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첫 학회..
2. 발표에 대해
3. 매듭짓기

1. 첫 학회…

처음으로 맞는 해외학회였고, 영어 발표였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예 학회에서 처음으로 하는 발표였네요. 학회를 다녀온 지 1주일이 지나 학회 보고서를 쓰는 지금 남아 있는 학회에 대한 느낌은 발표 당시의 긴장과 떨림 보다는 끝났다는 안도감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긴장을 했고, 그만큼 엄청난 떨림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처음으로 하는 ‘영어’ 발표였으니까요.
한호 유변학회 참가하라는 안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 예!! 호주 간다!!, 이었습니다. 아직 석사과정이고 부족한 발표 자료로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포스터 발표를 예상했었고, 설마 내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랴 했던 거죠. 포스터 발표면 아무래도 호주로 향하는 들뜬 가슴에 조금이나마 부담이 덜하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학회에 간다기 보다는 학회가 끝나고 맞이하는 작고 소소한 재미들에 더 들떴던 것 같습니다. 배우고 공부하러 가는 학회를 짧은 휴가 정도로 생각했던 거죠...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부끄럽고 철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 발표가 아닌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라는 이번 학회의 호주 측 담당이신 Howard 교수님의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죠.
그 때부터 좋은 발표를 위해 더 많은 실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담감을 가지고 좋은 결과를 가지고 성공적인 첫 발표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연구 중 맞는 벽에 막혀 그 벽을 넘지 못하고 등 돌리고 벽에 기대 앉아 있던 제가 다시 벽을 넘고자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얻고자 했지만 얻지 못했던 입자 뭉침 현상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shear 하에서의 PVA/Borax solution 구조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주말이면 고대에 가서 눈치 보며 몇 날 며칠을 SALS 장비와 씨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결국 학회가 1주일 앞둔 시점이 되니, 나중에 한 번 해봐야지 하고 계획했던 온도 조절에 관한 실험을 하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약 2달 간 SALS 실험을 해왔는데 결국 SALS가 아닌 2일에 걸쳐 했던 결과로 발표를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학회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SALS를 이용한 결과이니까요.

2. 발표에 대해..

부족하디 부족한 발표 자료를 들고 호주로 향했습니다. 영어 대본을 쓰고, 발표 연습을 하면서 발표 날이 다가오길 기다렸습니다. 학회에 참석해서도 다른 분들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발표에 대한 걱정과 긴장감으로 인해 다른 곳에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대본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자료를 외워나가고 발표 순간을 상상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발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발표 주제는 “Formation of particle microstructure in PVA/Borax solution under shear flow” 였습니다. Shear-thickening fluid인 PVA/Borax solution에 분산된 PMMA 입자는 shear-thickening shear rate 구간에서 뭉쳐져 particle cluster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입자 뭉침 현상은, PVA/Borax의 cross-linking과 associating polymer의 shear-thickening mechanism 과 관계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자면, 먼저 입자 뭉침 현상과 PVA/Borax의 cross-linking과의 관계를 위해 cross-linking agent인 Borax를 넣은, 넣지 않은 두 종류의 샘플을 가지고 입자 뭉침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Borax를 넣지 않은 PVA solution에 분산된 입자는 전혀 뭉치지 않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cross-linking의 존재가 입자 뭉침 현상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온도가 증가할수록 cross-linking이 끊어지고 network structure가 무너져 유변 물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온도를 증가시키면서 입자가 뭉침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온도가 증가할수록 cross-linking이 끊겨 PVA/Borax 유변 물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온도가 증가할수록 입자 뭉침 현상이 더 높은 shear rate에서 시작되었고, 고온(85C)에서는 입자 뭉침 현상을 관찰할 수 없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PVA/Borax의 cross-linking의 존재가 입자 뭉침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로 cross-linking이 어떻게 입자 뭉침 현상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제 생각을 발표했습니다. PVA/Borax solution에 분산된 입자는 점도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shear rate, 즉 shear-thickening shear rate 구간에서 뭉치기 시작하는데, 이는 점도 증가와 입자 뭉침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점도가 증가하면 입자들의 migration 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므로 입자가 잘 뭉쳐야 하지 않아야 하지만 제 결과에서는 입자 뭉침과 점도 증가는 거의 동일한 shear rate에서 관찰되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PVA/Borax의 shear-thickening mechanism 과정에서 어떤 무엇이 입자를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여 입자들을 migration 시켜 입자들이 뭉쳐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발표에 대해 아쉬운 것은 마지막 부분에서 ‘추측’이 아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엔 아직 이를 증명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그 결과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꼭 밝혀 내고 싶고요.  
발표에 대한 질문으로 온도 조절에 따른 결과를 보여드려 생긴 궁금증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Cooper-White 교수님께서 입자 뭉침 현상이 hydrodynamic과 thermodynamic 중 어떤 것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고, 입자 뭉침 현상이 cross-linking과 어떤 관계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입자 뭉침 현상을 hydrodynamic mechanism에 의해 뭉쳐지는 것이고 온도를 높인 이유는 단순히 PVA/Borax solution의 cross-linking을 끊기 위한 것이었지만, 온도가 증가하면서 가해진 thermal energy가 입자 뭉침을 방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도 조절에 의한 입자 구조 형성에 관한 관찰은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cross-linking의 존재가 입자 뭉침 현상을 유발하는 것은 위해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확인했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메커니즘은 제가 앞으로 찾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하면서 많이 부족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결과도 없으면서 그 동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반성도 했고요. 학회란 것이 다른 연구원들이 하는 연구를 배우러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실 이번 학회에서 전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연구에 대한 것을 느끼고 앞으로의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된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학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수 개월 안에 결과를 발전 시켜 좋은 논문을 쓰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요.    

3. 매듭짓기

개인적으로는 첫 학회를 아주 재미있게 다녀왔다고 생각합니다. 학회를 ‘재미있게’ 다녀왔다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것 보고 마시며 유쾌하게 보냈기 때문입니다. 마시고 싶었던 맥주 맘껏 마셨고, 한국에서 함께 갔던 학생들이 모두 모여 즐겁고 유쾌한 시간 보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동안 학회에서 눈 인사만 해왔던 분들과 통성명도 하고 많이 친해진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저런 즐거움도 있었지만 아쉬움 또한 큽니다. 더 좋은 결과,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영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이루 말 할 수 없이 뼈저리게 몸소 느꼈습니다. 영어 공부 또한 연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국인 교수님들의 말씀을 알아듣기가 참 어렵더군요. 당장 영어 학원부터 끊어야겠어요.
학회에 다녀올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학회 보내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