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2007년 제주도에서 태풍과 함께 한호유변학이 열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학생 대표로 참석하여 여러 경험을 하였기에 이번 호한유변학회는 어떻게 열릴지 기대되었습니다. 학회에 참석하기 전에 누구나 그렇듯 어떤 발표가 있는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호주 발표 80%이상이 simulaton고 관련되어 있었고 그 이외의 것도 micro, paste등 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고분자 melt는 Sydney대학에 Keynote로 발표하신 교수님 한 분 계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호주와 simulation과 연관이 깊지 않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마 제가 접한 호주 교수님들이 micro, bio, suspension 등과 연관된 연구를 진행하고 계셔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호유변학 때라 눈에 뛰게 달랐던 것은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규모라는 말은 학회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keynote인사 분들과 참석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 유변학회에서는 대분분의 keynote 인사분들이 호주 쪽 교수님들이셨습니다. 2년 전 한호유변학회 때 keynote인사 분들은 꽤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그리고 회사 분들의 참여가 거의 없었습니다. 교수님께 이 부분을 여쭈어 보았더니 “호주를 다녀보세요. 공장이 보이는지.”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와 달리 산업이 거의 발달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원 자제 관련 회사는 들어본 것 같으나 고분자회사나 전자회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우리 나라가 다시금 대단해 보였습니다.

들어가서
발표
Clay 입자 분산에 따른 dielectric properties에 관해 발표하였습니다. 역시나 많이 떨리고 긴장이 되었습니다. 물론 더듬기는 하였지만 막힘 없이 무사히 발표를 마쳤습니다. 발표 대본을 적으면서 반복되는 표현을 줄이고 다르게 표현을 하려고 신경을 썼는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ielectric properties에 대한 발표가 저 하나였기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발표 자료에 dielectric에서 정의 되는 여러 물성을 자세히 풀어서 설명한 부분이 없었고 제가 발표할 때도 제 대본에는 그 부분은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발표를 끝나고 생각해보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서 열린 무기물 및 자원 재활용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역시 전 선형고분자에서 strain hardening을 구현했다는 발표를 하였습니다. Strain hardening은 introduction에서 언급하였지만 G’,G’’ 등은 그냥 당연히 알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첫 질문이 입자를 넣었는데 G’이 왜 올라가고 G’의 의미가 무엇이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생각해보니 같은 실수를 범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 발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dielectric properties에 대한 slide를 넣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에 대한 질문은 역시 유변물성 쪽을 바탕으로 나왔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잘 듣지 못하였지만 전기장을 가한 후 sample이 안정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small amplitude(SAOS)에서 해보았는지를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linear영역에서 측정했다고 대답하였는데 나중에 그 교수님이 strain에 따라 전기장 반응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D.C.에서 실험을 해보았는지에 대한 질문 이었습니다. 이에 대한서는 이미 실험한 data가 있기에 A.C.에서 더 clay 분산이 좋고 D.C.에서는 clay의 배열에 의한 modulus증가를 관찰 할 수 있었다고 답하였습니다. Dielectric에 관한 질문이 있었으면 하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없어 아쉽기도 하면서 다음에는 청중을 고려하여 발표자료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또한 영어는 연습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발표 때 마다 하면서 하지 않는 저를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은 발표
나의 연구 결과와 비슷한 발표
고분자 무기물 복합체에 관한 내용이 많지 않았지만 Sydney대학 교수님이 발표하신 PA/EVA/clay에서 blending sequence에 따라 clay location이 달라진다는 발표를 하셨습니다. 물론 제가 연구했던 system은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고 또한 제가 예상했던 polar구조를 가진 고분자/polar구조를 가진 고분자/clay에서 해보고 싶었던 실험에 대한 TEM결과를 볼 수 있어 내심 기뻤습니다. 하지만 rheology를 연구하는 교수님이 아니라 단지 TEM, SEM과 XRD를 보여주셔서 아쉬웠지만 빨리 돌아가서 보충실험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 상을 받은 발표
발표 상을 받은 발표를 우연찮게 들었습니다. linear고분자와 star고분자에 대한 simulation결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는 힘들었으나 발표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발표 시간은 총 20분인데 발표상을 받은 친구의 PPT slide는 34장이었습니다. 34장이 모두 다른 내용이 아니라 몇몇 장은 animation과 같이 자료를 설명하는데 사용된 slide였습니다. 물론 34장은 많은 장수나 정확히 15~16분 사이에 발표가 끝났고 34장이나 지나 같을 것 같은 산만함을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찾을 수 없었던 침착함이 돋보였습니다. 사실 발표 채점을 호주 교수님들께서 매우 세심히 채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생 발표는 겹치는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 외
유변학회에 가면 분명 많이 본 얼굴인데 인사하기도 그렇고 학생들끼리 대면대면 할 때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학회에서 한국 친구들과 인사하고 같이 놀았던 것 또한 큰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경북대, 부산대 학생들 약 15명 정도가 호텔 한방에서 술을 사가지고 와서 같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한결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게 되었던 의미 있은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드시라는 도시를 전체를 둘러 보지는 못하였지만 주요 관광지를 안내해주셔서 돌아 보았습니다.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 많았고, 유부남인 전 특히 두 아이와 아내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도시 전체가 참 조용하였습니다. 자동차 크락션 소리도 듣지 못 하였고, 술 먹고 소리지르는 젊은 이들도 없었습니다. 바다 근처인데도 건조해서 그런지 항구에서 나는 냄새도 나지 않고, 주변도 매우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야경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상하이 야경은 네온사인과 여기저기 광고판들이 장관을 이루었는데, 시드니의 야경이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나와서
이번 학회에서 느낀 것은 지금까지 너무 느슨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회 때 간혹 뵙던 교수님들께서 “자넨 박사 몇 학기짼가?”를 많이 물어 보셨습니다. 실험실에서 보내왔던 시간과 위치를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발표를 잘하는 것,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 연구를 잘하는 것… 어렵지만 어쩜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인 것 같았습니다.
이번 학회 이런 저런 준비 하느라 고생한 주용이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술집을 가보게 해주었던 우주 형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