 친구들 또 만나서 더 재미있게 놀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사족처럼 덧붙이는 것이지만, 이런 행사를 저희쪽에서 주최하게 된다면-이란 생각을 계속 하게 되더라구요. 정말로 큰 일일 것 같아요. 숙박과 식사, 이동수단, 영어로 된 안내까지. 그렇지만 우리가 하게된다면 이것보다 더 멋있게,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번 학회는 처음이라는 설레임으로 제게 발전과, 도약의 순간을 꿈꾸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기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