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IWFEAYR  참석후기

안녕하세요 09.01.21~09.01.24 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지난해 말, 태국의 사회적 정황이 좋지 않았는지라 무사히 참석이 가능할는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출발 할 때 까지도 불안이 가시지 안았던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경우 영어발표가 불과 2번째 인지라 더욱 불안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회상하는 태국 특히 Suranaree University of Technology 에서의 기억들은 온통 충격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적극적이고 단합이 잘 되는 일본 교토 대학 학생들의 모습, 그리고 우리와는 너무 다르게 보이는 연구분야들의 모습 이었습니다만 그 외에 셀 수 없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이제부터 채 가시지 않은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추억을 회상해 볼까 합니다.

우선 숙소에 새벽 늦게 도착한 첫날 밤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아가야 할 듯 하네요.
20일 늦은 밤 11시경 도착한 태국 공항의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한국 공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이었습니다. 감상에 젖어있기도 잠시, 인솔자를 찾기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참 서성이다 찾은 인솔자의 모습은 한 손에 작은 피켓 한 장, 다른 한 손에 무전기. 그리고 문뜩 든 생각 ‘아 이거 불안하다.’
몇몇 해프닝을 겪은 후 버스를 타고 2~3시간 가량 달려서 도착한 숙소에는 이미 도착한 일행들이 숙면을 취하고 있더군요. 작년과는 달리, 남학생의 경우 3인 1실 사용에, 멤버는 각국 차출 랜덤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제 룸메이트는 그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타로’ 더군요. 친절하게도 방문을 열어두었기에 조심스럽게 들어가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지라 잠에 든 것은 순간이었지만, 그간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더군요. 타국에서의 잠자리 또한 처음이었기에, 외국친구들과 동침은 처음이었기에 느껴지는 어색함 (지금 생각하면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일 있을 다양한 일들에 대한 설렘. 그 가운데에서 첫날 밤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21일 아침. 가운데에서 자고 있던 태국 친구가 먼저 일어나 씻고 있더군요. 그리고 각자 눈을 마주친 룸메이트 3명은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인사말을 꺼낸 후 어색함을 지워볼까 해서 꺼냈던 말은 ‘함께 아침식사 하러 가자’ 였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부족한 영어회화 실력이 역시나 아쉽더군요. 처음으로 먹는 타이의 아침식사는 뷔페였고 볶음밥, 오믈렛, 빵 등과 같이 먹기에는 무난한, 오히려 서구식 음식에 가까웠기에 낯설지 않았습니다. 룸메이트 2명과 함께 간단히 이야기 하며 식사를 마친 후. 학회장으로 향하였습니다.
학회장에 들어서서 느낀 첫 감정은 ‘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기존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넓은 학회장과 많은 사람들. 그 안에서 느끼는 것은 자부심이자 긴장감 이었습니다. 제 발표 내용에 대한 불안감, 영어 실력에 대한 불안감 그 모든 것들이 저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슈퍼맨’이라 소개 받은 성업형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주자로서 훌륭히 발표가 마쳐졌고 이어서 다른 많은 분들의 발표가 이어 졌습니다. 몇가지 인상적 이었던 것은 첫째는 실험실 내 분들의 뛰어난 영어실력, 둘쨰는 일본 학생들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일본학생 발표내용은 그간 룸세미나, 국내 학회에서 보여진 G’,G’’의 데이터들이 아닌, Polymer physics,dynamics 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존에 알고, 익숙해 져 왔던 유변학의 벽이 허물어 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간 우물 안에서 자라 왔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 지더군요. 너무 생소한 이야기 들을 접해서 인지 다소 흥미를 잃는 부분도 있었으나,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이라 생각하니 또 관심을 갖고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생경함 속에서 첫날의 학회 일정은 마무리되어 갔습니다. 기다리던 저녁은 야외에서 이루어 졌는데 이 때 먹었던 음식들이 상당히 맛이 있었습니다. 각종 구이 요리들도 좋았고, rice pancake이라 가명으로 불렸던 작은 부침요리도 좋았습니다. 태국음식이 본래 향이 강하여 한국인이 먹기에 조금 힘든 면이 있다고들 하는데 크게 어려움 없이 먹을 만큼 배려한 식단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태국 전통 음악, 춤 공연을 위해 외부에서 초청을 해 왔는데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아 태국 측에 고마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런 감동 속에서 이루어진 저녁에 저를 경악하게 만든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교토 대학 학생들의 술자리 였습니다. 일체감을 갖고자 맞추어 입은 넘버링 적힌 티셔츠, 한국인을 보는듯한 왁자지껄한 술자리, 그리고 댄스 음악이 나오자 무대로 달려나가는 과감함. 그간 조용하고 소심하리라고 생각해 왔던 제 머리에 자리잡고 있던 일본인에 관한 상상을 깨버리는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풍경들을 멍 하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곧 이어 저 뿐 아니라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실험실내 다른 분들도 나가서 함께 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22일 학회일정 이후 ‘피마이 사원(Phimai temple)’을 다녀 왔습니다. 익히 유명한 앙코르와트의 전형이라고 하던데요. 도착한 곳에는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옛 건물의 잔해들이 보였습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가이드을 받아 자유롭게 구경 다니고, 사진도 많이 남겼습니다. 사진기로 어디를 찍어도 화보사진이 찍힌다는 말이 실감이 가더군요. 이후 돌아오면서 ‘Dan Kwian’이라는 유명한 도자기 전시관에 들려서구경했고, ‘Korat Resort’ 태국식 야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여기서 일본 친구들 사이에서 안경현 교수님의 닉네임은 ‘Bomb’ 이시더군요. 어김없이 양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주셨고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바로 다음날에 발표를 앞두고 있던 저 또한 과연 무슨 배짱이었을까요?술에 흠뻑 취해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가더군요.

23일. 저의 학회 발표가 있던 날입니다. 실제 발표 시 너무 긴장해서 였을까요 실제 연습했던 것 보다 더듬거렸던 제 모습이 기억나네요. 아 역시 영어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머리 속을 지배하더군요. 그간 해야지 했지만 안이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을 다시 한번 채찍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발표 이후 나온 질문은 크게 4가지였는데, Yamagata 대학의 Takahiro MURASHIMA씨가 했던, Electroosmotic flow system에 관한 질문, capillary phenomenon 상에서 meniscus의 형태가 왜 아래로 볼록한가(이것은 제 발표한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 하지 못했기에 생기는 문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남대학교 김명호 교수님께서는 같은 주제를 다른 문제로 풀어봤는가? 풀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 있을 것이라는 코멘트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중국 학생이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자신이 아는 잉크젯은 파티클 시스템인데 이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것 이었습니다. 아는 한에서 답변 하려고 애썼으나. 아 역시 영어 공부에 관한 반성을 하게끔 하더군요.
그렇게 제 발표는 무난히 끝난 듯 보였고, 그날 밤 역시 마음 놓고 친구들과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24일 마지막으로 ‘아유타야(Ayutthaya)’에 들려서 코끼리도 구경하고 뚝뚝이라고 하는 작은 4륜 오토바이도 타보고 기념품도 구입 하면서 태국에서의 추억들을 마무리 해 나아 갔습니다.
태국에서의 생활과 새로운 경험들이 무척이나 좋았는지 공항에 도착하여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서도 ‘더 머물고 싶다’는 아쉬움이 저를 끝까지 잡아 끌었던 기억이 납니다.

25일 새벽. 돌아온 인천공항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었습니다. 뺨을 스치는 찬 공기는 태국에서의 시간들이 꿈이 아니었을까 생각 하게끔 하더군요.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가득한 학회였습니다. 주변 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분위기는 ‘IWFEYR’ 이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저는 이번 학회를 통해 소중한 많은 것을 가지고 갑니다. 추억이면 추억 반성이면 반성. 저를 한층 크게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고,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아직 남은 설레임이 5회 IWFEYR까지 지속되기를 고대하면서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