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ICFPE 후기입니다.

  제주도에 가기 전, 성교수님과 아영언니, 미림이와 함께 학회 스케쥴표를 펼쳐놓고 누가 어떤 세션에 들어가서 들을지 역할 분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7개의 서로 다른 세션이 있는데 같은 시간에 보통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서 발표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한 세션에 들어가서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학회내용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주로 Printing technologies, Flexible display 관련 발표를 들었구요, OE-A: (Organic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special session에 들어갔습니다.

  커다란 학회장에 홀로 씩씩하게 들어갔습니다. 전투적인 자세로 펜을 쥐고 발표를 경청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저에겐 생소한 분야라서 한국말로 들어도 알아들을까 말까인데 영어로, 그것도 발표자에 따라서는 몹시 빠르게! 말하는 내용을 알아듣기란 생각보다도 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 당 세션 하나의 내용을 제가 책임지고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알아들으면 알아듣는 대로, 못 알아들으면 못 알아듣는 대로 빛의 속도로 필기해가며 발표를 들었죠. 배경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습니다.

  이번 학회에서는 프린팅 최신 동향 및 연구의 방향, material system, 우리 실험실에서 개선해야 할 점, 공정 중 어떤 것을 중요시 했는지, 앞으로 어떤 process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주안점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Printing technology, Flexible display 분야는 이미 다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기 때문에 최근의 연구는 거의 대부분이 새로운 재료를 도입하고 공정변수를 약간씩 바꾸어서 효율성을 약간씩 증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추가적인 점으로는 환경친화적인 부분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는 동시에 기존에 있는 재료를 재발견하여 사용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종이에 printed electronics 공정을 도입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종이야 말로 차세대의 강력한 material, 즉 traditional printing machines 에 적용 가능한 New electronic materials이라 주장하드라고요. 종이는 low voltage에서 구동 가능한 특성이 있고, viewing angle이 기존의 print제품과 동일하여 편리하며, Operating temperature가 20-120도로 다루기 쉽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종이를 이용한 printed electronics의 장점으로 low cost, environmentally friendly, recyclable하다는 점 등이 있으며 종이의 깊은 역사를 통해 기존의 연구 또한 활용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무척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최근 농생대 제지실에서 paper coating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친구가 우리 연구실로 찾아와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요, 오랜 전통과 연구 주제의 포화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paper 분야 학계가 유변학을 만나서 새롭게 도약하려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이 발표 또한 저에게 다시 한번 비슷한 종류의 흥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수 많은 세션이 있었지만 정작 rheology가 들어간 발표는 학회를 통틀어 두 개! 뿐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아영언니 발표였어요.) 모두들 재료를 새로 합성하거나 공정을 개선하려고만 하지, 유변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현재 화학연구소와 함께하는 CIS Ink의 characterization에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금요일 오전 세션에 CIS Solar Cell에 관련된 발표가 한 데 모여있길래 신이 나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직 분산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CIS 박막층을 그냥 도포해서 쓰고 있더라구요. 그리고는 재료쪽에서 이걸 합성하느니, 공정쪽에서 이걸 개선한다느니, 하시고 계신데 유변학도인 저는 이 solar cell 관련 발표를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어서 CIS Ink의 rheological behavior에 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여 연구의 순서를 바로잡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국제 학회였습니다. 규모도 크고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생동감 있었습니다. 인기 있는 발표에서는 사람들이 디카로 발표자의 ppt를 한장한장 찍어가면서 열심히 들었는데 마치 작은 기자회견장 같은 느낌까지 들더라구요. 가기 전에는 제주도 바닷바람 쐬러간다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났었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학회 마지막 날, 마지막 세션까지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세션에 아영언니 발표가 있었는데요, 아…….진짜 언니의 또랑또랑 카리스마 넘치는 발표! 정말 멋졌어요. 그냥 우리 언니라서 멋진 것이 아니라 빈틈없는 준비, 유창한 영어, 질문에 대한 거침없는 답변까지.. 그 중 제일 멋있었던 것은 이 연구 왜하니? 뭐에다 쓸꺼니? 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확신에 찬 자신감 있는 태도로 왜 연구의 당위성과 활용가능한 분야에 대해 설명한 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동영상 찍었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도 찍었어요ㅎ
  아영언니, 저에게 멋진 롤모델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림아, 어떨 땐 친구의 모습으로 어떨 땐 의젓한 선배의 모습으로 함께해줘서 정말 고마워~~ 성교수님, 많이 부족한 제가 아무리 이상한 질문 던져도 꼼꼼하게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누구보다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저에게 허락해주신 안경현 교수님, 이승종 교수님께 제일 먼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