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생각해 보면 많은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꽤 많은 신경을 쓰게 했던 행사 하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에 심포지움 안내장을 볼 때만 해도, 이런 쟁쟁한 분들이 다 우리학교에 오시는 구나 정도로 밖에 생각을 못했었는데.. 행사가 가까워지며, 또 행사를 진행하며, 직접 이분들을 보고, 여러 교수님들께서 신경 쓰시는 모습을 보니 점점 긴장도 기대도 커지는 자리였습니다.

우선 나름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 아래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일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는데, 얼마나 잘 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겐 너무 과중한 일을, 누군가에겐 섭섭하리만큼 적은 일을 부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런 일을 진행할 때는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번에는 특히 한번 부탁한 일은 정말 믿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다행이 모두들 제 기대 이상으로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해주고, 게다가 즐겁게 일해 주는 모습에서, 제 기우를 스스로 반성하고, 우리 실험실 식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심포지움 진행 중에는 그간 학회를 가면 항상 우리의 약점 이였던, 외국 교수님들과의 대화 또는 디스커션 등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점이 신기했습니다. 다들 공항을 나갈 때만 해도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금세 각자 알아서 배웅 약속을 잡고, 랩투어를 시켜주고, 시내관광도 시켜주고, 또 심포지움 중에도 틈틈이 찾아가 본인 연구에 대한 디스커션을 하는 등, 정말 그간 생각만 하던 모습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항상 우리는 너무 외국 교수님들을 어려워하고, 항상 쭈삣거리고 그래왔는데, 이번만큼은 모두 편하게 당당하게 이분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만큼 우리 수준이 또 의식이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 이분들이 먼저 우리의 연구 성과에 관심을 가지고, 또 정말 학문적으로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날이 올 것 같다는 기대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벨기에에서 함께 연구했던 prof. Vermant를 다시 만나 디스커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고, Prof. Brady, Prof. Muller 등 쟁쟁한 교수님들 앞에서 제 연구에 대한 요약발표를 하는 엄청난 경험을 해본 것 역시 큰 수확 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분들의 시선을 확 끄는 훌륭한 발표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여전히 그 발표를 통해서 심포지움 중에 찾아가 디스커션을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학회에서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소중한 경험 이였다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제게 이런 행사를 준비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신 교수님과, 우리 실험실 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즐겁게 도와준 우리 실험실 식구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경험들과 기억들이 우리 실험실의 소중한 자산으로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