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esses in Biofilms 2009 학회 참관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에 있는 UC Davis에서 열린 바이오필름 관련학회에 다녀왔습니다. 세션도 나뉘지 않은 채로 진행되었을 정도로 작은 학회였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교수님들이 많이 참가한 학회여서, 진행되고 있는 논문과 연구내용에 관해서 몇몇 중요한 코멘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떠나기 직전에 날아온 선형오빠의 멋진 출장보고서 덕분에 심한 압박감을 느꼈지만, 하루아침에 제가 몇 단계를 뛰어오를 수는 없지만, 조금씩 발전해 가다보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1. 떠나기 전

떠나기 일주일 전쯤에 1차 발표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올 초에 한중일워크샵에서 발표한 내용에 shear stress에 따른 바이오필름의 구조적 heterogeneity를 skewness를 이용해서 수치화한 내용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윤제용교수님과의 미팅결과 이 부분을 빼기로 했습니다. Rheology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viscoelasticity에 대한 설명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15분이라는 짧은 발표시간 안에 두 가지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하나로 통일된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뒷부분에 대한 결과를 과감히 빼고, 내용을 수정해서 introduction을 강화했습니다. Rheology 전도사가 되기로 한거였죠. 어떤 이가 들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었습니다. 당연한 것인데, 그 부분을 깜빡해버리다니 말이죠.^^;; 아무튼 떠나기 전에 발표자료를 점검해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2. 학회 그리고 사람들

발표하겠다고 초록을 내고, 등록을 마치고 난 후에 날아온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션이 하나로 진행되는 해외학회는 처음이었으니까요. 구두발표가 50여편이었고, 포스터발표도 36편밖에 안되는데, 그걸 2개 시간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걸 보고, 어지간히 디스커션을 중요시 하는 학회인가보다 생각이 들었는데요. 진짜 딱 맞더라고요. 심지어 포스터발표시간에 자기 발표내용을 담은 노트북을 들고 와서, 대가 교수님들을 붙잡고 얘기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발표 한다고 서있다가 손님 뺏기기도 했습니다. 금방 다시 돌아오시긴 했지만요. 어쨌든 참석자가 150여명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작년 미국에서 열렸던 Biorheology학회처럼 어설프게 세션을 쪼개서 강연장에 사람이 적은 경우보다는 훨씬 나은 듯 했습니다. 또한 학생보다 교수 또는 포닥 연구원의 비율이 높아서, 밀도있는 질문과 디스커션이 진행되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발표에서 좋은 질문이 최소 1-2개는 있었고, 몇몇 발표의 경우 디스커션만 10분씩(발표가 15분인데!) 진행될 정도였습니다. 발표하는 제 입장에서도 세션이 나뉘어져 있었다면, 이름있는 교수님들이 한국에서 온 학생발표보다는 다른 쪽으로 가셨을 확률이 높았을 테니, 그런 면에서도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구두 발표가 끝나고 따로 코멘트를 해주시는 교수님도 계셨고, 포스터 발표시간에도 참석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얘기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많은 학회에 참가해 본 건 아니지만, SOR과 ICR, 그리고 Biorheology 학회에서는 포스터 발표시간이 대부분 2-3시간이였고, 발표하는 사람의 숫자가 얼추 최소 50명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참가자가 많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 경우, 오히려 포스터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여가며 질문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 보통 자기가 관심있는 몇몇개의 발표만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이겠지요.
바이오필름 연구의 선두 집단은 최근 몇 년 동안 누가 머래도 Montana state 대학이었습니다. 윤제용교수님께서 바이오필름 연구를 시작하실 때도, 이 곳에서 안식년을 지내시면서 처음 핵심 기술을 배워오셨고, 그 방에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기도 했던 곳입니다. 저도 이 곳 연구원들이 출간한 저널들을 많이 참고로 하였구요. 이 실험실의 짱은 르완도우스키 교수님이신데, 머리 새하얀 할아버지가 어찌나 자상하고 열정적이신지 놀랐습니다. 포스터발표는 거의 대부분이 학생들 발표였는데, 3시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1번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찬찬히 꼼꼼하게 집어보시더라고요. 제 포스터를 보실 때도 진지하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포스터 발표시간이 끝나갈 때쯤 다시 오셔서 아까 물어보지 못하게 있다면서 다시 들여다 보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바이오필름에 대해 접근하는 전통적인 방법, 그러니까 플로우셀에 바이오필름을 키우고, 이들이 어떤 구조를 형성하고, 염소 같은 물질로 제거할 때 어떻게 컨트롤할 건지 등등… 에서 마이크로채널을 이용해서 바이오필름을 키운다던지, 모델링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방법과 같은 혁신적인 방법론들이 많이 개발되고, 여러 분야에서의 접근이 시도되면서 영향력이 분산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르완도우스키 교수님을 빼고는 참가한 교수님들의 연령대가 상당히 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생인지 교수인지 구별이 잘 안되는 경우도 꽤 있었구요. 연구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앞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을만한 영역도 꽤 보였습니다. 특별히 유변학적 접근 방법이 아니더라도요. 앞으로의 주요 연구 분야는 DNA로부터의 접근, 미생물 자체의 성질에 관한 접근, 그리고 바이오필름의 형성과정에 대한 모델링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바이오필름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실험으로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에 모델링을 이용한 접근이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미생물이 형성한 biofilm자체에 대한 접근은 생각보다 적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너무 복잡한 조성을 띠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바이오필름의 주요 구성성분이 되는 EPS 자체에 대한 연구는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고요. 제 발표가 눈길을 끈 이유도 biofilm의 복잡한 구조를 해석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초록에 별 내용이 없을 것 같은데도 구두발표로 채택해 주고, 상까지 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변학을 하는 사람을 만날 꺼란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호주의 퀸즈랜드 대학에서 학생 한 명이 와서 발표를 했습니다. 바이오필름을 직접 키운 것은 아니고, 미생물의 여향은 배제한 채 EPS(미생물이 내놓는 세포외고분자)를 고분자 용액으로 만들어서 실험을 했습니다. G’&G’’ value를 이용해서 EPS가 gelation이 되는 salt의 농도를 찾고, 고분자 농도의 영향을 보았는데, 이 결과를 참고문헌으로 제 실험 결과와 매치해서 논문에 실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발표에서 그냥 dense하다, loose한 network를 형성한다고 말하기 보다, 이 경우 대충 몇퍼센트의 고분자 용액에 몇퍼센트의 salt가 들어갔다라고 얘기를 하면 훨씬 더 근사한 결과가 아닐까 해서요. 실제로 이런 식의 코멘트를 르완도우스키 교수님에게 받기도 했습니다. 우연찮게 같은 호텔에 묵어서, 호텔에서 아침먹으면서 잠깐 얘기를 했는데, 쿠퍼화이트 교수님 방은 아니지만, 같이 일을 하기도 한다더군요. 잽싸게 쿠퍼화이트교수님이랑 우리 실험실이 2년마다 한번씩 학회를 개최한다고 자랑질(?) 좀 해줬습니다. 올해는 호주에서 하는데, 생각 있으면 한 번 찾아보라고 얘기해줬더니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쿠퍼화이트 교수님을 직접 아는 건 아니지만, 이런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니, 그 이후에 제 연구 내용에 대해서도 좀더 진지하게 물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그저 제 느낌일지도 모르지만요.^^;;)

3. 발표 2탕 뛰기

떠나기 3일 전에 윤제용교수님 방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공동연구하고 있는 미생물의 운동성 정량화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겠다고 했더니 그럼 2저자가 학회에 오니, 제가 발표하면 되지 않겠냐고 그랬다더군요. 지금 제가 논문을 쓰고 있는 내용이기도 해서, 저한테는 오히려 더 잘된 것이니,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한창 구두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있던 터라, 막상 포스터발표 준비는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야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포스터발표 제목은 Quantitative characterization of bacterial motion on anoidically polarized surface 였습니다. 3시간 동안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대부분은 소소한 질문들이라 대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요. 한가지 난감스러우면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질문은 그래서 이 결과의 실질적은 application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교수님 세 분과 학생 한 명이었습니다. Introduction에 넣은 여러 가지 표면에서 생기는 바이오필름 제거를 위해 이 방법론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말 너무나 공대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전기장을 걸었을 때 미생물의 운동메커니즘을 알면, 선박의 밑바닥에 전도성 고분자를 코팅해서 약한 전류를 흘려줘서 바이오필름의 형성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일단 대답을 하기는 했습니다. 어느 정도 납득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논문을 쓸 때, 리뷰어에게 받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 쓸 때,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구나, 라고 느꼈고요. 당장 관련 논문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무튼 포스터발표를 하게 되면서 다음 날 있을 제 발표에 대한 소개도 좀 하고, 미리 사람들과 얼굴을 익혀놓을 수도 있어서 저에게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Local viscoelastic behavior of biofilm formed Pseudomonas aeruginosa using particle tracking microrheology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구두발표를 했습니다. 15분이란 짧은 시간동안 유변학부터 설명하려하니, 결과를 그리 많이 보여주지는 못했는데요. 한중일워크샵에서 구두발표를 해 보았지만, 학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에서는 처음 하는 구두발표였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긴장도 많이 하고, 나름 준비도 많이 하려고 애썼는데요. 그 동안 한중일에서 단련이 된건지, 실제로 발표를 하면서는 여유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발표할 때, 지적받는 것 중 하나가 청중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발표자료만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되도록이면 발표자료를 보지 않고, 청중을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반응을 살피면서, 말도 너무 빨라지지 않도록 주의했구요. 말하면서 쳐다보니, 어떤 분을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제가 what is rheology?라고 말할 때, 씩 웃는 분도 계셨는데요. 포스터발표할 때, 잠시 얘기 했었던, rheology를 조금 하신다는 분이었는데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작년 ICR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잘 아는 교수님 앞에서 유변학이 뭔지를 얘기하려니 쑥쓰럽더군요. 그래도 커피브레이크시간에 nice presentation이었다는 얘기를 해주신 걸 보니, 그럭저럭 잘 설명했구나 싶어서 안도이 한숨을 내쉬었답니다. 받은 질문은 마이크로채널에서 바이오필름을 키우는 실험을 하는 방의 교수님이 하셨는데, 제 실험방법으로 구한 relaxation time이 다른 측정방법으로 구한 것과 차이가 나는데, 왜 그런지 설명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은 제가 아는 대로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average가 아닌, heterogeneous한 구조적 특징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했는데요. 이후에 좀더 얘기를 해보니, 예전에 ICR에서 보았던 Solomon 교수님의 연구와 비교를 한 듯 싶었습니다. PDMS에 바이오필름을 키우고, 여기에 공기로 압력을 주면서 PDMS가 휘어지는 정도로 바이오필름의 relaxation time을 측정한 실험을 말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차이가 왜 나는지는 저도 공부를 좀 해볼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또한 추가실험방향으로 EPS 자체만 가지고 실험하고, 이 값과 실제 biofilm에서 형성되는 EPS가 어떤 차이가 있고, 구조적으로 network 를 얼마나 형성하였는지를 정량적으로 비교, 제시할 수 있으면 한 편의 근사한 논문이 될 것 같습니다.

4. 돌아오며

강원대에서 온 박사분이 한 분 있었습니다. 포스터발표시간에 어떤 연구원(박사는 아니고 아마 포닥쯤되는)이 이렇게 말을 했다더군요. 너가 무슨 말을 하든, 나는 못 알아듣는다. 하고는 쌩하게 지나갔다더군요. 제가 들은 말은 아니지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연구하고, 열심히 영어공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절하게 들었습니다. 아니면 한국어를 국제어로 만들만큼 강대국으로 만들던지요.
처음 해본 국제학술대회의 구두발표였습니다. 또한 한 학회에서 포스터발표와 구두발표를 함께 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2박 3일이 지나간 듯한 느낌입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떠나기 전에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작은 규모가 저에게는 득이 되었습니다. 또한 실험실 사람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 떠난 학회여서 할 수 없이라도 그 곳 사람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영어울렁증+눈파란 외국인만 보면 쫄던 그런 면들을 많이 극복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20주년 유변학회 준비하면서 Fuller교수님 마중나가고, 쟁쟁한 교수님들 앞에서 제 연구 소개도 해보고 했던 경험들이 정말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선형오빠처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거리낌없이 가서 말 걸고, 수다 떨고, 연구 얘기도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내딛는 좋은 경험 쌓고, 신종플루 걸리지 않고, 무사히 건강하게 돌아왔습니다.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