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에 소감문을 적을 의무감은 없지만, 그렇기에 보다 자유롭게 느낌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이없는 비자 문제(핑계)로 중국 순교수님 방이 불참하는 바람에 거의 한.일 교류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학회가 되었습니다.
태국 그룹도 있었지만, 마치 국제학회에서 우리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한 생각도 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3회 상하이 워크샵 이후 두 번째로 참가하는 워크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하이 때가 한.중.일 간의 학생들 기싸움이 가장 팽팽하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물론 술자리나 노래방에서 말이지요..
이 때는 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고, 노래방에서 몇 곡 불렀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불렀던 '런투유'를 와타나베 교수님이 아직도 기억하고 계십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신청곡으로 요청하셨을 정도니까요..^^!

제가 아는 한 이 학회의 취지는 와타나베 교수님과 안교수님의 주도하에 '학생이 주인이 되는 워크샵'을 만드는 것입니다.
호리오와 스즈키가 들고 다니던 돈 뭉치를 본 사람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술자리 비용까지 챙겨주셨던 것을 생각하면 와타나베 교수님이 이 학회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계신 지 느껴집니다.
학회 마치고 80 만원 정도 남았다고 하던데... 많이 남겨왔다고 혼났다고 하더군요..^^!

우리방 학생들 일본 학생들 보다 발표 잘 했었고, 그렇다고 자부심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영어 못하는 게 죄는 아니거든요..
중고등학교부터 배우긴 하지만, 우리처럼 가중치를 붙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뭏든, 국제 학회에서 한국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에 비해 영어발표가 우월하다는 점은 와타나베 교수님도 걱정하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토대 학생들도 일본 대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일본 유변학회에는 동경대 도이 교수님 방도 있습니다.
이겼다고 자만마시길..

반면, 교토 학생들도 발표 정말 잘 했었습니다.
연습 때와는 천양지차더군요...
발표 뿐만 아니라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끝까지 지킨다거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날 부산투어를 전부 참가한 걸 보면..
저 스스로도 일본 학생들의 정신력에 놀랐었습니다.
평소 주량과 체력을 파악하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첫날은 스미다가 셋째날은 가타쿠라가 말썽을 일으켰지만, 평소에도 그러거든요..
소주 그렇게 마시고 가만히 있는 게 이상할 따름.
그러고보면, 짧은 학회기간 동안 남들에게 자기를 보여주는 것과 평소의 모습이 약간은 다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은 그 모습만 기억할테니까요..

공교롭게도..포닥으로서 후배들 앞에서 발표하는 꼴이 되었는데...
학회 성격상 첫 발표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첫 좌장은 전혀 예상 못했었거든요.
이런 작은 학회에서 첫 좌장을 하는 게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 번 하고 나니.. 나름 좌장의 고충도 새삼 알겠더라구요..
질문하겠다고 손드는 사람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여튼.. 네임택에 찍힌 prof. 네 글자는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등록비 10만원의 차이일 뿐인데...
덕분에 교수님들과 매일 저녁 식사만 즐겼었는데..
나름 일본 교수님들께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본 유변학회에서 발표만 하는 거랑... 함께 식사를 하는 거랑은 친밀도가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SNU 출신이라고 하면, 오..한국 최고!! (강꼬쿠 이찌방!)
이 말은 일본에 와서도 교수님들께 나를 소개할 때마다 여러번 들었고,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모든 나라에서도 알고 있겠지요..
그러니 학회나가서 발표할 때마다 남다른 관심을 받게 되고, 부담도 받게 되고, 또 이를 극복해야 되고...
물론, 후배들이 잘 해가고 있고, 나 또한 후배들에게도 배우게 되고, 이런 선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이 반가웠고, 자랑스러웠고,
변해가는 실험실 분위기가 재밌었고,
만나자마자 헤어졌던 건 아쉬웠고,
그 짧은 시간들이 그립고.. 그렇네요.

끝으로, 포닥도 발표하라고 압박해주신 와타나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글을 맺습니다.

p.s 내년 일본 학회 오실 분들은 일본 노래 필!히! 준비해 오시길!!!
    노래방에 준비해갔던 일본 노래들이 대부분 없어서.. 당황스러웠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